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주여행기

남평 드들강(지석강)의 추억

by 호호^.^아줌마 2009. 4. 12.

드들강

봄에는 꽃놀이

여름엔 물놀이

가을엔 단풍놀이

겨울엔...

 

예전엔 그랬지.

  

 

드들강 물꼬밑을 뒤져

다슬기도 잡고, 우렁이도 잡고

된장 풀어 푹 끓인 뒤

한 주먹씩 쥐고

탱자나무 가시로 쏙쏙 그 다슬기, 우렁이살을 파먹었었지.

 

 

75년 여름

방학이라 헤어져 서로를 너무도 보고 싶어했던 그 여름

자홍이네 가족이 드들강 뱃놀이를 하다

결국 엄마는 가시고 말았어.

우리가 다시 만났을때 자홍이는...

엄마 없는 아이가 돼버렸던 거야.

 

 

 

 

그 후로 드들강이 멀어졌어.

드들강은 친구의 엄마를 뺏어갔거든.

그 옛날 드들이라는 처녀를 빼앗아갔던 것처럼

내 친구의 엄마를...

 

 

2009년 4월

그 드들강을 다시 찾았지.

노래비가 있다길래

엄마야 누나야 노래비가 그곳에 있다길래.

 

내가 좋아하던 소월님의 그 시,

그 시를 노래한 엄마야 누나야

그 노래를 지은 이가 남평총각 안성현이라는 거야.

 

 

안성현... 

1920년에 나서 2006년 4월에 진 꽃.

 

앗, 그러면 어쩌면 그는

우리 아버지를 알고 지냈을지 몰라.

1922년 개띠해에 태어난 우리 아버지를...

  

 

어쩌면 둘을 이 곳 드들강에서

멱을 감고, 천렵을 즐기던

한 동네 깨복쟁이 형, 아우였을지도 몰라.

  

 

우리 아버지

남평 드들강에 살던 총각이

영산포 처녀를 만나 장가를 들고

아들을 다섯이나 낳고, 딸은 언니와 나 둘을 낳고

  

 

아버지는 1979년 5월에 돌아가셨어.

내가 국민학교 6학년 때

그해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셨지.

 

그때 선생님은

칠판에 '閣下 逝去'라 크게 적으셨지.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각하는 서거하신거야.

 

 

그렇구나.

우리 아버지가 자맥질하며 노시던 드들강에서

안성현이도 같이 놀았구나.

둘은 형, 아우 하며 장난도 즐겼겠구나.

  

 

2009년 봄,

드들강은 아버지의 강으로 다가온다.

 

 

 

 

  

첨부파일 엄마야누나야(소프라노성화진).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