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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인터뷰…한우명인 주판선 씨

by 호호^.^아줌마 2008. 10. 20.

인터뷰…한우명인 주판선 씨

명품 한우는 결국 농가 하기 나름

좋은 사료, 세심한 배려만이 전남한우가 살길


“귀하다 귀하다 우리 한우

맛있다 맛있다 우리 한우...”


지난 8일 열린 전라남도 한우개량평가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주판선(57․나주시한우협회 부회장)씨를 만나기 위해 전화를 하자 울려나오는 컬러링. 한우명인은 어느 순간 우연하게 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안겨주었다.

나주시 운곡동에서 부인 김숙자(52)씨와 함께 60여 마리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주판선 씨는 지난해에도 한우 수송아지 부문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우농가로서 2년 연속 최고의 영예를 안았으니 자치단체나 정부에서 혜택이 좀 있었느냐는 질문에 주 씨는 “허허헛...” 헛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쇠고기 수입시장 개방과 국제 곡물가격 인상에 따른 사료값 폭등으로 주 씨 역시 올 여름 여느 한우농가 못지않게 힘든 여름을 보냈다고.

사료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영산강 하천부지에 조사료를 경작하고 옥수수로 사일러지를 만들어 사료를 대신하고 있다.

주 씨는 스스로 살아내기 위한 전략으로 한우를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호주산 쇠고기 시장이 국내 쇠고기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매장에 나온 미국산 쇠고기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수입산 쇠고기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맛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 씨의 지론이다.

이런 점에서 주 씨는 한우개량평가대회 같은 행사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계속되는 가격하락과 사료값 상승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들에게 그나마 의욕을 북돋아주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울러 주 씨는 명품한우의 비결을 부인 김숙자 씨에게 돌리고 있다.

“한우가 무지하게 민감한 동물이다 보니까 남자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집사람이 감을 잡아서 살펴주니까 소들이 건강하게 크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에 대해 부인 김 씨는 “사실 남자들은 사소한 부분은 모르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지요. 송아지가 젖을 안 먹는다 싶으면 따로 분유도 먹이고 밥을 갈아서 이유식으로 먹이고 하는 부분은 자식을 낳아서 키워본 부모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거든요.”

주 씨 부부는 사료값 파동을 온전히 몸으로, 땀으로 이겨내고 있단다. 그러다보니 김 씨는 올 여름 유난히 무더운 찜통더위 속에서도 조사료와 옥수수로 사일러지를 만드느라 골병이 옳게 들었다고 푸념이다.

주 씨가 처음 한우를 기르게 된 것은 지난 88년 즈음이었으니까 올해로 20년 남짓하다.

그 때 당시만 해도 소는 곧 부(富)의 상징이었으며, 소를 키우는 농가는 부농에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 97년 IMF 한파와 최근 세계 곡물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한우농가들이 궁지에 몰리면서 한우농가는 곧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입장이 되고 말았다.

소를 키우면서 주 씨와 김 씨 부부는 마음 놓고 부부동반으로 나들이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자식은 남에게 맡겨놓을 수 있지만 소만큼은 맡길 수도 없고, 또 하루라도 집을 비워둘 수도 없다는 것이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는 주 씨는 한 때 자식들이 가업으로 한우를 키웠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지만 지금은 아예 ‘안 될 말’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는 입장이다.

“제가 젊었을 때는 한우가 희망이었지만, 지금은 그 희망이 가물가물한 상황에서 자식들에게 이 길을 가라고 할 수가 없어서 다른 길을 가라고 한 상탭니다.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 씨는 축산농가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총채보리 경작을 늘리는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나주 한우농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나주축협(조합장 전준화)을 중심으로 3년 전부터 추진해오고 있는 한우개량사업과 고급육 생산 원칙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평가하고 있다.

한 때 나주가 한우가 경쟁력 있는 산업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기대를 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주 씨는 한우는 돈벌이이기 이전에 자신의 삶 그 자체라고 위안을 삼고 있다. / 김양순 기자


◇ 사료값 파동을 온몸으로, 땀으로 이겨내며 명품한우를 생산해내고 있는 주판선 씨와 김숙자 씨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