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에세이<47>…꾸지뽕나무(柘木)
누에에서 사람에게로 다가온 뽕…꾸지뽕나무(柘木)
학명: Maclura tricuspidata
쌍떡잎식물강 쐐기풀목 뽕나무과의 낙엽소교목
『꾸지뽕나무』는 일종의 야생뽕나무이다. 그래서 ‘산뽕나무’란 뜻으로 「자상(柘桑)」이며, 나무줄기에 가시가 나 있어‘가시나무 뽕’이라는 뜻의 「형상(荊桑)」을 쓰기도 한다.
「자목(柘木: 약명)」의 ‘柘’는 산뽕나무 외에‘적황색’의 의미도 담겨있다. 적(赤)은 꾸지뽕나무의 열매와 어울리고 황(黃)은 그 뿌리에 걸맞은 색이다. 이 나무로 염료를 낼 수 있어 「자황(紫黃)」이라고도 하였다.
학명 트리쿠스피다타(tricuspidata)는 ‘세 개의 뾰족한’이라는 뜻으로 잎 모양에서 빌려온 이름이다. 하지만 대개는 둥근 편이며, 「뽕나무」의 잎이 얇고 넓고 톱니가 발달한 데 비해『꾸지뽕나무』는 아담하고 미끈하여 차라리 감잎과 유사하다.
열매도 크고 둥글고 빨개서 ‘오디’와는 딴판이다. 디 가서 층층나무과의 산딸나무를 닮아왔다. 크기는 탱자만하고 몇 개씩 탐스럽게 붙는데 잘 익으면 꽤나 달콤하다. <아래 사진>
잎의 뒷면과 어린 가지에는 융모(絨毛: 길이가 일정하지 않은 털이 서로 엉킨 것)로 덮여있고, 암수딴그루이다.
병충해에 강해 전남 영광 어느 곳에 뽕나무 밭과 꾸지뽕나무 군락이 나란히 섰는데, 뽕나무는 병해를 받아 초라해져도 꾸지뽕나무들은 끄떡없이 해마다 그 곁에서 왕성했던 것을 기억한다.
이름의 유래를 말할 때, 잎으로 누에를 기를 수 있는 뽕나무에 가까운 나무라서 ‘굳이 뽕’이라 불러주었다가 차차 소리음을 따라 ‘꾸지뽕’으로 변했다 한다.
비록 ‘집뽕나무’만은 못하지만 이것의 잎으로 친 누에에 ‘가시 棘’을 써서‘극잠(棘蠶)’이라 하였다.
「활뽕나무」는 중국에서 얻은 이름으로, 잘 휘어지면서 재질이 매우 질기기 때문에 이 나무로 만든 활을 최고로 쳤다한다.
『꾸지뽕나무』는 깊은 산 보다는 산기슭, 흔히 물이 흐르는 인가 부근에서 잘 자란다. 이 서식 환경은 잎과 줄기를 자르면 끈끈한 유액이 많이 흘러나오는 것과 관련지을 수 있다.
한편 천근성(淺根性: 심근성에 대응하는 용어로, 측근이 수평으로 자라서 지표 가까이에 넓게 분포한다.)이므로 뿌리를 잘라내도 왕성하게 잔뿌리가 나오고 그러면 또 위로는 잔가지를 늘리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요사이 『꾸지뽕나무』는 「뽕나무」를 넘어 민간에서 큰 대접을 받는다. 튼튼한 누에에서 병약한 인간의 몸으로 영역을 옮겨온 이상 야생은 이들에 빈번이 잘려나가기도 하지만 농가에서는 재배하기도 한다.
줄기, 잎, 열매, 뿌리, 껍질 모두 자궁근종을 잘 낫게 하여 부인병의 성약으로 알려졌고 근래엔 각종 암과 당뇨병, 아토피 등 난치병의 특효약으로 찾는 이가 많아졌다.
줄기껍질과 뿌리껍질을 「자목백피(刺木白皮)」라 하는데, 성미는 따뜻하며 달고 평하다. 보신고정(補腎固情: 신의 기능을 기르고 정기를 튼튼히 한다.), 양혈서근(涼血舒筋: 피를 맑게 하고 근육을 풀어줌.), 거풍활혈(祛風活血: 풍을 제거하고 혈행을 개선한다.), 소염지통(消炎止痛: 염증을 없애고 통증을 완화시킴.)의 효능이 있다 하였다.
얼마 전 고부가가치 천연물인 꾸지뽕나무의 자원화를 위한 기초자료로써 잎, 열매, 수피 추출물의 항암, 항염, 항산화 효과를 알아보는 실험에서 잎이 대장암세포주의 성장억제효과가 현저한 것으로 발표하였던 한 학위논문의 사례를 보더라도 『꾸지뽕나무』를 약으로 쓸 때 ‘굳이’ 뿌리를 강조할 필요는 없겠다.
필자가 종종 약재를 다뤄보지만 뿌리를 거두는 작업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나무가 부대끼고 죽을 수도 있기 때문. 열매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는 병들이 많고, 잎과 꽃과 줄기로 엔간한 병들은 다스릴 수 있다.
설날 성묘 길에 듬직하던 야생의 꾸지뽕나무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잘려나갔다. 꾸지뽕나무가 꼭 필요했을 가족의 황급한 사정을 떠올리니 안타까움 속에서도 은근 애틋함이 밀려들었다.
꾸지뽕나무 어린 열매와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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