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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김진수의 들꽃에세이⑦ 산자고(山慈姑)

by 호호^.^아줌마 2012. 3. 21.

 

 김진수의 들꽃에세이⑦

 

 산에서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산자고(山慈姑)

         

             학명 : Tulipa edulis(MIQUEL) BAKER

             외떡잎식물강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산자고」는 세계에 약 50종이 분포하고 중앙아시아에 많으며 우리나라에는 1종이 자란다. 여섯 개의 주황색(꽃밥) 수술을 안고 여섯 장의 흰 갈래꽃부리를 별처럼 펼치는데 꽃잎의 뒷면에 선명한 자주색의 맥이 있는 것이 특이하다.

 

뿌리에서 올라온 백록색의 잎은 2개이며 가늘고 길다. 키가 큰 여름꽃들에 비해 첫봄의 꽃대들은 대개 지면 가까이에 붙어 따스한 지열의 도움을 받는다.

 

산자고는 햇살이 좋은 아침에는 눈 깜작할 사이에 활짝 피었다가도 구름이 덮이거나 비바람이 불고 어두워지면 꽃부리를 다슬기처럼 길쭉하게 오무려버린다. 

 

연약한 줄기에 비해 화관이 커서 자꾸 꽃모가지 쪽이 바닥에 닿기도 하지만 백합과답게 우아미(優雅美)가 느껴지는 꽃이다.

 

잎과 뿌리가 비슷하기로 노랑꽃의 ‘중의무릇’이나 분홍꽃의 ‘무릇’이 있어 이와 나란히 산자고를 ‘까치무릇’이라고도 하였다.

 

‘까치’는 까치옷(때때옷)처럼 색깔이 알록달록한 대상을 일컬을 때 쓰는 꾸밈말로써 예의 ‘자주색 줄무늬’에서 얻어진 이름이다.

 

산자고의 속명 ‘Tulipa’는 페르시아의 고어 ‘tulipan’에서 유래된 바 꽃모양이 ‘두건을 닮았다’이며, 종소명 ‘edulis’는 ‘먹을 수 있다’는 뜻을 지녔다.

 

난초과의 ‘약난초’를 산자고(약명)라 하여 약으로 쓰나 백합과의 이 산자고 뿌리를 대용하기도 한다. 주로 열로 인한 종기나 종창, 결핵성림프선염, 통풍성관절염 등에 내복하거나 외용한다.

 

특히 항암에 활성반응을 일으키므로 자궁경부암, 폐암, 위암, 피부암 등에 일정한 효력을 나타낸다(유독성).

 

산자고엔 이 약성과 닿아 있는 고부간의 애틋한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산골에 가난하여 장가를 못 간 총각이 있었는데 아들을 밤낮으로 걱정하던 어머니에게 한 처녀가 찾아와서 혼인을 하고 시어머니에게도 지극한 효성을 바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착한 며느리의 몸에선 큰 종창이 번졌고 시어머니는 오직 며느리의 병을 고치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산속을 헤매다 산자고를 만난다.

 

기이한 생각에 산자고의 잎을 짓찧어 며느리의 곪은 데에 발라주니 병처가 씻은 듯이 나았다.

 

그 후로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산자고(山慈姑)라 부르게 되었다 하는데, 간만에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줄거리니 꽃에 얽힌 전설치고 어째 신통방통하다.

 

산자고의 꽃말은 ‘봄처녀’이다. 처녀처럼 수줍은 이미지의 이 꽃말은 가곡 ‘봄처녀’의 노랫말처럼 ‘새봄’의 의미가 강하다.

 

만약 봄의 여성성이 한껏 피어오르는 어감으로 받아들인다면 산자고 꽃은 길손의 가던 걸음을 멈춰 세울 만큼 고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전적 의미로 찾아가면 ‘봄처녀’는 뱀눈나빗과의 ‘봄처녀나비’를 이르며 ‘봄’을 제외하면 이 꽃과의 상관관계는 별로 없어 보인다.

 

산자고는, 봄처녀 제 오시는 날, 나비 같은 며느리와 별님 같은 시어머니가 만나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우리 산하 단 한 종의 토종식물이다.   

 

 ‘봄처녀’라는 꽃말과 함께 ‘며느리를 사랑한 자애로운

시어머니’의 전설을 간직한 산자고는 길가는 나그네의

발길을 멈춰 세울 만큼 고운 봄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