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이야기⑦
내 고향 남쪽바다 기억하는 꽃…털머위(말곰취)
학명 : Farfugium japonicum (L.) Kitam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 / 한국특산식물
‘털머위’의 고향은 제주도 어디 수평선이 눈썹깨에 걸려 오르락내리락하는 창 넓은 바닷가이다.
뱃길 따라 지금은 내륙의 곳곳을 떠돌며 거리나 빌딩 숲, 공원의 한 모퉁이를 서너 평 거들고 있지만 한때는 울릉도갈매기 저 창랑의 바다를 한 가슴 안고 ‘희망봉’을 향하던 뱃머리도 있었다.
초겨울이 가까워지면 예의 해풍이 밀리는 양지쪽이 후끈 달아오르며 샛노란 그리움을 꾹꾹 토해내는 것이다.
털머위는 흔히 그 이름 때문에 내륙의 ‘머위’와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잎이 크고 둥글다는 것 외에 실은 요모조모를 비교해보는 재미는 별로 없다.
머위처럼 국화과인 털머위는 줄기와 잎의 뒷면에 털이 많이 난 데 따른 이름이다. 잎의 색도 아청빛으로 깊고 화려한 광택이 난다.
식물의 털은 번식과 진화를 위한 갖가지 전략적 방편의 하나로서 그 형태나 기능을 다 설명하기 어렵다.
민들레와 같이 종자를 퍼트리는 산포모(散布毛), 강낭콩처럼 남은 수분을 분비하는 배수모(排水毛), 식충식물의 감각모(感覺毛), 수분이나 영양분을 흡수하는 흡수모(吸收毛) 등 다양하다.
새순의 털은 해충으로부터 연한 자신을 보호하고, 해변의 식물들은 수분을 흡수할 때 마신 염분을 스스로 토하며, 고산식물인 솜다리의 솜털은 날선 바람과 해로운 자외선으로부터 세포를 지킨다. 흥미롭기로 털머위의 털은 추위를 견디는 ‘보온’의 의미도 있단다.
‘삼다도’에서 바다와 바람과 햇살과 돌 틈으로 털머위는 초겨울 제주의 뜰을 가장 제주답게 수놓는 식물 가운데 하나이다.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역시 꽃말이 ‘다시 발견한 사랑’이다. 일과 꿀을 잃어가는 가난한 겨울곤충들에게 얻은 꽃말일까 ‘변함없는 마음’도 있다.
◁한국특산식물 털머위
털머위는 내륙의 곰취와 비슷한 모양의 꽃을 피워 ‘말곰취(‘말’은 초형이 크다는 뜻)’라 하였고, 생약명 ‘연봉초(蓮蓬草)’는 잎이 둥글고 두터우며 미끈하고 커다란 ‘수련’에서 빌려온 이름이다.
잎과 줄기를 탕 재료로 여름부터 가을까지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열감기, 대상포진, 기관지염, 임파선염, 열설, 생선중독 등에 쓰며, 민간에서는 잎을 찧어 습진에 바르고 자상, 화상에 잎을 볶아 환부에 찜질하기도 하였다.
봄에 나는 것은 연한 줄기를 데쳐서 껍질을 벗긴 후 국에 넣거나 나물로 먹을 수 있는데, 맛은 맵고 따뜻하다.
털머위가 꽃을 머금고 있을 땐 고개를 숙여 골똘하지만 피면서는 서서히 얼굴을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우리가 고향을 그릴 때 유년의 추억이 서러워 눈시울을 적시다가도 문득 바람 부는 쪽을 향해 힘차게 걸어가듯 애상(哀想)이 묻어나는 꽃이다.
몸은 비록 외롭되 꿋꿋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 모든 실향을 사는 이들에게 털머위는 고향바다를 철썩이는 갯바위로 서성이게 한다. /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나주뉴스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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