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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이야기

제주 비바리 은희, 함평천지에 갈옷세상 펼쳐

by 호호^.^아줌마 2012. 2. 6.

신년기획…지역을 일구는 사람들②

 

◇ 고향 생각을 담배 중에서 제일 쓰고 독한 '한라산'만을 고집하며 달래는 제주도 비바리 은희, 이제는 전라도댁이 되어 함평의 빈 농촌을 문화의 공간으로 꽃피워가는 듬직한 희망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제주 비바리 은희, 함평천지에 갈옷세상 펼쳐

한 시대 풍미하던 삶과 예술, 민예학당서 천연염색 디자이너로

 

함평군 손불면 옛 손불초등학교를 깨끗이 털어내고 새롭게 자리잡은 가수 은희의 삶과 예술 공작소 민예학당. 이 곳에서 문화난장이 열리는 날에는 한적하기만한 시골마을이 온통 북새통을 이룬다.

 

일 년에 서 너 차례씩 열리는 민예학당 문화난장에는 마을주민들로부터 면장, 군수, 그리고 저 멀리 부산, 서울, 제주, 일본에서까지 사람들이 몰려온다.

 

화려했던 시절을 내려놓고 시골아낙이 되어 땡감, 민들레, 홍화 같은 자연의 산물들을 빌어 고운 빛의 천을 만들고, 여기에 결 고운 재단과 한땀 한땀 누비는 정성으로 옷을 깁는 그녀의 열정과 노력에 다들 공감의 박수를 보낸다.

 

손수 음식을 장만해 손님을 대접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융숭한 대접 끝에 공연이 시작된다. 민예학당의 무대는 작지만 초라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지나치지 않다. 준비된 공연이 무르익을 무렵이면 조용히 등장해 그녀의 대표곡 ‘꽃반지 끼고’를 들려준다.

 

가수 은희(61·본명 김은희)씨가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은 2003년. 염색의 주재료인 감이 많이 나고, 기후와 산천이 고향인 제주도와 비슷한 점이 가장 맘에 들었단다. 전라도 사람들의 정서도 마음에 끌었다.

 

그녀는 틈틈이 폐교 운동장에 잔디와 들꽃을 심고, 연못도 팠다. 학교 본관을 개조해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과 염색연구소, 디자인 작업실, 작품실 등을 갖췄다. 여기서 그는 감 염색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녀는 고향인 제주 모슬포 인근 재래시장을 지나다 좌판에 깔린 ‘갈중의(갈옷)’를 봤다. “바로 이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갈옷은 예부터 땡감으로 염색해 제주사람들이 즐겨 입던 작업·노동복이다. 땀 흡수력이 뛰어나고 감의 떫은 성분인 타닌이 방취, 방충, 방습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몸 냄새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양인들에게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은희는 우리나라 천염염색으로 서양의 대중 옷인 블루진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1989년 그는 본격적인 감 염색 작업에 착수, ‘봅데강(보셨습니까라는 제주도 방언)’이란 상표로 갈옷 제품을 내놨다.

 

초등학교 동창인 탤런트 고두심, 살아생전의 중광스님 등 문화계 인사들이 힘을 보탰다. 갈옷을 국내 한 홈쇼핑에 올려 1,000여벌이 순식간에 동나기도 했다. 외환위기 때 어려움도 겪었지만 관련 특허까지 따 내는 등 감염색연구에 몰입했다. 그럴수록 가능성에 확신을 갖게 됐다.

 

그는 최근 일본 도쿄, 나고야, 오사카, 교토 등 5대 도시를 순회하며 전시회와 발표회 등을 이어갔다. 지금은 일본의 유명 백화점이 입점을 요청할 정도로 갈옷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은희는 함평이라는 지역을 넘어서서 전라도 전체가 천연염색의 메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주시가 전략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천연염색산업에 대해서도 꽤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천염염색작업이 공방 수준을 벗어나 세계적인 패션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천연염색과 천연염색에 걸맞는 디자인 및 패션기술이 꾸준히 연구되고 보급돼야 한다는 것.

 

그러던 중 최근 나주지역 한 지인으로부터 갈옷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설립 제안을 받고 숙고 중이라 한다. 남도의 천연염색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작은 힘들이 모아져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 수 있어야 한다거 말한다.

 

한창 잘나가던 시절 숱한 염문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름값을 지켜 온 ‘은희’라는 이름의 한 여인. 재료를 구입하고 공동으로 작업하는 과정을 되풀이 하면서 그는 진즉 전라도아짐이 다 됐다.

 

그러다 무대에 서는 날, ‘꽃반지 끼고’, ‘사랑해’를 열창한 뒤 이어지는 ‘꿈길’에 다들 넋이 빠지고 만다. 기타를 꼿꼿이 세워서 연주하는 모습이 은희답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의 스타가 이제는 산골 오지마을에서 문화와 인생을 노래한다.

 

제주도 비바리 은희와 그의 친구들이 이제는 전라도 빈 농촌을 문화의 공간으로 꽃피워가는 듬직한 희망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은희는 베트남 OEM 공장 설립, 일본 도쿄, 나고야, 오사카, 교토, 등지에서 순회전시, 일본업체 공동 컨퍼런스, 한일문화교류전시, 코리아 브라운진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로 뉴욕전시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