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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김노금 세상보기-예술, 그 무한한 가치에 대하여...

by 호호^.^아줌마 2008. 6. 26.
 

예술, 그 무한한 가치에 대하여...


한 장의 초대장을 받았다.

여름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음악회의 무대에 시민 여러분을 초대한다는,

6월 27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 나주문화예술회관이란다.

초대장에는 그동안 수준 높은 음악을 위해 애써 온 화려한 면면의 출연진들이 소개되고 있어 내심 반가운 마음으로 그 날을 기다려 본다.

이화실내악단의 경우, 오래된 기억이지만 십 수년 전 남산 시민회관에서 창단 연주회를 가졌지 않나 싶다. 또한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극단 예인방이 그보다 몇 해 먼저 창단을 했었다.

이 작은 지방도시에서 연극이라니, 또 지역민으로 구성된 실내악단의 연주회를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워 벚꽃이 흐드러진 그 봄날, 그 봄밤, 한달음에 남산까지 올라갔던 기억이 새롭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조명시설도 없는 시민회관 무대에서 땀 흘리는 연기자들과, 삐걱거리는 무대를 오르내리던 연주자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러나 그들의 땀방울은 참으로 귀했고, 연주자들의 순수한 열정은 척박한 이 지역 문화예술의 토양을 기름지게 하였다.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에 비해 나만 홀로 편히 글줄이라도 쓰는가 싶어 그 즈음 몇 차롄가 지역신문에 문화예술회관 조속 건립을 촉구하는 글을 썼던 적이 있다. 묘하게 시점이 맞아 떨어졌는지 행정에서는 그 훨씬 이전부터 이 일을 추진하고 있었고, 2~3년 후 어엿한 문예회관이 건립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문예회관 건립에 벽돌 한 장 쌓아 올리지는 못 했어도 거기 내 간절한 염원과 마음을 쌓았다는 주인의식이었을까. 그 후 우리가족은 문예회관을 통해 여러 가지 다양한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작가로, 연주가로, 또 미술인으로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다양한 자양분을 문화예술을 감상하며, 또 여러 예술인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배우고 쌓아갈 수 있었다.

온 가족이 음악회를 통해 얻은 감동을 함께 나누고, 전시회의 수준 높은 미술품이나 도자기를 접하면서 느낀 정서를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자산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자녀들과 함께 좋은 공연을 감상하고 자장면이라도 함께 먹을 수 있었던 그 추억은 튼실한 유대감으로 어려운 시절을 이겨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어 주었고 가족애를 끈끈하게 할 수 있었던 귀한 추억이 되었다고 말 하고 싶다.

맞벌이를 하면서 자녀 셋을 키워내기가 그리 쉬운 일 이었겠는가마는, 부모와 함께한 기억들 속에 아름다운 선율들이 많이 깔려있어선지 , 사춘기 때조차도 크게 속 끓이지 않고 모두 잘 자라 주었음을 감사한다.

밝고 고운 음악은 생활에 찌들은 우리의 심성을 아름답게 승화시켜주고 나아가 창조적인 삶의 활력이 샘솟게 하는 힘이 있다.

1992년 창단 후 27회의 정기연주회를 갖는 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관에서 후원하는 보조금은 그 많은 단원들 연습하는 식사대로나마 제대로 쓸 수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스태프들의 남모르는 수고의 보상과, 예술인으로서 마땅히 대우받아야 했을 여러 가지 대가는 과연 정당했을까?

혹여, 예술가로서 자존심 뭉개지는 일로 남모르게 흘린 눈물은 없었을런지...

광주만 해도 기업들의 문화예술지원 활동으로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하는데, 우리 나주에는 금호그룹 같은 기업이 아직 없어 안타깝다.

금호현악4중주단을 키운 금호 문화재단은 매년 20억원의 지원을 통해 음악 영재를 발굴을 한다는데 우리는 이 많은 단원들이 함께하는 정기연주회에 몇 천 만원도 힘든 실정이라니...

흔히들 등산이 가장 돈이 안 드는 스포츠라고 한다. 그러나 말 없는 푸르름으로 우리를 반겨주는 숲을 가꾸기 위해 국가적으로 기울인 막대한 치산 녹화 조림사업비와, 울창한 숲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계산해 보면 실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 것이다.

문화예술도 그렇다. 우리의 정신세계를 아름답고 풍성하게 살 찌워 주는 한 사람의 작가나, 음악인, 연극인, 화가 들을 길러내는 데도 그에 못지않은 시간과 정성이 왜 아니 들겠는가?

하물며 실내악단 같이 여러 사람으로 구성된 경우는 더더욱 많은 세월과 정성스런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사랑과 격려로 일으켜 세워야 할 일이다. 우리 지역민이 나서야 나주지역 예술이 산다.

문화예술과 예술인을 귀하게 여기는 풍토, 보다 수준 높은 예술을 꽃피우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그런 사회를 꿈꾸어 본다. 훗날 몇 백배의 결실로 우리의 삶을 살찌울 그런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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