짜장면' 표준어 됐다!
생활 속에서 널리 쓰이는 말 39항목 표준어 인정
국립국어원은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그동안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던 '짜장면, 먹거리' 등 39개를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국립국어원은 1999년에 국민 언어생활의 길잡이가 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발간한 이후 언어생활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은 단어들을 검토하는 일을 꾸준히 해 왔다.
표준어를 새로 인정하는 일은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일이어서 어문 규정에서 정한 원칙, 다른 사례와의 관계, 실제 사용 양상 등을 시간을 두고 조사하였다. 이를 토대로 새 표준어로 인정할 수 있는 항목을 선별하여 2010년 2월 국어심의회에 상정하였다. 이후 국어심의회의 검토를 거쳐 새 표준어 대상으로 선정된 총 39항목이
이번에 표준어로 인정된 말은 기존 표준어에 더하여 추가로 인정된 것이고, 기존의 표준어 역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는 표준어 규정과는 관계가 없이 일부 항목을 추가한 것으로 표준어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 부류의 추가 표준어
이번에 새로 표준어로 인정한 항목은 크게 세 부류이다.
첫째, 현재 표준어로 규정된 말 이외에 같은 뜻으로 많이 쓰이는 말이 있어 이를 복수 표준어로 인정한 경우이다. 그동안 '간지럽히다'는 비표준어로서 '간질이다'로 써야 했으나 앞으로는 '간지럽히다'도 '간질이다'와 뜻이 같은 표준어로 인정된다. 이렇게 복수 표준어로 인정된 말은 '간지럽히다', '토란대', '복숭아뼈' 등 모두 11항목이다.
둘째, 현재 표준어로 규정된 말과는 뜻이나 어감 차이가 있어 이를 인정하여 별도의 표준어로 인정한 경우이다. 그동안 '눈꼬리'는 '눈초리'로 써야 했으나 '눈꼬리'와 '눈초리'는 쓰임이 다르기 때문에 '눈꼬리'를 별도의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이렇게 별도의 표준어로 인정된 말은 '눈꼬리', '나래', '내음' 등 모두 25항목이다.
셋째, 표준어로 인정된 표기와 다른 표기 형태도 많이 쓰여서 두 가지 표기를 모두 표준어로 인정한 경우이다. 그동안 '자장면', '태껸', '품세'만을 표준어로 인정해 왔으나 이와 달리 널리 쓰이고 있던 '짜장면', '택견', '품새'도 이번에 인정하였다. 이들도 두 표기 형태를 모두 복수 표준어로 인정한 것으로 그 정신은 첫째의 경우와 같다.
표준어 추가 인정의 의의와 앞으로의 정책 방향
이번에 표준어를 추가로 인정한 것은 무엇보다도 언어생활에 편의를 좀 더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표준어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홍보와 교육을 진행해 왔으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어는 비표준어 표기가 훨씬 많이 쓰이는 것이 현실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말을 계속 비표준어로 두는 것은 많은 국민을 비표준어 화자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좀 더 편하게 익숙한 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이번에 39항목을 추가로 표준어로 인정하게 되었다.
이번에 인정된 39항목 외에도 여전히 국민들이 실제 사용하는 말과 표준어가 달라서 불편을 겪는 경우가 있다. 국어원에서는 앞으로 이러한 말들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조사하여 표준어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 나갈 생각이다. 이를 위해 올해 '표준어 규범 영향 평가' 사업을 실시하여 표준어 규정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조사하고, 많이 쓰이는 비표준어의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이 결과를 반영하여 많은 사람들이 더욱 편리하게 언어생활을 할 수 있게 규정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추가 표준어 목록>
구분 |
추가 표준어 |
현행 표준어 |
복수 표준어 (11개) |
간지럽히다 |
간질이다 |
남사스럽다 |
남우세스럽다 | |
등물 |
목물 | |
맨날 |
만날 | |
묫자리 |
묏자리 | |
복숭아뼈 |
복사뼈 | |
세간살이 |
세간 | |
쌉싸름하다 |
쌉싸래하다 | |
토란대 |
고운대 | |
허접쓰레기 |
허섭스레기 | |
흙담 |
토담 | |
별도 표준어 (25개) |
~길래 |
~기에 |
먹거리 |
먹을거리 | |
연신 |
연방 | |
메꾸다 |
메우다 | |
눈꼬리 |
눈초리 | |
어리숙하다 |
어수룩하다 | |
손주 |
손자孫子 | |
떨구다 |
떨어뜨리다 | |
휭하니 |
힁허케 | |
나래 |
날개 | |
내음 |
냄새 | |
뜨락 |
뜰 | |
개발새발 |
괴발개발 | |
바둥바둥 |
바동바동 | |
아웅다웅 |
아옹다옹 | |
오손도손 |
오순도순 | |
걸리적거리다 |
거치적거리다 | |
끄적거리다 |
끼적거리다 | |
두리뭉실하다 |
두루뭉술하다 | |
맨숭맨숭/ 맹숭맹숭 |
맨송맨송 | |
새초롬하다 |
새치름하다 | |
야멸차다 |
야멸치다 | |
찌뿌둥하다 |
찌뿌듯하다 | |
추근거리다 |
치근거리다 | |
복수 표기 (3개) |
택견 |
태껸 |
품새 |
품세 | |
짜장면 |
자장면 |
전문가의 말
짜장면, 어떻게 표준어가 됐을까요?
국어심의회 위원, 국어학회 회장
지난 8월 31일 '짜장면'이 표준어가 됐다는 국립국어원의 발표가 있었다. 발표가 나자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에서는 종일 표준어가 된 짜장면 이야기로 들끓었고 심지어 많은 회사원들이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기도 했다.
그동안 '자장면'이라고 부르기가 매우 어색하다고 느꼈던 많은 이들이 드디어 속 시원히 '짜장면'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짜장면뿐 아니라 '내음, 복숭아뼈' 등 39개의 새 표준어가 발표되었다. 이번의 표준어 확대는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의미와 느낌이 다른 것은 별도의 표준어로
작년 5월, 국어심의회 위원이자 국어학회 회장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짜장면, 택견, 복숭아뼈 등 39개의 새 표준어는 이 전문 소위원회의 진지한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어심의회에서 승인된 단어들이다.
"이번에 표준어 심의 대상으로 선정되었던 단어들은 다음의 세 경우 중 하나였습니다. 첫째, 지금까지 비표준어였지만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 둘째, 가나다전화 등을 통해 표준어 여부가 문제됐던 단어, 셋째, 비표준어이지만 해당 단체와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단어이기 때문에 표준어로 인정해 달라고 민원이 제기되었던 단어 등입니다.
우선 표준어 사정의 전반적인 원칙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 심의를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표준어가 된 것이 39개 단어인 것이지요. 처음에는 이것보다 훨씬 많은 단어가 심의 대상으로 올라왔었습니다."
심의 기준의 적용에 대해서
"하나는 각각 표준어, 비표준어라고 했던 짝들 중 그 둘의 의미나 느낌이 다른 것이 있었어요. 표준어, 비표준어의 문제가 아니라 둘 다 별개의 단어이지요. 원래 표준어였던 '냄새'와 방언이었던 '내음'이 그것입니다. '냄새'와 '내음'은 의미나 쓰임이 약간 다르잖아요? '내음'을 방언으로 처리해 왔지만 문학적인 표현으로는 많이 쓰이기도 했고요.
따라서 '내음'을 그냥 방언으로 처리해 버리면 중요한 시어 하나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되니까 별도로 하나의 단어로 인정을 하자는 결정이 났지요. 또 다른 경우는 각각 표준어, 비표준어라고 했던 것 중에 둘이 서로 다른 단어 형성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경우가 있어요. '간질이다'와 '간지럽히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간질이다'는 고개를 '끄덕이다', 눈을 '깜빡이다'처럼 어근에 '이'를 붙여서 만든 것이고 '간지럽히다'는 '어지럽히다', '더럽히다'처럼 형용사 어간에 '히'를 붙여서 만든 단어이거든요. 서로 다른 조어법으로 만들어진 별개의 단어들인데 의미가 같다고 해서 하나는 표준어로, 다른 하나는 비표준어로 처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이 났지요.
또 하나의 경우는 '신형'과 '구형'이 있어요. 언어가 변하니까 형태도 바뀌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만날'과 '맨날'이 있는데요, 논의 과정에서 '만날'이 '맨날'로 변한 것은 '매일매일'의 '매'에 유추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제기되었어요. '맨날'은 '매일매일'이라는 의미니까요. 또 '맨날'을 '만날' 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사용하잖아요?
그래서 신형인 '맨날'을 표준어로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난 것입니다. 이렇듯 표준어가 될 수 있는 근거가 찾아진 단어들만 표준어로 편입됐습니다."
가장 논란이 됐던 '짜장면'과 '택견'
새로 표준어가 된 39개의 단어는 어원에 대해 분명한 역사적인 근거가 있거나 어휘 확산이 우리나라 사람 70% 이상이 쓰고 있었던 말이다. 하지만 표준어 확대 과정에서 분명히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있었다고
표준어 규정이 부분적으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어문 규정에 대한 불신이 생겨날 수 있다는 의견에
"개별 사안 중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짜장면'과 '택견'입니다. '짜장면'은 '버스bus'나 '댐dam' 등 일반적인 외래어와는 다릅니다. 어원이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해당하는 중국어가 있다고 해도 그 중국어가 지칭하는 음식이 우리가 말하는 '짜장면'과 같은 음식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짜장면'은 '짬뽕'과 같은 계열에 속하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모았어요.
그리고 '짜장면'이라고 사용하는 국민들이 거의 대다수 아닙니까? 논의 과정에서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짜장면’을 인정하면 안 된다고 하는 분들도 있었고, '자장면'과 '짜장면'을 복수로 인정하자는 의견과 '자장면'을 비표준어로 하고 '짜장면'만 표준어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어요. 결국 둘 다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면 혼란이 일어날 이유가 없으니 그렇게 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지요. '택견'의 경우는 어원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소리 나는 대로 적어야 맞춤법 규정에 맞아요.
그래서 '태껸'이라고 해야 하죠. 하지만 그 분야에서는 용어를 정리하면서 '택견'으로 바꾸어 사용했다고 해요. 그렇다고 해서 그냥 표준어로 인정 할 수는 없는 사안이라 역사적인 근거를 찾아보았는데요, 한글맞춤법이 제정되었던 1933년 이전에 이미 '택견'이라고 표기했던 자료가 있었어요. 그런 근거로 '택견'을 표준어로 인정해도 문제가 없겠다는 결론이 났고요."
"꾸준히 표준어를 확대하고 풍부하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표준어가 될 만한 근거가 필요하겠지요. 국어학계에서 순수 학술적으로 연구한 것 중에 비표준어를 표준어로 편입시킬 만한 근거가 제시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리고 실태 조사를 통해서 근거를 마련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국어학회가 지금까지는 순수 학술적인 것에만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만 국어 정책 및 국민의 언어생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정책 당국에서도 어떤 정책을 시행하려고 할 때 국어학회에 연구를 의뢰하거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국어학회와 연계할 수 있는 일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번에 있었던 '국어 정책 토론회'를 국어학회와 연계해서 진행했던 것처럼 그런 일들이 조금 더 확대되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또한 앞으로의 언어정책 전반은 언어생활을 규제하는 쪽으로만 갈 것이 아니라 좀 더 유연하고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무언가 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선회는 하되 서서히 해서 큰 충격이 없도록 해야겠지요.
이번에 39개나 되는 비표준어를 큰 무리 없이 표준어로 인정했다는 것은 규제 일변도였던 언어정책의 방향이 유연하게 틀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단국대학교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이며 국어학회 회장이다. 저서로는 <국어의 파생어 형성 연구>, <한국 근대 초기의 언어와 문학>공저, <한국어 형태음운론적 연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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