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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영산중 최진연 교사에게 박수를 보내며..

by 호호^.^아줌마 2012. 12. 7.

영산중 최진연 교사에게 박수를 보내며...

 

 

1992년 무렵으로 기억된다. 나주에서 지역신문 기자로 첫발을 내딛은 뒤 나주지역 시민단체와 연대해서 추진했던 사업들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탐방과 어린이날 큰잔치 같은 행사였다.

 

아무도 발을 디뎌본 적이 없는 것 같은 반남고분군을 찾아 그 무성히 자란 잡초들 사이로 동산처럼 솟아있던 무덤들을 보고 아이들은 물론, 나도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린이날이 되었다. 당연히 어린이날은 가정에서 뭔가를 해주는 날로 여겨왔는데 남산공원에 모아놓고 큰잔치를 벌인다지 않은가. 처음 몇 년은 취재기자로 참가했고, 그 뒤 몇 년은 공동기획자로 함께 참여하면서 지역사회가 아이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 준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함께 했던 단체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나주지회, 바로 전교조였다. 그리고 늘 그런 자리에서 마주치던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영산중학교 앞에서 이 한겨울 엄동설한에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최진연 선생이다.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치던 지난 5일 밤, 늦은 퇴근길에 그와 그의 동지들이 함께 농성하고 있는 천막을 지나며 가슴이 시렸다. 그의 마음은 뜨거울지 모르지만 몸은 상을 에는 추위에 떨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지난달 22일 학교에서 예정된 2차 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천막농성에 들어갔으나 열하루 만에 돌아온 것은 파면통고였다.

 

27년 동안 일해 온 모교이자 일터인 학교에서 파면당하는 과정이 이미 예상 못했던 바가 아니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얼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감추지 못했다.

 

총동문회와 동료교사들, 나주지역 23개 시민단체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최 교사의 징계 중단을 요청했지만 학교측은 요지부동이었다.

 

징계위원회가 최 교사에게 보낸 징계 의결서에 따르면, 재단이 징계의결요구서로 통보한 과도한 사회단체 가입, 학부모의 진정서, 이사장에게 위협적인 행동 등 5개의 징계혐의를 그대로 인정해 이것이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을 위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징계사유는 2010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가 적법하지 않다는 결정을 해 정당성이 없었진 지 오래다.

 

당시에도 학교 측은 최 교사의 사회단체 활동으로 인한 수업지장을 우려하는 동문과 지역민과 학부모 등 20명의 진정서 접수를 이유로 3월 초부터 최 교사에게 수업 배정을 하지 않았다. 이에 최 교사는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청을 청구했던 것.

 

이를 조사한 소청심사위는 그해 12월 “사회단체 활동으로 인한 학생수업의 지장에 대한 뚜렷이 확인된 증거 없이 단지, 성명만 기재돼 있고 주소와 인정사항 등이 기재되지 않은 진정서만으로 교사의 본질적인 권리와 의무인 수업을 미배정한 것을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수업금지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이때 사용한 학부모 진정서를 그대로 징계사유로 사용했다.

 

더구나 일부 학부모들에 따르면, 학교에서 제시한 학부모 진정서는 날짜가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 학교 측이 밝힌 진정서 날짜는 2010년 3월로 돼 있으나 사실은 2010년 8월 중순에 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당시 서명에 참여했던 한 학부모가 증언하고 있다.

 

최 교사는 이번 파면조치에 대해 교과부에 소청심사를 청구하기 위해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매일 아침 등굣길과 하굣길에 자신들의 선배이자, 스승이었던 최 교사의 말 없는 시위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또 언제, 어떤 이유로 최 교사와 같은 처지에 내몰릴지 모르는 다른 교사들의 비애는 오죽할까.

 

교문 앞과 시내 곳곳에 펄럭이는 최진연 교사 부당징계 철회 현수막을 바라보면 한숨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