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백호 임제의 삶과 문학 국제학술심포지엄
◇ 나주시가 백호문학관 준공을 앞두고 전남대 호남학연구원에 의뢰해 마련한 백호 임제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지난달 30일 나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서옥설(鼠獄設) 원작자 놓고 한중일 학계 의견 분분
중국 푸단대 황현옥 교수 “중국, 북한, 러시아 의심 없이 임제 작품으로 간주”
일본·국내 발표자 “임제 원작이라 할 구체적 근거 없어 단언 어려워” 유보적 입장
백호 임제 선생의 작품이다, 아니다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한문소설 ‘서옥설(鼠獄設)’을 두고 한국과 중국, 일본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빚어졌다.
지난달 30일 나주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백호 임제의 삶과 문학’ 한중일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중국 푸단대학교 황현옥 교수<왼쪽 사진>는 “한국에서는 서옥설이 작자 미상으로 임제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중국, 조선(북한), 러시아에서는 의심할 나위도 없이 임제의 작품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한 근거로 중국에서 출간된 ‘한국문학사’ ‘조선문학통사’ 등 5권의 책과 북한의 허문섭이 펴낸 ‘조선문학사’ 등 6권의 책, 그리고 러시아출신 문학가인 이복청(李福靑) 등이 서옥기(서옥설)을 임제의 작품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북한에서 출판한 책에서 맨 처음으로 서옥설을 임제의 작품으로 취급했을 것이며, 이후의 학자들은 그것을 참고하면서 임제의 작품으로 확신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서옥설 작가논쟁은 계속 탐구해 보자고 전했다.
이어서 일본 오사카시립대 노자키 미츠히코 교수는 일본인으로서 임제 선생의 시에 매료돼 임제 선생에 대한 자료수집과 저술활동을 했던 나카이 겐지(1922~2007)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서옥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자키 교수<오른쪽 사진>는 나카이 겐지가 1996년에 펴낸 서간문에서 ‘서옥설의 작자가 누구인지를 전하는 문헌자료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모름지기 이 소설의 득의양양한 기법과 문장표현의 여러 특성 등을 꼼꼼히 조사하여 임제의 작품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논증해야 한다’고 밝힌 부분을 전했다.
그러면서 노자키 교수는 “(나카이 겐지가) 북한에서 원생몽유록이나 화사, 수성지와 나란히 서옥설을 어떤 확실한 근거도 없이 임제의 작품으로 여기고 있는 것을 비판하면서도 새로운 접근법에 의한 연구의 필요성을 말한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원생몽유록과 임제’를 주제로 발표한 전남대 신해진 교수는 발표를 끝내기에 앞서 서옥설에 대한 논란에 대해 입장을 언급했다.
신 교수는 “서옥설이 임제의 작품이라고 보는 견해는 북한의 박충록이 지은 조선고전문학선집이 근거가 되고 있으나 한문을 한글로 번역해 놓은 내용을 보면 1/3이 원문에 없는 내용이고, 2/3가 오역”이라며 “서옥설의 원작자가 임제라는 결론은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는 나주시가 33억 원을 들여 나주시 다시면 회진마을에 건립한 백호문학관 준공을 앞두고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에 의뢰해 마련됐다.
하지만 이날 일본학계 대표로 참석한 노자키 미츠히코 교수는 “한국고전문학을 전공했지만 백호 임제의 연구자가 아니며, 한시에 대한 조예도 깊지 않아 작품해석도 충분히 검토할 수 없었는데 몇 년 전부터 전남대와 소속 대학이 교류를 해온 인연으로 참여하게 됐다” 밝혔다.
더구나 이날 발표한 ‘나카이 겐지 선생의 연구활동의 재조명’ 내용도 단지 나카이 겐지가 오사카 출신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지난 9월말 나주 임씨 중앙화수회 부회장 임채남 씨가 소지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밝혀 자신의 발표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조선대 이상원 교수도 “백호 임제의 시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적이 없기 때문에 토론을 맡기에 부적절하지만, 주최측의 요청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맡게 됐다”고 밝혀 이번 행사가 국제학술대회라는 요건을 맞추기 위해 급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안겨주었다.
나주임씨백호공문중 대표인 임채준 씨<왼쪽 사진> "백호 선조께서는 살아 생전 호방하고 격정적인 삶을 살다 돌아가셨으나 16세기 당시 선조 때는 거의 이단자 취급을 당하시면서도 1,000수가 넘는 시와 소설과 부 등으로 자기의 사상과 문학 그리고 충정의 애국심을 남김없이 토로하시고 요절하셨다"고 전했다.
임채준 대표는 "그 동안의 어려웠던 시절과 수많은 국난을 당하여 공의 사상과 문학이 어렵게 면면히 이어오다가 돌아가신 지 423년인 오늘에야 겨우 백호문학관이 탄생되고 이를 계기로 이런 행사를 갖게 돼 즐거움을 느끼면서 한편으로 문중은 막중한 책임의식도 느낀다"고 술회했다.
백호 임제 선생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기 위한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지난 11월 30일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주제1 : 중국에서의 백호 임제 문학사상 연구(황현옥 상해 푸단대 교수)
주제2 : 나카이 겐지의 백호 임제 관련 연구활동의 재조명(노자키 미츠히코, 오사카시립대 교수)
주제3 : <원생몽유록>과 임제(신해진 전남대 교수)
주제4 : 백호 임제 한시의 미적 특질(박종우 고구려대 교수)
주제5 : 원생성 자원의 활용방안과 백호문학관(최한선 전남도립대 교수)
주제발표와 토론에 이어 조선대 이종범 교수<사진 가운데>를 좌장으로 하는 종합토론이 펼쳐졌다.
이날 행사에는 나주시민들 뿐만 아니라 백호 임제 선생의 후손들이 많이 참석하여 강의를 경청했으며,
나주임씨백호공종중에서 임제 백호필적을 발간해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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