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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여행기

성공하는 지역축제, 사람이 답이다①나주 명하마을 쪽축제

by 호호^.^아줌마 2016. 8. 1.

기획…성공하는 지역축제, 사람이 답이다①나주 명하마을 쪽축제

 

 

◇ 명하마을 ‘쪽축제’에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각종 볼거리와 놀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로 농촌공동체 문화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사람과 문화가 있는 명하마을 쪽축제 농촌관광의 가능성 ‘활짝’

 

 

마을공동체 노력으로 일궈낸 순수 민간축제, 개천절 구름관중 이어져

공짜축제 지양, 쪽염색장 전수교육조교 윤대중 씨 “사람이 희망이죠”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축제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신문과 방송, 각종 SNS에서는 지역축제와 관광소식이 연일 메인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지 100곳,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관광 100선, 네티즌들이 뽑은 2015 관광지 Best 등의 명단에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여행계획을 세워 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 명단에서 ‘나주’를 찾을 수 없다니, 답답한 마음에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창에 ‘나주’를 검색했다가 ‘검색결과가 없습니다’라는 답에 다시 한 번 좌절할 수밖에 없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지만, 그동안 나주에서 펼쳐지는 축제에서는 ‘나주’가 없었다. 이같은 지적 속에 나주시는 이달 말 새롭게 마한축제를 선보일 계획이며, 지난해 시범운영한 ‘영산강 억새와 사랑축제’를 올해 다시 운영하고 있다.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축제에는 어떤 비결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성공하는 축제와 실패하는 축제의 명암을 실제 축제현장에서 찾아본다. / 편집자 주

 

 

개천절, 명하마을 쪽빛에 물들다

 

하늘이 열린다는 10월 3일 개천절, 나주시 문평면의 한 작은 마을에 개벽이 일어났다.

나주시 문평면 북동리 명하쪽빛마을, 전체 가구가 37호, 마을주민이 76명에 지나지 않는 이 작은 마을에 새벽부터 차량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마을 골목골목을 다 차지하고, 마침내 마을 밖 도로 가에 끝이 보이지 않는 장사진이 펼쳐졌다.

거리에 요란한 현수막을 내건 것도 아니고, 신문광고를 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 걸까. 비결은 입소문,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스마트폰 SNS를 타고 가을날 가족과 함께 나들이 정보로 전국에 퍼졌던 것.

공짜축제도 아니다. 축제장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입구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5천원의 입장권을 사야 한다. 그 것으로 각종 체험과 농산물구매, 점심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올해 네 번째로 마련된 명하쪽빛마을 쪽축제는 2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3일 본행사와 4일 주민축제에 이르는 사흘 동안의 축제로 진행됐다.

이번 축제의 최대 눈요깃거리는 마을주민들이 참여해 만든 인형극 ‘단군탄생신화’ 공연, 개천절의 특성에 맞게 사흘 동안 공연되면서 최고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마을주민들이 직접 고른 천에 전통발효 쪽염색을 한 옷감을 직접 디자인하고 바느질해서 만든 쪽옷을 입고 축제장을 누비는 이른바 ‘쪽패션쇼’도 여느 축제장에서는 볼 수 없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됐다.

 

상부상조로 풍성한 체험축제

 

명하마을 쪽축제는 이른바 ‘판각이네 집’으로 불리는 윤대중 염색장의 집 안마당에서 펼쳐졌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쪽염색장 고(故) 윤병운 선생이 일생동안 쪽을 재배하고 쪽 염색을 하면서 살아왔던 집이다. 지금은 5대째인 아들 윤대중 씨와 며느리 최경자 씨가 판각이를 포함한 1남5녀의 자녀를 키우며 방문객들에게 쪽 염색을 가르치고 있다.

마당에 마련된 주무대에서는 인형극 공연, 사회적기업 노리터사람들의 초청공연에 이어 장기자랑과 노래자랑이 흥겹게 펼쳐지고 있다.

그 주변에 마련된 체험부스에서 쪽색 초콜릿 만들기, 전통놀이(딱지치기, 투호놀이 등), 농기구체험(내기, 용두레, 지게, 디딜방아 등), LED등 만들기, 특산물장터와 전통음식점코너, 넓은 천에 손도장 발도장 찍기 등 평소 도시생활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놀이들이 진행됐다.

막 쪽물을 들여 빨랫줄에서 펄럭이는 스카프가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만으로도 여인들의 춤사위처럼 느껴졌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축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카촬영대회로,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마을과 축제현장을 촬영하고 공모에 참가하면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선정해 시상한다.

이날 축제장에서 점심으로 제공한 음식은 명하쪽빛마을 주민들이 마을에서 생산한 무농약 유기농으로 재배한 쌀과 채소 그리고 나물들이다. 체험객들이 다들 욕심껏 먹는 모습이지만 탈이 나서 약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고 하니 청명한 가을날 명하마을에서 나눈 밥 한 끼는 보약이라는 말이 생겨날 것도 같다.

 

 

◇ 청물어람(靑出於藍) 염료가 되고 있는 쪽풀

 

 

중요무형문화재 대중 속으로

 

이와 함께 이 곳 축제장의 가장 큰 특징이자 볼거리는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들이 펼치는 솜씨대전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전수교육조교 윤대중, 제99호 소반장 전수자 김영민, 제42호 악기장 윤종국, 제65호 백동연죽장 황기조, 제60호 낙죽장도 한상봉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무형문화재들이 총출동해 시연과 함께 관람객들을 위한 작품해설까지 해주니 그야말로 ‘국보급’ 행사가 아니겠는가.

염색장 윤대중 씨는 “중요무형문화재들이 전수관에서 찾아오는 사람만 맞이한다면 그야말로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재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느냐”면서 “직접 무형문화재를 대중에게 보여주고 이해를 높이는 것이야 말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축제의 백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마을공동체를 지향하며 지역축제의 가능성을 보여 준 명하마을은 나주시 문평면 북동리의 평범한 농촌마을로 현재 37가구 76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또한 ‘금계일기(錦溪日記)’를 저술한 노인(魯認) 선생이 태어난 역사문화마을이기도 하다.

이 마을에서 5대째 쪽염색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윤대중-최경자 부부. 조선시대 정삼품 통정대부를 지낸 고조부 윤치문이 고향으로 돌아와 쪽물 들이는 일을 한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증조부(윤태홍)-조부(윤주식)-부친(윤병운)-윤대중까지 5대째 염색일을 해오고 있다.

고(故) 윤병운 명인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중단된 전통 쪽염색을 1980년부터 다시 시작해 나주가 천염염색의 메카로 발돋움하는데 디딤돌 역할을 해온 가운데, 지난 2001년 9월 6일 다시면 가흥리 정관채 씨와 함께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쪽)으로 지정됐다.

2010년에 윤병운 명인이 타계하면서 아들 윤대중 전수조교와 며느리 최경자 이수자가 자연스레 전통을 잇게 되었는데 지금은 명하마을 농촌관광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축제기간 내내 행사장을 누비며 도우미 역할을 자처한 윤대중·최경자 씨의 6남매 역시 어쩌면 그 전통을 이어갈 미래의 동량들일지 모른다.

 

 

“나로 인해 100명만 먹고 산다면...”

 

명하쪽빛마을은 축제기간 뿐만 아니라 연중 내내 국내외 염색전문가들과 천연염색을 공부라는 사람들, 그리고 문화체험을 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쪽염색은 쪽이라는 풀을 채취해 수차에 걸친 염료 채취를 자연의 방법으로 얻어 낸 쪽물에 무명과 비단 등을 물을 들이는 전통염색 방법이다.

쪽염색을 위해 만들어진 쪽염료는 가까이 가보면 고약한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고 있지만, 이렇게 염료가 만들어지기까지 전통의 방식으로 만드는 사람의 피땀 어린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서 만들어지는 것.

고 윤병운 선생은 살아생전에 입버릇처럼 “나로 인해 100명만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 왔다는 것. 이들 부부 역시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우리 이름 걸고 최소 100명을 먹고 살게 하고 싶다”는 의지로 마을 어르신들과 취약계층 여성들을 대상으로 쪽을 통한 일자리사업을 꾸준히 펼쳐나가고 있다.

며느리 최경자 씨는 사회적기업 (주)명하햇골 대표자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이수자, 나주시사회적경제협의회 회장, 1남5녀의 어머니이자 마을이장의 아내까지 1인5역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명하햇골은 쪽과 양파생산은 물론, 쪽을 이용한 천연염색, 의류, 액세서리, 비누 등 쪽 제품생산, 판매와 교육, 축제운영 사업들을 맡고 있다.

쪽 염색장 계승을 넘어, 마을공동체와 산업으로 발전시켜 마을의 농가소득과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고 있는 것.

올해 축제는 농촌관광테마 명하쪽빛마을과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전수교육조교 윤대중 씨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라남도, 나주시가 후원했다.

하지만 이날의 축제는 지역 안팎의 시민사회단체와 사회적경제 단체들이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함께 힘을 모아 일궈냈다는 점에서 ‘경제축제’로서의 가능성도 함께 보여준 알짬축제였다.

축제기간동안 내내 행사장을 지킨 나주시 농촌진흥과 이대월 과장은 “명하쪽빛마을 쪽축제가 마을의 전통자원인 쪽을 활용해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나이 드신 마을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경제적으로도 활력소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농교류형 문화축제로 나주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명하마을 쪽축제의 주역 윤대중·최경자 부부와 도우미를 자처한 6남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