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포’를 노래한 시인 나해철이 나주공공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세 번째 강사로 참여해 30여명의 시민·독자들과 영산포 추억을 더듬는 탐방행사를 함께했다.
영산포 시인 나해철과 함께 영산강 순례
‘책속에 갇힌 문학, 세상 밖으로’ 주제 길 위의 인문학 강연
나주공공도서관 인문학 열전, 시민들 열띤 호응 속에 마무리
“고향은 시인에게 시를 줍니다. 고향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시인의 시를 이룹니다. 저는 고향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영산포를 그린 시로 문단에 나왔습니다.”
지난 18일 나주공공도서관(관장 김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길 위의 인문학’ 세 번째 손님으로 초대된 시인 나해철의 고백이다.
영산포 가야산 밑자락 운곡리에서 가난한 농사꾼의 맏아들로 태어난 나해철 시인은 이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뒤 가족을 따라 송정리로 이사를 했다.
하지만 그의 기억 속에는 늘 그의 탯줄을 묻은 영산포에 대한 추억과 회한이 시심을 자극했던 것.
문학의 길을 가려던 그에게 “너만이라도 의사가 돼서 우리 집안을 일으키라”는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의사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1982년 ‘영산포1, 2’ 두 편의 시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지금까지 만 33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인과 의사를 겸업해오고 있다.
3년 전 펴낸 그의 시집 ‘꽃길 삼만리’에 실린 ‘추억’이라는 시를 보면, 영산포에 살았던 그의 어린 시절과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염소를 머리에 이고/ 기울어져 걸어오는 여자가 있다/ 달포 만이다/ 지난 보름에는/ 하얀 달항아리 지고 왔다/ 강가에 오래된 배 있어/ 누군가 닻을 흔들고/ 여자는 달항아리 속에 염소를/풀어놓는다...’
나해철 시 ‘추억’ 중에서
30여명의 독자들과 자리를 마친 나해철 시인은 참가자들과 버스에 동승해 영산포 가람길 탐방에 나섰다.
영산포에 도착해 황포돛배를 타고 백호문학관까지 유람에 나선 나 시은은 선상에서 백호 임제의 시를 낭송해 깊은 울림을 주었으며, 백호문학관에 도착 김은선 학예사의 안내로 임제 선생의 생애와 문학정신에 대해 강연을 청취했다.
이후 앙암바위에 오른 나 시은은 그의 문단 등단시 ‘영산포1,2’를 낭송해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기도.
이번 길위의 인문학 최고령 참가자인 윤자민 옹은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영산강 물굽이를 따라 황포돛배에 몸을 싣고 옛 이야기를 나누며 백호문학관을 들르고 앙암바위를 올라서 작가의 시낭송을 들으니 작가의 어린 시절 삶의 고달픔을 늘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주부 안복자 씨는 "내 인생에 처음이다. 시인을 이렇게 가까이서 만난 것과, 함께 탐방을 하며 대화를 하고, 차를 마시며, 함께 눈을 맞추고 시간을 공유하는 것...내게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감회를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안복자 씨는 "시인의 눈웃음이 하도 고와서 오라비 같은 정겨움이 들었고, 시인은 처절하게 외로워야 '시'라는 새 생명을 낳는다고 하지만, 진정한 시인은 외로움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그 외로움을 산고로 삼아 진정한 작품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탐방행사에는 나주시 학예연구사 윤지향 씨가 함께 동행해 문화와 문학이 어우러지는 스토리텔링으로 감동과 유익함이 넘치는 탐방행사가 되게 했다.
한편, 나주공공도서관이 모두 세 개의 강좌로 진행한 이번 ‘길 위의 인문학 강연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공공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공모사업에 선정돼 ‘책속에 갇힌 문학, 세상 밖으로 나오다’를 주제로 운영돼 큰 호응을 얻었다.
** 작은 사진도 클릭하면 원본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나해철 시인의 인생과 시 세계를 들어보는 인문학 강좌가
지난 18일 나주공공도서관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후 시인의 탯자리이자 창작의 본향인 영산포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영산강 가람길 탐방에 나서다!
앙암바위를 지나며...
영산강 강변을 수놓은 억새들의 향연
고향의 옛 모습을 떠올리며
사방을 향해 추억을 쏟아내는 나해철 시인의 표정이
어린아이의 천진한 모습처럼 변화무쌍하다.
영산강 황포돛배에서 바라본 잠애산과 나주천연염색문화관
영산강에서 바라 본 백호문학관
백호 임제 선생의 초상<왼쪽>과 무어별 시비<위>
백호 임제는 명종 4년(1549)에 태어나 선조 20년(1587), 39세의 짧은 나이로 세상살이를 마쳤지만 그 삶은 결코 비루한 것이 아니었다.
28세에 과거에 올라 예조정랑까지 이르렀으나 동서붕당의 정치색에 물들지 않고 사해를 관통하며 자주정신을 실천한 그는 같은 나주 출신인 임형수(林亨秀)와 더불어 시대의 지성인이었다.
백호문학관에서 김은선 학예사의 안내로
임제 선생의 일대기와 작품세계를 전해 듣다.
아랑사와 아비녀의 전설이 깃든
앙암바위에 올라 나해철 시인의 시
영산강 1, 2를 듣다.
영산포
1
배가 들어
멸치젓 향내에
읍내의 바람이 달디달 때
누님은 영산포를 떠나며
울었다
가난은 강물 곁에 누워
늘 같이 흐르고
개나리꽃처럼 여윈 누님과 나는
청무를 먹으며
강둑에 잡풀로 넘어지곤 했지
빈손의 설움 속에
어머니는 묻히시고
열여섯 나이로
토종개처럼 열심이던 누님은
호남선을 오르며 울었다
강물이 되는 숨죽인 슬픔
강으로 오는 눈물의 소금기는 쌓여
강심을 높이고
황시리젓배는 곧 들지 않았다
포구가 막히고부터
누님은 입술과 살을 팔았을까
천한 몸의 아픔, 그 부끄럽지 않은 죄가
그리운 고향, 꿈의 하행선을 막았을까
누님은 오지 않았다
잔칫날도 큰집의 제삿날도
누님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들은 비워지고
강은 바람으로 들어찰 때
갈꽃이 쓰러진 젖은 창의
얼굴이었지
십년 세월에 살며시 아버님을 뵙고
오래도록 소리 죽일 때
누님은 그냥 강물로 흐르는 것
같았지
버려진 선창을 바라보며
누님은
남자와 살다가 그만 멀어졌다고
말했지
갈꽃이 쓰러진 얼굴로
영산강을 걷다가 누님은
어둠에 그냥 강물이 되었지
강물이 되어 호남선을 오르며
파도처럼 산불처럼
흐느끼며 울었지.
2
개산 큰집의 쥐똥바퀴새는
뒷산 깊숙이에 가서 운다
병호 형님의 닭들은
병들어 넘어지고
술 취한 형님은
강물을 보러 아망바위를 오른다
배가 들지 않는 강은
상류와 하류의 슬픔이 모여
은빛으로 한 사람 눈시울을 흐르고
노을 속에 雲谷里를 적신다
冷山에 누운 아버님은
물결 소리로 말씀하시고
돌절벽 끝에서 형님은
잠들지 않기 위해 잡풀처럼
바람에 흔들린다
어머님 南平아짐은 마른 밭에서
돌아오셨을까
귀를 적시는 강물 소리에
늦은 치마품을 움켜잡으셨을까
그늘이 내린 九津浦
형님은 아버님을 만나 오래 기쁘고
먼발치에서
어머님은 숨죽여 어둠에 엎드린다
영산강물을 유유히 가르며 들어오는 왕건호
500년의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을
고스란히 견디며 지켜봣을 영산나루 팽나무.
우리의 이 만남도 팽나무의 기억 속에
오래 오래 남기를...
영산나루 주인 이희정 여사에게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가 있던 이 곳을
찻집과 펜션, 식당으로 활용하게 된 내력을 듣는 일행들.
작가와 두 번째 대화의 시간
시란 무엇인가,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시가 먼저인가, 시인이 먼저인가...
자유로운 영혼들의 대화가 무르익어 갑니다.
나해철 시인과의 만남을 기억하기 위하여...
시집 속의 시가 세상을 향해 걸어나왔다.
뚜벅뚜벅...
시인과 함께 걸으며 물으며 들으며 함께 한
여섯시간의 아쉬움을 뒤로 하며
행복한 길 위의 인문학을 마무리했다.
晩秋 - 이미배
다시 이 가을을 비껴 가는 바람에도
마음을 봅니다
다시 이 가을에 난 영화만 떨어져도
외로움만 쌓여만 갑니다
*모두가 떠나는 떠나는
모습만 보이는 이 가을에
어느 것 하나 머물지 않아도
아아아~ 당신은 영원히
내 곁에 있을 줄 알았는데
다시 이 가을에 그 날처럼 다가오는
그대 모습 떠나지 않아요 *
가사 출처 : Daum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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