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시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은
잔인한 독재자의 뒤를 따라가는 일보다
젊은 친구의 담배연기를 따라가는 일
50m 전방에 담배 피는 사람이 보이면
슬그머니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그러다가 문득
'저 사람도 시를 보면 피해 갈까'
하고는 미안해진다
저 사람이 싫어하는 짓을 나도 하면서
왜 저 사람만 밉다 하는가
그 사람은 담배연기로 시를 쓰는데
하고 내 시를 나무란다
(이생진·시인, 1929~)
남편은 중학생 때부터 담배를 피워오던 골초였는데 결혼을 앞두고 술과 담배 중 한 가지라도 끊으라는 요구에 영 난감해 했습니다.
이처럼 의지박약한 남자에게 내 인생을 맡기고 싶지 않다며 절교를 선언하고 일어서자 다짜고짜 제 팔목을 붙잡고 어디론가로 향하던 남편은 약국에서 금연패치를 사서 직접 부착식을 했습니다.
그렇게 금연을 하는 동안 심심풀이 땅콩과 군것질을 대는 일은 나의 일과가 되었고, 직장동료였던 우리는 금연 5개월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 4개월만에 다시 담배를 찾게 된 남편, 회사에서 쏟아지는 스트레스를 풀길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에 뭐라 반박할 수도 없이 줄담배는 4년간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금연도전, 결혼 4년째 되던 해 한 TV방송에서 위기의 중년부부들의 얘기를 다루면서 한 남성이 성기능 감퇴로 부부불화를 겪게 되고, 그 원인이 흡연에 있다는 진단이 나오자 남편은 갈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네 살배기 큰딸이 밥상머리에서 기도를 하면서 “우리 아빠 배 뚱뚱 안 하게 해주시고, 입에서 담배냄새도 안 나게 해주시고...” 하면서 기도를 마치자 남편 왈 “내가 우리딸 기도 하나는 들어주어야 되겠다” 하면서 시작한 금연이 지금까지 11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해벽두 건강보험공단이 담배소송을 이슈화 하면서 전 국민적으로 금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건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실제로 소송을 통해서 어떤 결과를 얻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삼삼오오 모여서 금연을 주제로 얘기를 나누게 된 여론몰이는 시작됐고, 실제로 금연에 도전한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가족을 사랑한다면 금연하게 됩니다. 더구나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면 필히 금연을 해야 합니다. 금연을 통해 온 가족이 건강과 행복을 보장 받을 수 있다면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금연은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입니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의 문제, 사회적인 갈등의 문제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 하는 단순한 논리로 책임을 묻고 단죄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지금처럼 금연구역을 확대운영하고 위반시 범칙금을 부과하는 사회적인 안전장치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서 꾸준히 금연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흡연을 하는 것도 자유고, 금연을 하는 것도 결국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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