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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연극

협동조합 성안사람들 시민극 '서성문은 알고 있다'

by 호호^.^아줌마 2015. 11. 21.

2015 나주시 도시인문학콘서트 『시민극』

 

 

“서성문은 알고 있다”

 

 

나오는 사람들 : 해설자(김경란), 간난이(홍해민), 간난이 엄마(최안순),

녹두장군 전봉준(이부성), 나주목사 민종렬(황길연),

이방인(김해진), 동네남자1(박칠순), 동네남자2(조성환),

동네여자1(임정례), 동네여자2(양옥필), 무당(김남임),

양반1(박계수), 양반2(김철수), 일본군 토벌대장(홍승진),

사진사(나상인), 동네아이들(김유민, 김해미, 임정현, 조은산)

 

스텝 : 총연출(김양순), 무대연출․조명(라두현), 무대의상․분장(박은주), 소품( )

사진촬영(나상인), 배경음악(북, 꽹과리-이한규 회장, 오카리나-윤미정)

 

 

 

 

 

- 제 1 막 -

# 무대 암전 상태에서 해설자, 음악연주자에게 조명 비춘다.

 

♬ 북 : 둥~둥~ 고요히 울린다.

 

해설자 : 고려를 창건한 태조 왕건에게는 두 명의 왕비가 있었다.

한 사람은 개성 호족의 딸 유 씨가 첫 번째 아내요,

두 번째 아내는 그가 장수로 나주에 출정할 때 만난 오 씨 처녀였다.

서기 903년, 영산강 물줄기를 따라 나주에 상륙한 왕건의 눈에 비친 나주는

평화와 풍요의 고장이었다.

젊은 장수 왕건은 물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 건네는 오 씨 처녀의 지혜로운 모습에 반해

그녀를 두 번째 아내로 삼았으니, 훗날 고려 2대왕 혜종의 어머니요,

왕건의 27명의 아내 중 유일하게 평민의 딸로서 왕후의 자리에 오른

장화왕후가 그녀였다. 그로부터 천 년 뒤...

 

♬ 북 : 둥둥둥둥둥... 경쾌하게 울리다 멈춘다.

 

# 조명 무대 비춘다.

 

막이 오르면 조선시대 복장을 동네 아이들 등장하며

 

(마이크) 동네아이2 : 야, 저기 곱추 있다.

 

(마이크) 동네아이1 : 우리 골려 먹자.

 

아이들 : 얼레 꼴레리 간난이는 곱추레요, 곱추레요

얼레 꼴레리 얼레 꼴레리, 간난이는 곱추레요, 곱추레요, 곱추레요...

간난이 엄마 : (빗자루를 들고 나와 아이들을 내쫓으며) 야, 이놈들아,

이 못된 놈들아, 왜 우리딸을 놀리냐~ 안 그래도 불쌍한 우리딸을 왜 또 괴롭혀~

 

아이들 우왕좌왕 하며 퇴장한다.

 

간난이 엄마 : 아이고, 조상님, 신령님. 전생에 이년이 뭔 죄를 지었간디

우리 귀하고 귀한 딸 간난이한테 저런 몹쓸 병을 주신 겁니까?

아이고, 아이고...

 

간난이 : (주변을 살펴보며 두리번거리며 등장) 엄마, 애들 갔어?

엄마, 왜 동네 애들이 맨날 나만 놀리는 거야?

난 그냥 즈그들이랑 공기놀이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면서놀고 싶은데 왜 나는 안 끼어주고

맨날 놀리기만 하는 거냐고...

 

간난이 엄마 : 간난아, 불쌍한 우리딸 간난아, 다 이 못난 에미 잘못이다.

조상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에미, 애비 잘못이다.

아이고 조상님, 신령님~~ 불쌍한 우리딸 간난이를 굽어 살피소서!

 

간난이 : 아니예요, 아닐 거예요. 어떻게 생전 보지도 못한 우리 조상님이

저한테 이런 벌을 내리시겠어요? 아닐 거예요.

아마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예요. 다른 이유가요.

 

# 무대 조명 꺼졌다 켜진다.

 

 

 

 

 

 

 

- 제 2 막 -

동네 아이들 : 새야 새야 파랑새야 / 녹두밭에 앉지 마라 /

녹두꽃이 떨어지면 / 청포장수 울고 간다/

 

동네남자2 대빗자루로 마당 쓸며 등장...

 

동네남자2 : 느그들, 어디서 그런 노랠 배워갖고 불러싼다냐?

관가에 잽혀가믄 어쩔라고 그려?

 

동네아이1 : 에이~ 아저씨도 참, 요즘 이 노래 모르면 오랑캐 호랑말코라고

놀린단 말예요.

 

동네남자2 : 아, 그래도 이놈들아, 시방 조선팔도가 저 동학농민군들 땜시

사시나무 떨데끼 벌벌 떨고 있는디 어쩔라고 그러는겨?

언능 딴데 가서들 놀아, 이놈들아.

 

동네아이들 : (노래 부르며 나간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서서히 줄임)

 

 

 

♬ 오카리나 고요히 배경음악(새야 새야 파랑새야) 깔리며...

 

해설자 : 때는 조선이 세도정치 외세열강의 각축장이 되고,

전국 팔도에서는 탐관오리들이 양반세도가들과 결탁해

제 배 불리기에 급급해 있었다.

이에 전라북도 고부에서 동학도들과 농민들이 쟁기와 낫을 들고 난을 일으키니,

이들은 파죽지세로 승리를 하며 전라도 53개 고을에 집강소라는

자치기구를 설치하고, 치안질서는 그들에 의해 유지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주읍성만큼은 난공불락이었다.

 

양반들 등장하며...

 

양반1 : 뭐라? 집강소? 집강소라고?

어찌 근본 없는 상놈들이 고을을 다스린단 말이오?

빈부의 차이를 없애고 상전과 노비의 구별을 없앤다?

반상의 법도가 엄연하거늘 이 무슨 해괴한 수작이란 말인고?

 

양반2 : 말세로다, 말세야. 상것들이 본분을 모르고 날뛰고 있으니,

이 나라 조선의 아들딸들이 뭘 보고 배우겠는고?

 

 

양반1 : 우리 고을에는 동학군이 절대로 발을 들여 놓게 해서는 아니 될 것이야.

집강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수작이지, 암~

 

양반들 퇴장

 

♬ 오카리나 분위기 바꿔서 경쾌하게 연주하다 사라진다.

 

 

 

 

 

- 제 3 막 -

# 조명 해설자에게...

 

해설자 : 천 년 전 왕건이 그랬던 것처럼, 목포에서 영산강 물줄기를 따라

나주를 찾은 또 한 명의 이방인이 있었으니, 푸른 눈의 미국인 선교사 유진 벨이었다.

 

이방인 : 오우~ 원더풀, 원더풀!

여기가 바로 조선에서도 가장 살기가 좋다는 전라도 나주로구나.

(두리번거리며) 그런데 여기 이 멋진 성문은 뭐지?

 

동네남자1, 2 지게지고 작대기로 칼싸움 하는 흉내를 내며 나오다가 이방인을 발견하고는...

동네남자1 : 아이쿠 깜짝이야. 오메, 저것이 사람이여~ 도깨비여?

낯바닥은 새색시 분칠한 것 같이 흐컨데다, 머리는 똥을 뒤집어쓴겨, 호박을 뒤집어쓴겨? 완전히 노~래분다잉?

 

동네남자2 : 오메, 저놈 눈깔 좀 봐라잉? 눈에서 도깨비불같이 파란 불이 나온다야? 저건 분명히 도깨비구만, 낮도깨비 말이여...

 

이방인 : 오우~ 형제님들 나무하러 가십네까? 여기 이 성문에 뭐라고 써져있습니까?

(다가가자 다들 기겁을 한다)

 

동네남자1 : 옴메, 저 낮도깨비가 우리 간 빼묵을라고 달라든다잉.

언능 도망가잔께.

 

동네남자1, 2 황급히 도망간다.

 

이방인 : 오우~ 노우, 아닙니다. 나 낮도깨비 아닙니다. 나 사람 간 안 먹습니다.

(사람들 따라가려다 되돌아오며...) 오, 마이 갓!!!

 

 

 

 

 

동네여자1, 2 바구니 이고 걸어 나오다 이방인을 보더니...

 

동네여자1 : 아이구야~ 도깨비다. 코가 긴 코쟁이 도깨비다~

 

동네여자2 : 오메, 어째야 쓰끄나. 대낮에 도깨비를 만나면 눈이 멀어분다던디...

 

이방인 : 익스 큐즈 미. 숙녀님들, 실례합니다. 암~ 저는 미쿡사람입니다.

여기 이 성문 이름이 뭡니까?

 

동네여자1 : 오메 아부지~ 저 낮도깨비가 우릴 홀릴라고 주문을 건다.

 

동네여자2 : 내일밤 우리 시엄니 제산디 부정 타서 어째야 쓰끄나잉~

 

동네여자1 : 저~기 진동에 가믄 금성산 신령한테 점지 받은 용한 무당이 산다는디 우리 거기 가서 굿을 한번 하장께.

 

동네여자1 : 오메, 그러자 그래.

 

동네여자1, 2 황급히 도망간다.

 

이방인 : 여보세요, 숙녀님들, 저 나쁜사람 아닙니다. 눈멀게 안합니다.

돌아오세요. 컴 온!!! (사람들 따라가려다 말고 돌아온다.)

 

이방인 : (하늘을 바라보며...) 오 마이 갓!

 

# 조명 꺼졌다 켜지면...

 

 

 

 

 

 

 

- 제 4 막 -

 

양반집 사랑방, 동네사람들 모여서 회의 중이다.

 

양반1 : 아니, 그러니까 지금, 이 천년 목사고을 나주에 코쟁이가 돌아다닌다?

 

동네남자1 : 아, 그렇당께요. 사람인지 도깨빈지, 눈에서 시푸런 불이 나오는디

낮도깨비가 분명하당께요?

 

양반1 : 변고로다. 변고. 이태 전 일본놈들이 동학농민군들 토벌한다고 몰려와서는

무고한 우리고을 양민들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지 않았는가?

그 통에 아직도 읍성 안팎으로 민심이 흉흉한데

이제는 코쟁이, 낮도깨비가 출몰했다니, 이를 어찌한단 말인고?

 

양반2 : 맞는 말이시. 왜놈, 청나라놈, 러시아놈들이 조선을 먹을라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마당에 이번엔 코쟁이가 출몰을 해서

이 야단을 일으키는가 말이시.

 

동네남자2 : 그럼 저흰 인자 어떻게 해야 된데요?

 

동네여자2 : 저~기 진동에 가믄 용한 무당이 산다는디,

굿이라도 한번 해야 쓰겄는디요?

 

양반1 : 어허~ 어디서 그런 발칙한 소리를 하는고?

우리 고을은 공자님, 맹자님 잘 모시고, 조상님께 제사만 잘 드리면 아무 탈 없이 살 수 있어. 허튼소리 하려거든 썩 물러가거라.

 

동네남자1 : 그런디요, 어르신들. 용한 무당이라고 하면

그 코쟁이 낮도깨비 말을 믿어야 할지, 갑오농민난으로 죽은

성안사람들 원혼을 달래야 할지 알 거 아닙니까요?

 

양반2 : 읍성 안이 온통 뒤숭숭하니, 이 일을 어찌할꼬.

그렇다고 무당을 불러서 푸닥거리를 할 수는 없는 일 아니오?

 

동네여자1 : 하이고, 양반님네들도 잘 모르는갑네. 갑시다, 가요.

 

양반1 : 저런 고얀 것들을 봤나? 냉큼 물러 가거라 이놈들아.

 

양반2 : 썩 물러가거라. 이놈들!

 

동네사람들 수군거리며 퇴장

 

 

 

 

 

 

- 제 5 막 -

 

♬ 꽹과리 소리 들리다 사라진다.

 

무당 : (방울을 울리며 주문을 왼다) 어이~ 물렀거라. 신령님들 나오신다 물렀거라!

집안 길흉화복 지키는 성주신, 부뚜막 지키는 조앙신,

애기 점지해주시는 삼신할매, 영산강 물길 보호하는 영산용왕님,

목사고을 나주 길흉화복 점지하시는 금성대왕님...

다들 나오신다, 물렀거라, 물렀거라.

 

동네남자1 : 워메, 뭔 귀신이 이렇게 많데?

 

동네남자2 : 용한 무당이라서 아는 귀신이 많은갑제.

 

무당 : 조용히들 못할꼬? 신령님들 나오시는데 부정타면 어쩔라고 그려?

 

전체 : 아이고. 잘못했습니다요.

 

무당 : 그래.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는가?

 

동네남자1 : 아, 그렁께요. 눈에서 시푸런 불이 나오는 낮도깨비가요...

 

동네여자2 : 우리를 보면요, “익스 큐즈 미” “헬로” “오 마이 갓”

이럼시롱 달라든당께요.

 

무당 : 고~래? 그럼 어디 소속 귀신인지는 모르고?

 

동네남자1 : 우리야 모르죠. 그렁께 왔제. 맨날 “오 마이 갓”이러던데요?

 

무당 : 그래? 그럼 어디 소속을 한 번 알아볼까?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왜 이렇게 점괘가 안 나오노? 거참 이상타. 다시 한번 해봐야쓰겄다.

갑을병정, 무기경신, 임계...자축인묘, 진사오미신, 유술해.

이래도 안 나오는디? 이거 외국귀신이라 잘 모르겄는디.

내가 아는 귀신족보에는 ‘오 마이 갓’은 없다?

동네여자1 : 아니, 그것도 몰라요? 용한 무당이라고 해서 찾아왔더니

겨우 우리나라 귀신 몇 명 아는 거 갖고 폼 재고 있었구만잉.

 

동네남자2 : 제기럴~ 얼마 안 있으면 달나라 여행가는 시대가 온다는디,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외국신 몇 명은 알고 있어야 할 거 아녀?

 

동네여자2 : 가자고, 가. 괜히 복채만 날렸네.

 

무당 : 저런 발칙한 놈들. 금성대왕님 노하시면 어쩔라고 그런겨? 부정타게 시리

느그들 저~기 상산 계곡에 물 맞으러 갈 생각을 하덜덜 말어라잉~

(동네사람들 퇴장하는 걸 보다가...) 이상하네. 왜 점괘가 안 나오지?

갑을병정 무기경신임계...(서서히 줄어들며 퇴장)

 

# 무대 어두워진다.

 

 

 

 

 

 

 

- 제 6 막 -

 

♬ 북소리 강하게 울리다 서서히 긴장감 있는 분위기로 깔린다.

 

해설자 : 나주의 양반들은 동학농민군이 양반과 유교의 적(賊)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전봉준은 무력으로 나주읍성에 집강소를 설치하려 했으나

나주의 저항은 완강했다. 나주 관아에는 많은 동학교도들이 붙잡혀 있었고,

나주목사 민종렬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나주 입성을 감행하지 못하고 있던 터에,

전봉준은 단신으로 나주목사 민종렬을 만나러 가는데,

역사는 그날을 1895년 8월 13일로 기록하고 있다.

 

스텝 : 무대 위에 의자 두 개 배치한다.

 

나주목사 민종렬 : 이 나라 조선은 반상이 구분되고, 오백년 종묘사직이 분명한데

어찌하여 난을 일으켰는고?

 

전봉준 : 어찌하여 우리가 난을 일으켰다 하시오? 난을 일으킨 것은 바로 왜놈에게

나라를 팔아먹고도 끄떡없는 당신들 같은 부패한 고관들이 아니오?

 

 

나주목사 민종렬 : 관아를 부수고 민병을 일으켜 죄 없는 양민을 죽게 한 것이

난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고?

 

전봉준 : 일어난 것은 난이 아니라 백성의 원성이외다.

민병을 일으킨 것은 기울어져가는 나라를 구하고자 함이요,

조선을 침탈하려는 외세의 폭력을 제거코자 했을 따름이외다.

 

나주목사 민종렬 : 그대가 동학의 괴수(魁首)인고?

 

전봉준: 나는 의를 펴고자 일어났을 뿐, 동학의 괴수라 함은 가당치 않소이다.

 

나주목사 민종렬 : 그럼 그대더러 이 나라 조선의 안위를 위해

이같은 난을 일으키라고 누가 허락을 하였는가?

 

전봉준 :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구국의 심정은 이 나라 백성 모두의 본심이외다.

그대 발 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그대는 그것을 허락을 받고 치운단 말이외까?

 

나주목사 민종렬 : (독백) 으음~~~ 듣던 대로 보통내기가 아니로구만.

이 자의 태도로 봐서 여기서 뜻을 못 이루게 되면

저 금성산에 주둔하고 있는 농민군이 당장 서성문을 밀고 진격을 할 터인데, 이를 어쩐다?

 

전봉준 : (독백) 어허~~ 이 자의 고집이 나주읍성의 견고함만큼이나 딴딴하구만.

이대로 밀고 들어왔다가는 우리 농민군의 피해가 만만치 않겠는데,

이를 어쩐다? 그렇다고 이대로 일어섰다가는 바로 관군이 덮칠 것이고...

옳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전봉준 : 이보오, 사또. 일단 오늘밤은 깊었으니 그만 잠을 자고

내일 협상을 이어갑시다. 우선 내가 먼 길 오느라 옷에 땟국물이

줄줄 흐르니 세탁을 좀 해주시오. 내일 아침에 입고 다시 협상을 합시다.

 

나주목사 민종렬 : 좋소이다. 그럼 일단 오늘 밤은 쉬고

내일 협상을 이어나가도록 합시다.

 

# 조명 무대 꺼지고, 해설자 비춘다.

 

해설가 : 그날밤 전봉준은 다른 사람의 옷으로 갈아입고 몰래 서성문을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농민군 지도부에 나주읍성은 공격을 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농민군과 민종렬 목사는 읍성 밖에서 다섯달을 대치하며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던 그해 11월...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군들은 동학농민군 토벌을 명분으로 내세워

조선팔도를 휩쓸고 다니며 무자비한 만행을 자행하는데...

 

 

 

 

- 제 7 막 -

 

# 사이키 조명과 북소리, 오카리나연주로 전투장면 연출, 농민군과 토벌대 전투장면 빠른 동작으로 전개된다.

 

민종렬 목사의 지휘는 받는 나주읍성 수성군과 농민군의 전투

일본군들이 조총을 쏘며 농민군들을 죽이고, 일반 양민들과 어린이, 노인들까지 죽이는 장면

 

일본군 토벌대 : 음하하...조센징놈들은 다같이 미개한 놈들이야.

우리 일본제국이노 얼마나 대단한 지 보여주려면 겁이노 팍팍 줘서

절대 반항이노 못하게 해야 한다. 자, 죽여라!

 

# 음악 멈추면 조명 해설자에게 비춘다.

 

해설자 : 무자비한 일본군 토벌대는 농민군들뿐만 아니라,

아무 상관도 없는 양민들까지 닥치는 대로 죽이고,

부녀자들에게 못된 짓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 장면을 역사는 “죽은 자와 포로의 수를 헤아릴 수 없고, 죽은 시체가

들판에 가득했고, 흐르는 피가 냇물을 이루었다”고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그로부터 2년 뒤...

 

♬ 간주곡(오카리나 구슬픈 음악 울리다 사라진다.)

 

 

 

 

 

 

- 제 8 막 -

 

해설자 : 유진 벨은 서성문 안 성벽 부근에 초가집 한 채를 사서

임시거처로 사용하고, 성문 밖 나주향교 부근에 선교기지로 쓸 땅을 매입해서

전도를 시작했다.

 

♬ 오카리나 선율 잔잔히 깔린다.

 

밖에서 기웃거리는 간난이를 발견하고...

 

이방인 : 오우~ 손님이 있었쿠나. 웰컴! 웰컴!!! 반캅구나. 어서 들어오너라.

네 이름이 뭐니?

 

간난이 : 간난이요, 나간난!

 

이방인 : 오우~ 간난아. 그런데 이 밤에 어딜 가는 길이니?

 

간난이 : 향교에 있는 은행나무신한테 빌러 가는 중이었어요.

그 은행나무가 5백년도 더 살아서 빌면 과거급제도 하고,

훌륭한 사람이 된다니까 저도 소원을 빌어 보려구요.

 

이방인 : 무슨 소원을 빌건데?

 

간난이 : 울 아버지가요, 갑오농민난 때 저기 보이죠? 저 서성벽을 지키다

왜놈 총에 맞아서 돌아가셨거든요. 근데 울 엄니는 제가 계집애라

아부지 제사도 못 지내게 됐다고 병이 나셨어요.

그래서 엄마 병 낫게 해달라고 저녁마다 빌고 있어요.

 

이방인 : 간난아, 세상은 조상 잘 모시고, 공자 잘 모신다고 해서

출세하는 세상이 아니야. 네 운명은 네 스스로 개척해야 해.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거야. 그게 뭔지 생각해 봤니?

 

간난이 : 그럼요. 저는 울 엄니처럼 남편을 잃고 병든 과부나,

이 서성벽 밑에서 거적때기 깔고 비렁뱅이 생활을 하는

고아나 거렁뱅이들을 돕고 싶어요.

 

이방인 : 그래. 바로 그거야.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내려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지, 은행나무신에게 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란다.

 

간난이 : 정말요? 제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저한테 병신이 육갑한다고 놀리지 않을까요?

 

이방인 : 놀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네 진심을 알게 될 거야.

이 견고한 나주읍성 너머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단다.

 

 

간난이 : 그렇군요. 그럼 제가 할 수 있는 하면 되는 거군요.

그래요, 아저씨. 고마워요. 저는 오늘밤 이 만남을 영원히 기억할께요.

 

이방인 : 그래 영원히~~~

 

# 간난이 손 흔들고 퇴장하며 무대 조명 어두워졌다 켜진다

 

 

 

- 제 9 막 -

 

막이 오르면 전체 출연자들이 나와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찍는 사람 : 자, 가운데 간난이 어머니 무릎 좀 굽히시고요,

간난이는 엄마 옆에 서거라. 아, 저 뒤에 전봉준 장군님,

누구 잡으러 오는 사람 없으니까 편하게 앞 보고 서세요.

 

민종렬 나주목사 : 아니, 말이야. 내가 그래도 이 고을 수령인데

내가 가운데 의자를 놓고 떡 앉아야지 말이야, 나보고 뒤에 서라고?

천년목사고을 예와 법통이 이 서성벽 무너질 때 덩달아 무너졌구만!

 

간난이 엄마 : 아이고, 사또나리 일루 가운데로 오세요. 지가 뒤로 가겠습니다.

 

전봉준 : 어허~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아직도 이런 권위의식에 빠져있는

썩어빠진 탐관오리가 있나? 다시 한 번 붙어볼까요?

 

민종렬 목사 : 에이 참~ 녹두장군 왜 이러시나?

이를테면 예법상 그렇다는 것이지. 자, 자, 뒤로 가서 사진 찍읍시다.

 

사람들 : 이러다 날 새겄소. 언능 찍읍시다.

 

사진 찍는 사람 : 자, 여기 이 사진기 보시고 제가 “서성문” 하면

다같이 “영원히”하는 겁니다. 서성문!

 

다같이 : 영원히....(정지동작 5초 후 인사하고 내려온다)

 

♬ 오카리나 연주단 : 경쾌한 곡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