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에세이<33>
◇ 삼지구엽초의 꽃말은 ‘비밀’, ‘회춘’이고 ‘당신을 붙잡아 두다’이다.
길게 나온 꿀주머니가 거미의 다리를 닮았고 매발톱꽃이나 닻꽃과도 닮아
약초꾼뿐만 아니라 탐화가들의 눈도 사로잡는 삼지구엽초꽃
음탕한 양이 잘 먹는 콩잎을 닮은 풀…삼지구엽초(淫羊藿)
학명: Epimedium koreanum Nakai
쌍떡잎식물강 미나리아재비목 매자나무과 삼지구엽초속의 여러해살이풀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는 고작 삼십 센티미터 남짓한 작은 키로 인기가 황기나 인삼에 뒤지지 않는다. 세 가지에 각각 세 장의 잎이 피므로 그렇게 부른다는 이름풀이에 이르기까지 세간의 입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나 정작 이 약초를 실물로 본 사람은 많지 않고 식생대가 중부 이북임을 아는 이도 썩 드물다. 남부의 산행에서 흔히 오인하는 식물은 삼지구엽초가 아니라 잎차례가 비슷한 ‘꿩의다리’들이다.
5월부터 피는 흰빛의 꽃은 길게 나온 거(距: 꿀주머니)가 거미의 다리를 닮았고 매발톱꽃이나 닻꽃과도 유사한데 또 마치 홍학의 다리 같이 가는 줄기로 곧추서서 지상을 향해 아홉 잎을 일제히 수직으로 꺾는 기교는 ‘깽깽이풀’을 넘나든다.
그러니까 삼지구엽초는 약초꾼의 손만 아니라 탐화가들의 눈도 사로잡는 초화계의 가인이다.
<동의보감>에는 ‘양이 하루에 백편합개(百遍合盖 수없이 교미함)하는 것은 이 풀을 먹는 소치이므로 이름을 음양곽(음탕한 양이 잘 먹는 콩잎을 닮은 풀)이라 부른다.’ 하였고,
또 방장초(放杖草)라고도 하는데, 칠순 노인이 우연히 산에서 이 풀을 먹고 음욕이 솟아 ‘지팡이(杖)를 내던지게(放) 한 풀’이라는 뜻이다.
선령비(仙靈脾)라는 이름도 있다. 이는 삼지구엽초의 잎 모양을 견주어 붙인 이름이 아닌가 싶다.
즉 ‘비(脾)가 몸의 중앙에 있고, 위완부를 싸고 있으며, 말발굽 혹은 낫 모양’이라 한 <동의보감>의 형태 묘사가 삼지구엽초의 잎 모양과 잘 오버랩 된다. 가히 ‘신선의 비장’다운 약효의 비유이리라.
「음양곽(淫羊藿 약명)」은 조금 맵고 달며 성질은 따뜻하다.
주로 신, 간경에 작용하여 보신장양(補腎壯陽 신을 보하고 양(陽)을 왕성하게 함.) 경중양통(莖中痒痛 생식기가 가렵고 아픔), 사지구급(四肢拘急 손발의 경련증), 음위증(陰痿症 남자 양기의 발기 불능), 요슬무력(腰膝無力 허리와 무릎에 힘이 없음.), 유뇨(遺尿), 빈뇨(頻尿), 유정(遺精), 풍습비통(風濕痺痛 풍습으로 인한 통증) 등을 치료한다.
북한의 <동의학사전>은 “신양(腎陽)을 보하고 정기를 도우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풍습을 없앤다.”하였다. 꽃말은 기대했던 대로 ‘비밀’이다. ‘회춘’이고 ‘당신을 붙잡아 두다’이다.
약효가 이쯤 되면 누구라도 솔깃하여 두리번거리게 되는데, 그렇다고 개체수가 적은 야생의 것을 찾아나서는 것은 마뜩치 않다. 마땅히 몇 포기 사다가 뜰에 가꾸어 늘리고 분에 나누어 감상하면서 차도 만들고 술도 담고 탕약도 달이는 쪽의 재미를 권한다.
『삼지구엽초』는 반음지성 식물로 광 투과 및 상대조도가 매우 낮은 곳에서 자라며 햇빛에 노출되었을 때 생육장애가 올 수 있다. 또 유기물이 풍부한 생육지의 토양 조건을 고려하여 속효성 화학비료나 부엽토보다는 우분발효퇴비를 시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채취 시기는 2차 대사산물인 플라보노이드의 축적이 최고 수준에 이르는 9월 중순 이후가 적기다.
갱년기에 들면 모두 몸이 허약해지는데 남자는 정력이 뚝 떨어지고 여자는 생식력을 잃게 된다. 비로소 늙어감을 실감하는 시기이다. 더욱이 지치고 무력해지는 여름철, 음양곽에 맥문동이나 천문동, 황기와 오미자를 넣어 달여 마시면 심장의 열을 내리고 보신하며 진액을 늘리는 효를 씩씩하게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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