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이야기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친대서야

by 호호^.^아줌마 2012. 9. 10.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친대서야

 

나주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사건을 두고 나주가 온통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에서, 통영에서, 또 어디에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온 국민이 가슴을 치며 통분하고 있지만 여전히 흉악한 범죄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은 가운데 나주시민들은 지난 열흘 동안 온통 신문과 방송, 인터넷 메인화면을 장식하는 ‘나주’라는 두 글자에 지은 죄 없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안타깝고 좋지 않은 소식이라 해서 “남우세스러우니 이제 그만 두자” 하는 건 너무 섣부른 주장이 아닐까.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사건이지만 기왕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이제 두 번 다시는 이런 흉악한 범죄에 우리 아들, 딸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지역사회가 똘똘 뭉쳐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급선무가 아니겠는가.

 

더구나 이번 사건의 악몽이 뇌리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고종석 사건을 모방한 범죄가 나주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대다수 시민들은 모른 채 넘어가고 있다.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오를 것을 염려한 수사당국의 ‘철통보안’ 때문이었으리라.

 

지난 8일 나주의 한 농촌마을에서 대낮에 여자 중학생이 괴한에 납치돼 승용차에 실려 끌려가다 경찰의 발 빠른 공조수사로 한 시간만에 납치범이 검거되면서 여학생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번에는 함평경찰의 활약이 컸다.

 

경찰의 발 빠른 수사력에 감탄할 여유도 없이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우리의 아들, 딸, 부녀자들이 밤거리도 아닌 백주대로와 집안에서 납치되는 이 험악한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미리 막지 못하고 일을 당한 다음에야 수습하는 것을 탓하는 말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번번이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서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 단적인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이번 고종석 사건을 계기로 으슥한 골목길과 빈집, 공터가 많은 이른 바 우범지대로 불리는 주택가와 공원지역에 방범용 CCTV와 가로등 시설을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하지만 나주시는 지난 2010년부터 이후 지금까지 방범용 CCTV를 단 한 대도 설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한다.

 

지난 200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방범용 CCTV 구입비 등과 같은 치안사무 관련 예산을 지자체의 지방비가 아닌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경찰청 주관이 된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은 사실상 CCTV 설치 및 운용에 손을 놓고 있다.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32조 경비지출의 제한 규정에 의거한 방범용CCTV의 구입비 등이 이에 따라 지방비가 아닌 경찰청 예산에서 배정토록 한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예산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고 나주시는 “국가에서 못 하게 하고 있다”며 팔짱을 끼고 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과 부녀자들은 범죄의 위협에 떨어야 하고, 농촌지역에서는 애써 가꾼 농작물을 하루아침에 도난당하는 사고에 속수무책으로 방치되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 나주시내에 설치돼 있는 CCTV도 녹화기능이 없이 단순히 지나가는 사람들 모습만 비춰주는 주정차단속용 기기가 대부분이고, 정작 우범지대에 운영되고 있는 CCTV 역시 화소수가 턱없이 낮아 밤이 되면 아예 먹통이 되고 마는 게 대다수란다.

 

한 마디로 있어봐야 ‘계륵’에 지나지 않는 장비를 두고도 나주시는 정부 탓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년과 올해 적극적으로 CCTV를 보강하고 있는 여수와 순천, 목포, 광양 그리고 고흥과 해남, 화순군은 이같은 규정을 몰라서 예산을 쓰고 있다는 말인가.

 

시민들을 범죄로부터 지키는 데 더 없이 유용한 장비가 되고 있는 방범용 CCTV가 경찰과 시가 핑퐁을 하는 사이, 우리가 모르는 얼마나 많은 위협이 도사렸을까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해진다.

 

시민들 보안과 복지를 위해서라면 방범용CCTV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설치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에 대책을 건의해야 마땅할 것이다.

 

나주시는 더 늦게 전에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