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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가려운 곳 콕 집어 긁어주는 의원 더 없나?

by 호호^.^아줌마 2012. 7. 12.

가려운 곳 콕 집어 긁어주는 의원 더 없나?

 

나주시의회가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놓고 의사당을 떠나 장외에서 치고받기를 계속할 즈음 시민들은 너 나 없이 “또 병이 도졌군!” 하며 혀를 찼다.

 

어차피 자신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좇아 이합집산하기를 밥 먹듯 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속성이라 생각했지만 언제까지 이런 추태를 계속 지켜봐야 하나 신물이 나던 터였다.

 

6월 마지막 날, 장마가 몰려온다는 소식에 신문사에서 주최하기로 했던 6월 들꽃탐사를 취소하기로 하고, 200명 남짓한 사람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던 중에 사무실로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장마통에 영산강에 돼지똥을 퍼다 버리는 나쁜 사람들이 있으니 빨리 가서 취재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하던 일을 마저 하고 가려니 하던 터에 다시 전화가 걸려와 “왜 아직도 안 가고 있느냐?”며 불호령이 떨어졌다.

 

부랴부랴 취재장비를 챙겨 구진포 가는 길로 차를 몰고 가니 대체나 영산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샛강에서 분뇨수거차가 막 장비를 수거해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급히 차에서 내려 자초지종을 물어보려던 차에 낯이 익은 얼굴이 보였다. 바로 나주시의회 김판근 의원이었다.

 

“아니, 의원님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일단 따라와 보라”며 문제의 분뇨차를 몰고 현장을 뜬다.

 

한참 따라 올라가다 보니 송월동 사격장 뒤편 산언저리에서 차가 멈춘다. 그리고 호스를 내리고 물을 품기 시작하자 잠시 후 논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자초지종은 그랬다. 천수답을 경작하는 농민들이 장마가 오기만을 기다려 모내기를 하려 했으나 겨우 반나절 찔끔 내리고 말자 부족한 물을 김 의원이 자신의 사업체에서 운영하는 분뇨수거차를 이용해 물을 퍼다 날라주고 있었던 것이다.

 

김 의원의 이같은 물 퍼주기 봉사는 이번만이 아니라고 한다. 회기 중에는 새벽에 물을 퍼 주고 등원을 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현재 의장단 선거를 놓고 밀고 당기는 싸움을 벌이는 중심에 서 있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럴지라도 주민들은 자신들의 가려운 곳을 찾아 긁어주는 김 의원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사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지나면 돌연 태도를 바꾼다. ‘주민 여러분이 나의 주인’ 운운하는 달콤한 말도 그 시기만 지나면 그게 아첨이었구나 하는 걸 다 알게 된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풀뿌리민주주의의 주무대인 나주시의회가 감투를 놓고 싸우는 꼴을 보면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랬을까.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오늘날의 정치는 불학무식한 깡패들에게나 알맞은 직업”이라고 풍자했다는 2,500년 전의 고사를 연상시키는 곳이고, ‘까마귀 싸우는 골’이 있다면 아마 그곳이 아닐까 싶다.

 

전직대통령 가운데 딱히 존경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새해를 맞아 자택으로 세배를 온 정치인들에게 새해덕담으로 전했다는 말이 퍼뜩 떠오른다.

 

“정치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정의로워야 한다”며 정자정야(政者正也)라는 말을 휘호로 남겼다고.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황금색 번쩍이는 의원 뱃지를 찬 채 고무다리를 긁는 의원이 될 것인지,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콕 집어서 시원하게 긁어주는 의원이 될 것인지, 선택은 당신들의 몫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바로 2년 뒤 선거를 통해 나타난다는 사실을 제발 기억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