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 대한 소고
김황흠
하루 삼 세끼 꼬박 꼬박 밥을 챙겨 먹던 시대가 아니다.
"아야, 쌀 떨어졌으면 쌀 가져가그랑"
어머니 말씀,
"아직 쌀이 있는디요."
언제 가져간 쌀인데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냐고 어머닌
묻지 않으셨다.
"엄니는 참, 요즘 삼 세끼 안 놓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당가"
푸념인지 하는 말을 해본다.
텔레비젼 뉴스에선 쌀을 수입 전면 개방할 것이라는
지극히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숟가락 든 손목이 멕아리 없다.
나는 날마다 삼 세끼를 먹어야
든든하고, 없는 힘도 쌈박하게 나오는데.
언제부터 밥 한 그릇 비우는 일이 보기 드문 일이 되었는지,
쌀은 나라의 근간이라는 말,
밥 한 끼 챙기면 그 하루 펄펄 힘난다던 말,
쌀 한 톨 한 톨에 쏟는 땀방울이 금방울이라던 말,
그 말들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쓴 건지 단 건지 모를 말들이 식은땀 흘리듯 흘러내린다.
올봄부터 등허리에 자꾸 걸리는 통증이
삼복더위에 더 지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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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흠
2008. <작가> 신인상
2010. 제6회 농촌문학상 시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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