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들꽃이야기

김진수의 들꽃에세이<37> 박주가리(蘿藦子)

by 호호^.^아줌마 2013. 8. 31.

김진수의 들꽃에세이<37>

 

은빛 나이에 허리춤에 묶고 다닐 덩굴풀…박주가리(蘿藦子)

 

학명: Metaplexis japonica

쌍떡잎식물강 용담목 협죽도과 박주가리속의 여러해살이풀

 

 

『박주가리』의 속명 Metaplexis는 ‘Meta(변화 또는 나중)‘와 'plexis(짜다 또는 엮다)’의 합성어로 이루어져 있다. 자라면서 덩굴이 서로 엮이어 변화해 가는 박주가리의 생태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남녀가 교접하듯 서로 엉키어 「교등(交藤)」이라고 불렀다. 7~8월에 피는 꽃은 종모양이며 작은 꽃잎이 다섯 갈래로 나뉜다. 보통 연한 분홍빛인데, 마치 색실로 수를 놓은 듯 뽀송뽀송한 섬유의 질감이다. 그래도 코끝의 향기는 매혹적이다.

 

씨를 가득 품고 있는 열매의 특징을 따라 새박, 새박덩굴, 새박뿌리라고도 불리는 박주가리는 모양이 표주박보다는 양 끝이 뾰족한 ‘여주’에 가깝고 겉도 울퉁불퉁하다.

 

신기하게도 사람의 피부에 난 울퉁불퉁한‘사마귀’를 없애주는 능력이 있다 한다. 줄기를 꺾으면 뚝뚝 떨어지는 하얀 즙액은 곤충에 물린 부위나 종기, 두드러기 등에도 바르고 또 통유작용이 있어 산모의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도 쓴다.

 

사람의 모유는 갓난아기가 먹지만 박주가리의 뜨물은 진딧물이 먹는다. 잘 익은 열매의 속은 바글바글 곤충들의 천국이다. 어쨌든 열매의 질감과 즙의 빛깔을 인간의 몸에 적용해 보니 재미있다.

 

그리하여 다 익은 꼬투리는 어느 날 ‘흥부의 박’처럼 반으로 쩍 벌어진다. 바야흐로 가을. 산들바람 불고 달빛 좋은 날 저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기러기처럼 훨훨‘먼 여행(꽃말)’을 떠난다.

 

박주가리의 흰 날개깃은 명주실처럼 빛나고, 안개처럼 보드라우며, 햇살처럼 가볍다. 열매를 꽉 붙잡고 있는 이 하얀 날개를 상처 난 부위에 붙여 지혈하고, 과거에 도장밥의 재료나 할머니의 바늘겨레에 넣기도 하였다.

 

 

◇ 박주가리 꽃과 열매

 

 

근래에 필자가 화순에 터를 잡고 울타리를 치는데 봄으로 맨 먼저 기어오르는 덩굴친구가 바로 메꽃과 박주가리였다.

 

낯선 땅에 날아와 은빛 세간을 푼 감회는 그러매 토박이 메꽃보다는 떠돌이 박주가리에 더 끌린다. 야릇하게도 아내는 이 넝쿨을 걷어와 발효액을 담갔다.

 

박주가리의 약용부위는 전초이지만 주로 줄기와 잎과 꽃에서 취하고 씨와 뿌리는 따로 라마자(蘿藦子), 나마근(蘿藦根)이라 하여 약재로 이용한다.

 

뿌리가 가늘어서 소시지처럼 통통한 큰조롱(백수오)에는 못 미처도 약성에서야 뒤질 게 없다.

 

『박주가리』는 달고 맵고 따뜻하며 심(心), 폐(肺), 신(腎)으로 들어간다. 정액과 골수를 보하여 익정(益精)한다.

 

따라서 음위증을 비롯한 조루, 몽정에도 유효하다. 한련초나 큰조롱처럼 머리카락을 검게 하며, 실새삼(토사자)이나 쇠무릎지기(우슬)처럼 허리와 무릎을 튼튼하게 한다.

 

대하를 다스리고 하지부종을 내리며, 열매껍질(果殼)은 천장각(天漿殼)이라 하여 기침과 가래에 쓴다.

 

오늘날 우리 현대인들이 무엇을 먹고 살아야 저 암을 비롯한 난치의 표독한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화공물질로 온 몸이 절어 만신창이가 된 다음에야 알면 뭐한가.

 

또 지천으로 널려있는 생약을 모르고 불안 속에서 병원을 찾는 습관은 고쳐져야 한다. 너무 겁내지 말고 상식을 늘려 제 몸에 직접 넣어보는 ‘풀공부’를 시작해 보자.

 

들꽃탐사에 참여한 분들에게 지나치듯 한번만 일러주어도 독이 있는 식물을 잘 가려내는 것을 보았다. 그 정도의 터득이면 받을 자격이 있다. 만 가지 풀이 전해주는 기막힌 치유의 탕약사발을!  /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전남타임스 기고글>

 

 

 

 

 

 

 

 

 

 

 

 

 

 

 

 

 

 

 

◇ 박주가리의 줄기를 꺾으면 뚝뚝 떨어지는 하얀 즙액은 곤충에 물린 부위나 종기, 두드러기 등에도 바르고 또 산모의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