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에세이<34>…노루오줌(落新婦)
◇뿌리가 많고 촘촘한 노루오줌은 한약재뿐만 아니라 장마철 토사의 유실을 방지해주는 지피식물로도
빼어나 정원의 비탈진 곳이나 나무그늘, 연못가에 심어주면 좋다.
신부처럼 순결하고 부케처럼 아름다운 꽃…노루오줌(落新婦)
학명: Astilbe rubra Hook.f. & Thomson var. rubrau
쌍떡잎식물강 장미목 범의귀과 노루오줌속의 여러해살이풀
식물에 이름을 달 때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의 성씨나 이름을 붙이는 것은 꽃으로선 차마 실망이다. 호랑이든 곰이든 사슴이든 싸구려 개나 닭일지언정 대명사격이 붙어도 붙어야지‘사람’이라는 생물종에 한참 모자란 일개 김씨 이씨나 던져주면 이제 겨우 첫 세상에 불려나오는가 싶었다가 곧 그 집 대문에 갇혀버리는 꼴 아닌가.
그것은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생태와 외모와 성격을 단박에 눈치 챌 수 있는 어떤 비유, 즉 하늘이든 땅이든 삿갓이든 우산 같은 것이라도 좀 뒤집어쓰고 싶은 꽃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이다.
뿌리에서 특유의 냄새가 난다하여 이름 부른 『노루오줌』은 어떤가. 덕분에 노루귀, 노루발풀, 노루궁뎅이버섯에 이어 노루목의 길 풍경이 한결 유쾌해졌다.
모두가 웃어주는 이 이름은 그러나 연분홍빛 꽃자루가 너무도 부드럽고 화사하여 그 느낌이 도회지의 아가씨처럼 무안하다.
실로 반전의 순간이다. 게다가 흰꽃으로 고개를 숙인 「흰숙은노루오줌」은 드레시한 신부의 모습처럼 달콤하니 한자 이름 「낙신부(落新婦: 약명)」라 부르는 이유에 딱 들어맞는다.
『노루오줌』의 영어명 'False Spirea'는 ‘가짜 조팝나무’이다. 또 다른 영명 ‘False Goat's Beard’는 ‘가짜 「눈개승마(뜻: 산양의 수염)」’이다.
즉 ‘산양의 수염’을 닮았고, ‘조팝나무 꽃’을 닮았으며 ‘말의 꼬리(중국에서는 「마미삼(馬尾蔘)」이라 한다.)’ 를 닮았다. 이 모두 노루오줌의 꽃에서 얻은 털빛 묘사다.
한국에 자생하는 노루오줌속은 숙은노루오줌, 흰숙은노루오줌, 둥근노루오줌(전남, 황해), 진퍼리노루오줌(충북, 경기, 강원), 한라노루오줌(제주 특산), 외잎승마(압록강 상류) 등이 있다.
한의학에서 노루오줌의 전초를 ‘소승마(小升麻)’라 하여 약으로 쓰는데,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서늘하다.
플라보노이드, 쿠마린, 사포닌이 들어있으며 기침을 멈추고 해열하며 해독하고 진통하는 작용이 있어 타박상, 관절염, 근육통, 위통 등을 다스리는데 사용하였다.
(뿌리가 붉은 빛을 띠기 때문에 ‘적승마(赤升麻)’라고도 하지만 승마의 목적으로는 쓰지 않는다.) <사천중약지>에는 "청열지한(淸熱止汗: 열을 내리고 땀을 그치게 함.)하며 머리가 아프고 목덜미가 강직되는 증상 및 허리와 등골이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고 적고 있다.
뿌리가 많고 촘촘한 노루오줌은 한약재뿐만 아니라 장마철 토사의 유실을 방지해주는 지피식물로도 빼어나다. 정원의 비탈진 곳이나 나무 그늘, 연못가에 심어주면 좋다.
보통 원예품종으로 개량하여 곳곳에 식재하는 것은 「서양노루오줌(아스틸베)」이다. 노루오줌 꽃에 비해 색이 다양하고 키는 조금 작은 편으로 웨딩부케로 인기가 높다.
세상에서 이름을 얻는다는 것은 참으로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노루오줌’으로도 세간에 큰 사랑을 받는 것은 그만큼 낯빛이 곱고 나누어줄 재능도 많기 때문이리라. 더욱이 자신의 이름을 낮추고 상대의 이름을 높이는 성품이라면 이에 대고 삿대질할 손가락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전남타임스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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