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주시가 나주 출신 월북음악가인 고 안성현 선생에 대한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난 19일 나주고등학교 시청각실에서 안성현음악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나주시 안성현기념사업 특정단체 주도 잡음 무성
“정치편향단체 내세워 사업 순수성 먹칠할라!”
추진위원회 정체성 불투명 지역문화예술계 반발
나주시가 역사적 인물선양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월북음악가 고(故) 안성현(1920~2006)선생 기념사업을 두고 지역 문화예술계가 들썩이고 있다.
더구나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가 급조된 데다 정체성마저 모호해 사업의 순수성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7일 남평초등학교를 시작으로 19일 나주고, 22일 영산고 등 나주에서 잇달아 안성현음악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안성현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박종주)가 주최하고 꿈꾸는예술(대표 정찬경)과 안성현노래연구회(회장 최정웅)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나주시가 역사인물선양사업의 일환으로 5천5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해 추진되고 있다.
이날 음악회에서는 김백호·이환희·임선아·정찬경 등 중견성악가들이 출연해 안성현 선생이 작곡한 ‘엄마야 누나야’ ‘부용산’ ‘내 고향’ ‘진달래’ 등 4곡의 노래를 비롯, 동요와 외국가곡 등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이날 음악회 소식은 전해들은 지역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놓고 있다.
나주시가 안성현 기념사업을 문화예술사업과 전혀 무관한 특정 시민단체와 특정 기획사에 몰아주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시민 J씨는 “나주시와 정치권에 유착해 활동해 온 단체가 안성현 기념사업을 추켜든 자체가 의아스러운 일인데, 나주시가 이 단체에 안성현 사업을 떠맡긴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의아해 했다.
안성현노래연구회 한 관계자는 “2009년도에 지석강변에 ‘엄마야 누나야’ 노래비를 건립한 뒤 안성현 선생에 대한 기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나주시에 여러 차례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올해 새희망나주포럼 박종주 대표 등이 참여하게 되면서 사업비도 나오고 음악회도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06년부터 남평 주민들과 출향인사를 중심으로 순수 풀뿌리음악운동으로 시작된 안성현 기념사업이 회원들의 힘만으로는 진전이 없다가 일단 나주시가 사업을 추진하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그동안 수집한 자료와 활동성과들을 모두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주시는 지난 1월부터 새희망나주포럼 박종주 공동대표와 안성현노래연구회 최정웅 회장, 나주시연예예술인협회 김관선 회장 등과 안성현 기념사업 추진에 대해 논의를 해오다 지난 7월께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시의원, 동신대와 고구려대 음악학과 교수, 출향인사 등 21명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번도 모임이 이뤄지지 않다가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면서 안성현 선생에 대한 구술채록과 보고서 작성, 원곡에 대한 편곡, 카메라 장비 구입, 보고회 및 음악회 등의 명목으로 나주시가 5천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
지난 21일 나주시에 추진위원회 명단을 확인한 결과 현재 추진위원은 안성현노래연구회 최정웅 회장과 정찬용 사무국장, 새희망나주포럼 박종주 대표와 김재구 사무처장, 안성현 선생의 손자인 안세준(서울 거주)씨, 김정연 나주시립합창단 지휘자, 김기광 5·18민주유공자나주동지회장, 박재금(남평주민)씨, 임종출 전 나주예총 회장, 김선하 나주음악협회 회장 등 10명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안성현 기념사업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사업논의에 적극 참여해왔던 김관선 연예협 회 회장은 아무런 통보도 없이 회의는 물론 추진위원에서도 빠졌으며, 안성현 노래보급에 남다른 열성을 기울여 온 고구려대 윤대근 교수 등도 추진위원에서 빠져 주위를 의아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주시 문화체육관광과 김관영 과장은 “안성현기념사업추진위원 선정은 ‘위인설관’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중심으로 뽑았다”고 밝히며 “기념사업에 대한 성과는 올 연말까지 활동성과를 보고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나주시가 앞으로 통일시대를 대비해 안성현 선생을 나주를 대표하는 문화아이콘으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동의와 참여가 전제되는 기념사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안성현 선생은 1920년 나주시 남평면 동사리에서 태어났으며, 1936년 말 부친인 가야금산조 명인 안기옥(安基玉,1894~1974)선생을 따라 함경남도 함흥으로 이주해서 살다가 일본에 유학, 도쿄의 도호음악대학 성악부를 졸업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안 선생은 전남여중, 목포항도여중, 광주사범학교, 조선대 등에서 음악을 가르쳤으며, 공연을 위해 동료 음악가들과 평양에 갔다가 삼팔선이 가로 막히면서 월남을 하지 못한 채 북한에서 음악활동을 하며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성현노래연구회 최정웅 회장은 “월북음악가라는 이유로 안성현 선생에 대한 조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도 일부에서는 무용가 최승희의 남편 안막의 조카라고 알려져 있으나 지난달 미망인 성동월 여사를 만나는 자리에서 안막은 죽산안씨이고 안성현 선생은 순흥안씨라 일가가 아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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