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은희
제8회 민예학당 문화난장 은희 누비이야기
함평천지 너른 들에도 가을이 깊어갑니다.
비워내기 위해 가을은 깊어갑니다.
많이 비워낼 수록 깊어지고,
더 많이 채울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함평군 손불면 옛 손불초등학교를 깨끗이 털어내고 새롭게 자리잡은 가수 은희의 삶과 예술 공작소 민예학당.
그 곳에서 문화난장이 열린다는 무지크바움 조기홍 대표의 부름을 받고 달려갔습니다.
이번에는 동네 언니(임난희, 마연옥) 두 분과 저 멀리 해남에서 풀뿌리 음악운동을 펼치고 있는 키팅 조르바 정태석 선생님이 함께 하셨습니다.
올해로 여덟번째를 맞는 문화난장의 주제는
비워냄으로 더욱 깊어지는 '은희의 누비이야기'입니다.
스님들이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헝겊 조각을 기워서 만든 옷에서 유래된 ‘누비’. 은희의 누비이야기는 많은 것을 비워내고 홀연 서 있는 가을을 닮았습니다.
화려했던 시절을 내려놓고
촌여자가 되어
소곤소곤 갈옷과 수다 떨며 살아가는
그녀의 가을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자연을 길어 천을 만들고
계절을 불러들여 갈천 사이를 누비는 그녀,
들꽃같은 그녀의 누비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싶은 가을밤,
그녀가 우리를 초대했습니다.
가을 바람에 실어온 문화난장 프로그램
- 뮤지컬 배우 배해선의 음악무대
- 가을, 사랑, 퍼포먼스
- 가수 이미배의 가을노래
- 은희의 누비 패션쇼
- 은희와 함께하는 가을콘서트
은희의 노래들
뮤지컬 배우 배해선
단아한 이미지, 부드러운 목소리, 열정적인 연기...
현재 우리나라 뮤지컬계의 프리 마돈나라고 한다.
1995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데뷔해서
'국화꽃 향기',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친정엄마' 등에서
기량을 과시해온 실력파 뮤지컬 배우란다.
노래 참 잘한다.
함평 민예학당 문화난장에 많은 사람들이
동네 주민들로부터 면장, 군수까지
저 멀리 부산, 서울, 제주에서까지
찾아온 사람들이 은희의 열정과 노력에
공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어지는 순서...
헉...무섭다
하얀 분칠을 한 하얀옷의 사람인지, 다른 것인지 모르는 하얀이가
변기통과 갈대뭉치와 모자 같은 것을 갖고
부르르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덜덜덜 떨기도 하고, 두건과 저고리 같은 것을 벗기도 하면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기겁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예술이란다.
예술은 이해 못해도 누가 뭐라 안 한다.
가수 이미배
새벽녘, 뿌연 물안개가 피어오르듯이
고요히 떠오르는 짙은 허스키 보이스의 주인공.
호수에 일렁이는 고요한 파문처럼
듣는 이의 가슴을 젖게 하는 이 가수...
처음 알았다. 이미배란다.
한때 은희와 함께 가요계를 주름 잡았다는데
그때는 내가 어렸었나 보다.
하지만 그날 그녀가 들려주었던 에디뜨 삐아쁘의 '라 비 앙 호즈',
'당신은 안개였나요', '서글픈 사랑',
'눈이 내리네', '그런 날이 있었지'
그리고 또 무슨 새로운 노래...
오래전부터 들었던 귀에 익은 음성처럼 좋았다.
앞으로 쭈욱 좋아질 것 같다. 음~~~
그리고 이어지는 패션쇼!
갈옷, 땡감으로 물들인 옷, 그 옷을 누볐다.
은희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꽤 실용적이어 보여서 한벌 입어볼 만도 하다.
평범한 사람들이다.
아마 은희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거나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인가 보다.
드디어 주인공의 등장이다. 그동안 시선이 쏠리던 무대가 아닌 다른 무대에 조용히 등장해 그녀의 대표곡 '꽃반지 끼고'를 들려준다.
은희, 그녀는 누구인가. 첫 음반 '사랑해(성음음반)'를 발표한 뒤 첫 독집음반 '꽃반지 끼고(유니버셜음반)'를 발매했다.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에 애절하게 여성적인 매력을 발산한 은희의 '꽃반지 끼고'는 김세환의 '오솔길'을 누르고 빅 히트를 터뜨렸다. 가히 폭발적이었다. 1970년대 초반은 포크 음반의 경우 5천장만 팔려도 큰 사건이었던 시절.
1971년 말, 은희는 시각장애인 가수 이용복과 함께 MBC 10대 가수상에서 여자 신인가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무궁화 인기상과 광주기독교방송의 신인상 등 서울과 지방의 언론사가 수여하는 신인상을 휩쓸어 버렸다. 돈이 생기면 우선 기타부터 살 정도로 기타 사랑도 유별났다.
1972년 초 KBS라디오의 신년특집 프로에 서유석과 함께 출연해 "트로트 가수도 가수냐"는 튀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처럼 그녀는 앳되고 여린 목소리와는 달리 당차고 자기주장이 강했던 여성이었다.
1972년 8월 평양 남북적십자회담장에서 남과 북의 대표단장이 손을 맞잡고 데뷔 곡 '사랑해'를 부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념과 사상의 색깔이 없이 화합을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사랑해'는 자연스럽게 남북회담장에서 합창되었다.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이후 '사랑해'는 불멸의 국민가요로 자리잡게 되었다. 용기를 얻은 은희는 72년 말, 20일간의 일본 공연을 치러냈다.
이와 함께 변혁과 '사랑의 자장가', 박춘석과 '호반의 메아리', 정민섭과 '쌍 뚜아 마미', 남국인과 '꿈속의 소녀', 이민우와 '잊을 수밖에' 등 여러 작곡가들의 곡을 받아 음반으로 발표하며 정상의 인기를 회복하려 했지만 데뷔 때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은희는 1974년 결혼 후 1976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한창 잘나가던 가수생활을 접고 결혼과 함께 미국 뉴욕행 비행기를 탄 것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주립대 패션학과(FIT)에 입학한 은희는 의상디자인과 메이크업 등 이른바 ‘토털 패션디자인’을 배우고 15년만인 1985년 귀국했다.
귀국한 뒤 서울에 국내 최초의 토털 코디네이션 업소 '스톤 아일랜드' 개업해 사업가로 변신한 데 이어 KBS TV의 '빅쇼' 통해 다시 가수로 20여년만에 재기했다.
가수 은희(60·본명 김은희)씨가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은 2003년. 염색의 주재료인 감이 많이 나고, 기후와 산천이 고향인 제주도와 비슷한 점이 가장 맘에 들었단다. 전라도 사람들의 정서도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틈틈이 폐교 운동장에 잔디와 들꽃을 심고, 연못도 팠다. 학교 본관을 개조해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과 염색 연구소, 디자인 작업실, 작품실 등을 갖췄다. 여기서 그는 ‘감 염색’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녀는 고향인 제주 모슬포 인근 재래시장을 지나다 좌판에 깔린 ‘갈중의(갈옷)’를 봤다. “바로 이것이구나”란 생각이 뇌리를 쳤다. 갈옷은 예부터 땡감으로 염색해 제주 사람들이 즐겨 입던 작업·노동복이다. 땀 흡수력이 뛰어나고 감의 떫은 성분인 타닌이 방취, 방충, 방습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몸 냄새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양인들에게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은희는 우리나라 천염염색으로 서양의 대중 옷인 블루진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1989년 그는 본격적인 감 염색 작업에 착수, ‘봅데강(보셨습니까라는 제주도 방언)’이란 상표로 갈옷 제품을 내놨다.
초등학교 동창인 탤런트 고두심, 살아생전의 중광 스님 등 문화계 인사들이 힘을 보탰다. 갈옷을 국내 한 홈쇼핑에 올려 1000여벌이 순식간에 동나기도 했다. 외환위기 때 어려움도 겪었지만 관련 특허까지 따 내는 등 감염색연구에 몰입했다. 그럴수록 가능성에 확신을 갖게 됐다.
그는 최근 일본 도쿄, 나고야, 오사카, 교토 등 5대 도시를 순회하며 전시회와 발표회 등을 이어갔다. 지금은 일본의 유명 백화점이 입점을 요청할 정도로 갈옷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재료를 구입하고 공동 작업하는 과정을 되풀하면서 동네 주민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낸다. 그는 이제 전라도 아짐이 다 됐다.
꽃반지 끼고, 사랑해를 열창한 뒤에 이어지는 꿈길에 다들 넋이 빠지고 말았다.
기타를 꼿꼿이 세워서 연주하는 모습이 은희스럽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의 스타가 이제는 산골 오지마을에서 문화와 인생을 노래한다. 한창 잘나가던 시절 숱한 염문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름값을 지킬 수 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제주도 비바리 은희와 그의 친구들이
이제는 전라도 빈 농촌을 문화의 공간으로 꽃피워가는
듬직한 희망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은희는 베트남 OEM 공장 설립,
일본 도쿄, 나고야, 오사카, 교토, 등지에서 순회전시,
일본업체 공동 컨퍼런스, 한일문화교류전시,
코리아 브라운진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로 뉴욕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민예학당
전남 함평군 손불면 산남리 2425-1
전화 010-9170-5119
http://cafe.naver.com/jarada.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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