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에세이<35> 엉겅퀴(大薊)
아가씨처럼 해맑고 어머니처럼 강인한 꽃…엉겅퀴(大薊)
학명: Silybum marianum
쌍떡잎식물강 초롱꽃목 국화과 엉겅퀴속의 여러해살이풀
엉겅퀴야 엉겅퀴야
철원평야 엉겅퀴야
난리통에 서방 잃고
홀로 사는 엉겅퀴야
갈퀴손에 호미 잡고
머리 위에 수건쓰고
콩밭머리 주저앉아
부르느니 님의 이름
엉겅퀴야 엉겅퀴야
한탄강변 엉겅퀴야
나를 두고 어디 갔소
쑥국소리 목이 메네
전쟁 중에 남편을 잃고 홀로 자식들 키우며 한스럽게 살아가는 여인. 그 그늘이 보이는 민영의 시 ‘엉겅퀴꽃’ 이다.
몸은 붉고 손은 쩍쩍 갈라졌으며 세상사 어디든 흔하여 내세울 것 없으니 밭가에서 홀로 목이 메는 ‘서러운 꽃’이다.
국화과의 엉겅퀴속은 세계적으로 약 250종이 있으며 정영엉겅퀴, 버들잎엉겅퀴, 큰엉겅퀴(장수엉겅퀴), 고려엉겅퀴, 도깨비엉겅퀴 등 우리나라에는 약 11종이 자란다.
특히 바늘엉겅퀴(탐라엉겅퀴)는 제주도 특산이고, 섬엉겅퀴(물엉겅퀴)는 울릉도 특산으로 유명하다.
『엉겅퀴』는 가시가 많아 ‘가시나물’이라 부른다. 날카로운 바늘잎이 사나운 짐승 같아 호계(虎薊), 묘계(猫薊)이며, <본초강목>에는 야홍화(野紅花: 들에 핀 붉은 꽃, 또는 들잇꽃)라 하였다. <본초도경>에서는 계항초(鷄項草: 닭의 덜미 같은 풀)이며, 꺾으면 줄기에서 흰 즙액이 나오므로 ‘소젖풀’이고, 영명으로 밀크시슬(milk thistle)이다.
『엉겅퀴』의 약명은 「대계(大薊)」이며 민간에서는 ‘항가새’라 하여 약용한다. 이와 비슷한 용도로 쓰는 「조뱅이」는 약명이 「소계(小薊)」이며 민간에서 ‘조방가새’라 하여 약용한다.
대계의 ‘계(薊: 삽주 또는 상투란 뜻)’는 또한 ‘기(冀: 바라다)’라는 뜻으로, 병이 열(熱)한 것은 청량을, 냉(冷)한 것은 조화를, 약한 경우는 강해지기를, 문란한 것은 다스려지기를 ‘바라는’ 것이라 하였다.
필자가 전엔 아마릴리스나 흑장미, 포인세티아처럼 밀도가 높은 빨강을 좋아했다. 화가로서 생색을 내자면 빨강은 색상환에서 ‘채도가 가장 높은 색’이다.
그런데 그 피 같던 취향도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드니 어느 덧 스무스한 핑크로 변해있었다. ‘맑음’은 또 바라보는 자의 마음을 사무치게 하는 ‘순도 높은 그리움의 색’이다. 상투꼭지를 닮은 꽃봉오리야 삽주나 거기서 거기지만 빛깔만큼은 단연 할아버지 대 손주아가씨다. 야생에서 만나는 맑은 핑크의 대표 꽃은 바로 「자란」이나 「엉겅퀴」가 아닐까 싶다.
유럽인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엉겅퀴의 씨를 간장 해독제로 사용했다. 뉴질랜드에서도 약국에 가면 간경화, 간염, 담낭질환 등 간장약의 상표에 엉겅퀴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대계」는 간, 비, 신경으로 들어가며, 맛은 달고 쓰고 성질은 서늘하다. 이런 약성을 이용하여 열로 인한 각종 출혈과 급성간염, 고혈압, 신경통 등 여러 파트에 사용하며, 콜레스테롤의 레벨도 낮추고, 당뇨병을 치료하며 전립선암도 예방한다.
즉, 지혈과 파어혈, 소염, 혈압강하작용 등이 있다는 뜻이다. 간과 담낭을 보호하는 효능이 뛰어난 실리마린(silymarin)과 간의 해독작용을 지원하는 글루타티온(glutathion)의 분비량도 크게 증가시켜 준다고도 한다.
하루는 마을 이장님이 뭘 뽑아 뒤춤에 한 다발을 달고 가기에 물었더니 노모께서 다리를 다쳤다 한다. 관절염이나 타박상의 통처에 달여 마시고 즙을 내어 바르면 잘 낫는다는 사실을 시골 분들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엉겅퀴는 세상 모든 억센 풀을 대신한 우두머리 격이다. 어머니는 비록 여자의 몸이지만 자식들 앞에서는 쇳덩이요 불덩이다. 한을 삭이고 설움을 녹이는 강인한 눈물이 있다. 눈물마저 빼앗아간 난리통의 바늘엉겅퀴처럼, 어머니는 가슴속에 헬 수 없는 돗바늘을 꽂고 살았다. /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전남타임스 기고글>
◇ 세상 모든 억센 풀을 대신한 우두머리 격의 엉겅퀴꽃.
가시가 많아 가시나물로도 불리는 엉겅퀴는 열로 인한 각종 출혈과 통증, 당뇨병을 치료하며 전립선암도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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