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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넌덜머리 나는 정치에도 참아야 하는 이유

by 호호^.^아줌마 2014. 5. 14.

 

 

넌덜머리 나는 정치에도 참아야 하는 이유

 


 

요즘 같은 날은 예외 없이 박석무 선생의 다산이야기를 펼쳐든다. 감히 내 식견으로는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기 어려울 때 예외 없이 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세상일이 내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고,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지경일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 세상과 담 쌓고 홀로 유유자적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끝까지 문제에 파고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나을까?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살이를 하던 다산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고 막막하게 살아가던 고향의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집안의 가장이 큰 화를 당해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을 때 대부분 남은 가족들은 서울에서 먼 시골이나 산속으로 피난 가서 숨어살기 마련인데, 다산은 아들들에게 그러지 말라 전한다.


높은 고관대작으로 한창 잘 나가는 때에야 반드시 산비탈에 셋집이라도 얻어 검소한 처사(處士)로서의 본색을 잃지 않아야 하지만, 화를 당한 집일수록 가능한 서울의 한복판에 살면서 벼슬하는 집안사람들과 차이 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손자들의 세대라도 과거에 응할 마음을 두고 경국제세(經國濟世)의 일을 한다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 천리(天理)는 돌고 도는 것이니, 한번 넘어진 사람이라서 반드시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하루아침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먼 시골로 이사가버린다면 무식하고 천한 백성으로 일생을 끝마치고 말 뿐이다.(두 아들에게 내려주는 교훈(示二兒家誡) 중”


최근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주의 정치권은 물론 지역사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임성훈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에 컷오프(공천배제) 당한 뒤 탈당해 일찌감치 무소속의 선거행보를 다져가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의 깃발 아래 모여든 8명의 후보들은 군웅할거하며 온갖 음모와 조작설이 난무하고 후보자간 비방과 흑색선전이 지여사회에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기자회견에 쫓아다니느라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처음에는 여론조사에서 집전화를 핸드폰이나 다른 사람의 전화로 착신해 높은 지지도를 얻은 후보가 몰매를 맞더니, 두 번째는 유력한 경쟁후보의 범법사실을 들먹이고, 세 번째는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경선방식을 밀실에서 야합을 했다며 시끄럽다.


선거기간에 표 얻을 욕심에 돈 좀 쓰고, 상대후보 흠집 좀 내고, 여론조사에 전화착신 좀 했기로서니 그게 문제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앙정치건 지방정치건 꼼수를 부리는 몇몇 정치인들 때문에 지역이 시끄러운 것 아닌가.


나주시 민선2대 김대동 시장은 두 번의 도의원 선거에서 재선을 하고 세 번의 시장선거에서 1승2패를 기록한 뒤 이번에 네 번째 시장선거에 도전했다가 공천 경선에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뜻을 접었다.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목숨을 걸고라도 이번 선거의 불공정성을 막아 내겠다”던 그의 말이 비장하다 못해 섬뜩하게 들릴 지경이다.


이번 선거를 총괄하며 지역 정치권의 수장으로서 중심을 잘 잡고 나가야 할 배기운 위원장은 특정후보에게 마음이 기울었다는 불신을 낳고 있고, 정치권이 이렇게 어지러운데도 나서서 수습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정당정치를 비웃으며 재야의 맹주로 활동하던 신정훈 전 시장은 드디어 정당에 입당해 중앙정치 진출의 교두보를 쌓아가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마치 검은손(?)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치능력으로는 9단이지만 정당정치에 첫발을 내딛은 신참으로서 신 전 시장이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자기 손아귀에 사람을 넣겠다는 야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정치권을 바라보면서 넌덜머리가 났던 시민들에게 좀 더 신선한 정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나주라는 사회, 이제는 내편, 네 편이 아니라 우리가 한 편이 되어 함께 사는 사회로 이끌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위기야말로 또 다른 기회’라는 다산의 말을 믿고 이제는 분쟁과 갈등과 편가름이 없는 그런 나주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 유권자들은 참아야 한다. 그래서 정신 똑바른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그런 사람이 어디 있으냐? 탓하지 말고 그런 사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남의 불에 게 잡는 선거판

 

‘한생원은 경술년 나라가 망하고, 삼십육 년 동안 일본의 다스림 밑에서도 같은 가난한 소작농이었다. 그리고 속담에 <남의 불에 게 잡기>로 나라를 도로 찾기는 하였다지만 그 나라가 오죽할 리 없고, 여전히 남의 세토나 지어 먹는 가난한 소작농이기는 일반일 것이라고 한생원은 생각하던 것이다.’

 

채만식의 단편소설 <논 이야기>에 나온 대목이다.

 

여기에 나오는 ‘남의 불에 게 잡기’는 남의 덕에 일이 잘 이루어졌을 때 하는 속담으로, 비슷하게는 ‘남의 바지 입고 세 베기’ ‘남의 친 장단에 궁둥춤 추기’ ‘남이 켠 횃불에 조개 잡기’ ‘남의 팔매에 밤 주워 먹기’ 등이 있다.

 

그런데 요즘 여기저기서 남의 불로 게 잡다 빈축을 사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한 나주시장 예비후보자가 마련한 출판기념회에 도지사 예비후보, 교육감 예비후보, 시장, 도의원, 시의원 예비후보들이 우~ 몰려들어 명함을 돌리자 한 노인장이 “참~ 남은 기껏 돈 들여 손님들 모아놓았더니 엉뚱한 사람들이 몰려들어 남의 불로 게를 잡고 있구만!”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대체로 이런 자리에서는 주최측이든 객이든 상부상조하는 것이 상례다. 다만, 이미 행사가 시작됐는데도 자기 자신만을 알리겠다며 끝까지 관중석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분명 빈축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나주시 노인일자리 선포식에서 한 예비후보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다른 예비후보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 식장 안팎을 한 바퀴 돌며 인사를 나누고 식이 시작하자마자 휑하니 떠나버리는데, 한 여성 예비후보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노래가 나오면 함께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고, 춤이 나오면 어깨춤을 덩실거리며 흥을 돋우며 그 자리의 관객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적어도 축하의 자리에 가서는 그 자리의 주인공들에게 최소한의 배려를 하는 것이 또 정치도의가 아니겠는가.

 

나주 정치권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끊임없이 갈등하며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나주시가 미래산단을 추진하던 업체에 주기로 한 74억원을 안 주고 버티다 결국 소송에 패해 주게 된 것을 두고 정치권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전임 시장 때 쓴 각서가 잘못돼 재판에서 졌느니, 가만히 놔두었으면 휴지조각이 됐을 각서를 나주시가 꼼수를 부리다 고스란히 물어주게 됐느니...

 

이렇든 저렇든 손해는 나주시가 입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언제까지 덧없는 논쟁을 계속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지금까지 입은 손해를 최소화 하고 미래산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것인가? 이런 주제로 논쟁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권력에 눈먼 정치는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을 초래한다. 그들이 내놓는 각종 달콤한 공약과 선심성 사업들이 결국은 선거에서 자신들에게 돌아올 표로 계산되고 있음을 모를 리 없다.

 

마타 하리라는 여성이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정보기관에 2만 마르크를 받는 조건으로 포섭된 그녀는 연합군 장교들을 유혹해 군사기밀을 빼낸다.

 

술술 정보를 내주었던 연합군 장교들은 그들이 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 대가는 연합군 5만 명의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고급정보였던 것이다. 마타 하리는 결국 연합군에 체포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시민을 현혹하는 정치를 하지 말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현혹 당하는 사람이나, 현혹하는 사람이나 그 대가는 쓰디 쓴 독이 돼 시민사회를 병들게 하기 마련이다.

 

올 지방선거는 지역정치권이 서로 자기 불로 게를 잡아주는 정책잔치를 펼쳐주길 바란다.

왜 많잖은가? “나주시민 여러분, 제가 당선되면 나주에서 자녀 공부시켜도 대학 잘 가고, 취업 잘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위해 이렇게 일 하겠습니다.”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