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도이야기

녹차의 고장 보성을 가다

by 호호^.^아줌마 2009. 7. 30.

녹차수도 보성

초록의 향연에 춤을 추다

 

꼭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고장,

서편제의 비조 박유전 선생과 정응민 선생을 정점으로 보성소리와 함께

채동선 선생의 민족음악이 탄생한 고장,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역사와 함께 우리나라 최대의 茶鄕을 모르고서야 어찌 남도를 안다 할 것인가?

그래 올해는 보성이다.

보성을 거쳐 한의 모닥불, 민중의 불꽃, 분단과 전쟁, 전쟁과 분단으로 이어지는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에 한번 서 보는 거야.

이념의 시대, 오직 사랑만으로 고난의 길을 선택한 소화의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을

비록 막 내린 무대에서나마 느껴보는 거야. 

 

 

보성읍을 지나 율포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목에 널따란 초록의 향연이 펼쳐진다.

"엄마, 밭이 계단처럼 생겼어"하는 딸내미의 외침에 차를 멈추고 내다보니 정말 그렇다.

발 아래로 구비구비 펼쳐지는 차밭이 득량만의 싱그러운 바다를 아우르며 온 산을 뒤덮고 있다.

 

마치 녹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보기 좋게 골이 파인 파란 차밭에서 삽상한 바람이 인다.

 

줄 지어 서있는 키다리 삼나무는 누가 고안해 낸 배경일까?

 

'다향각'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는 연인들의 눈빛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 있다.

 

아하~ 그 광경이 떠오른다.

수녀와 비구니가 자전거를 함께 타고 울창한 초록 차밭 사이를 달리는 모습.

 

어느 핸드폰 광고 장면이었을 것이다.

굳이 종교화합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가슴 뭉클한 메시지가 울려오지 않았던가. 

 

 하룻밤 묵어갈 숙소 전경.

 

보성다비치콘도... 茶beach 라는 뜻이라고.

율포해수욕장 옆에 있다 해서 이렇게 지은 모양이다.

요즘은 고유명사의 의미가 없어졌다. 이리저리 꿰맞춰 뜻만 통하면 된다는 식이니...

 

 

엘리베이터가 황금방이라며 애들이 신기해 한다.

속 없는 호호는 그 통에 사진을 찍다니....

제 등과 양 어깨에 얼마나 큰 짐이 얺혀있는지 봐달라는 뜻이다^^

우리집 공인 짐꾼와 휴가가 엇갈리다보니 이런 변고를 겪고 있다. 

 

 

6층 숙소 베란다에서 바라본 율포해수욕장 전경이다.

가난한 어촌마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곳에 콘도가 들어서고, 해수풀장이 생기고, 또 녹차해수탕이 생기자

전국에서 피서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창 밖으로 황금빛 모랫벌이 펼쳐져 있는 바닷가 휴양지는 아니다.

하루하루 파도와 싸워가며 생계를 유지해가는 가난한 어촌을 기억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어촌계장님이신지, 이장님이신지,

"아아, 알려드림다. 어촌계원 여러분께서는 점심을 자시고 마을회관으로 모타주시기 바람다. 긴급허게 논의할 사항이 있응께롱요잉? 다시한번~"

방송을 들은 작은 딸, 제가 뭘 아는 양  "빨리 먹고 가자"며 서두르는 모습에 웃는다.

 

 

 

점심은 라면파티.

빨리 먹고 물놀이 가려는 욕심에 그것도 좋단다.

휴양지에 와서 고작 라면 먹이는 에미 가슴이 썩썩하기만 하다.

하지만 저녁은 기대하시라.

 

 좁은 옷장에 들어가 지앙을 부리는 두 딸들 

 

 설거지는 큰딸이 자원했다. 

 

작은딸은 청소를 한다. 

 

다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빨리 바닷가로 나가고 싶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남해는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고 맑은 동해와는 다르다.

우선, 물이 탁하다.

더러워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몸을 담근다는 게 쉬운 결심은 아닌 것 같다.

 

 

유난히 물을 좋아하는 은강이는

이미 자유자재로 파도를 즐길 줄 하는 고수가 됐다.

 

 

그러다 댑따 큰 파도의 공격을 받아 물을 잔뜩 먹고 허우적대는 언니를

은산이가 이끌고 나온다.

안되겠다 싶어 실내 녹차해수탕으로 갔다.

여기부턴 사진촬영이 어려워 설명으로 대신한다.

 

어른 6천원, 어린이 4천원인데 숙박객은 절반가격만 받는다.

규모도 실내수영장 정도.

온탕, 미온수탕, 냉탕, 녹차탕, 사우나시설까지...

120m 지하에서 바닷물을 끌어올려 물이 깨끗하다.

여기에 녹차를 하룻동안 우려낸 녹차탕은 가히 환상적이다.

  

두 시간 정도 놀더니 은강이는 개헤엄, 개구리헤엄, 배영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그러면서 버터플라이를 가르쳐달란다.

허걱~ 그건 나도 한참 더 배워야 하는데...

작은딸 은산이는 손을 잡아줘야 놀았는데

이제 혼자 자맥질을 하며 제법 올챙이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율포해수욕장의 새벽풍경.

해변가요젠지, 뭔지 자정 넘도록 시끄럽던 바닷가가

고요하다.

해뜨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해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밝아올 뿐이었다.

 

 

아이들 깨워서 저기 선착장까지 걸어갔다 올까 하다가 그만 뒀다.

작년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보성 70대 어부사건 생각에 모서리쳐져서...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호젓한 시골마을에 이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때마침 어선 한 척이 새벽을 가르며 일터로 향하고 있다.

올 여름, 저 분들로 한 사나흘 정도 쉴 수 있는 여유가 있을까?

악천우로 일을 할 수 없어서 일손을 쉬는 그런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휴식을 누릴 그런 휴가...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그런 휴식이 골고루 돌아갔으면 좋겠다.

가만보면, 일없이 빈둥빈둥 놀던 사람들이

또 피서철이라고 바리바리 싸들고 피서라고 떠나는 걸 보면 

" I have no 어이"라는 말 나온다.

 

 

다음 목적지인 '태백산맥'의 고장 벌교를 찾아가다 차를 멈췄다.

어제 오는 길에 봇재 위에서 내려다본 녹차밭 풍경의 반대편 모습이 펼쳐져있다.

사실은 사귄지 얼마 안된 네비양의 길 안내를 잘 못 알아들어

논길 밭길을 헤매고 돌아다니다 우연히 들어선 길목이다.

올려다보니 어제 위에서 내려다봤던 바로 그 풍경이다.

가끔은 실수에서 이런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 이런 걸 두고 횡재했다고 하나? 

 

 

돌아나오는 길에 이정표에 녹차박물관이라고 있어서 차를 돌려 들어간 곳.

녹차발물관, 내년 준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중이다.

왠지 건물만 봐서는 우주선기지연락소 같은 느낌이 드는데, 문 열고 나면 달라지겠지.

 

보성 녹차밭을 지나오면서 20년 전에 보았던 대만영화 '로빙화'가 생각난다. 

魯氷花 그런 꽃이 있을까만 그 영화의 내용과 장면들이 생생하다.  

 

대만의 가난한 시골집, 아명과 차매 남매는 아버지의 일손을 돕기 위해 학교가 끝나면

바로 차밭으로 달려가 차 벌레 잡는 일과 찻잎을 따야 한다.

다른 집들은 농약을 하지만 돈이 없는 아명네는 손으로 일일이 벌레를 잡아야 했다.

하루라도 벌레 잡는 일을 게을리하는 날에 그해 차 수확은 물 건너가버리기 때문에

아명과 차매 남매의 차 농사 돕는 일을 생계가 달린 일.

 

가난한 집안의 속을 알고 묵묵히 일손을 돕는 차매와는 달리, 천진난만하기만한 아명은 그림 그리는 것이 즐겁다.

하지만 누나도 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명이 그린 그림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명이 다니는 학교의 미술 선생님만이 상상력이 풍부한 아명의 그림을 좋아하고 그의 재능을 높이 산다.

어느날 학교에서는 전국 미술대회에 파견할 대표를 뽑기 위해 미술대회를 여는데 미술선생은 아명을 적극 추천한다.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은 막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지역 유지인 임장수의 아들 지홍을 추천,

결국 그가 참가해 작은 상을 하나 받아온다. 그 걸로 지홍의 아버지는 마을축제를 벌이는데, 그때 교장은 말한다.

"아명이 나갔더라면 더 큰 상을 받아올 수 있었는데..."

 

하지만 미술선생은 마을을 떠나면서 아명의 그림을 세계미술대회에 출품한다.

그 뒤 쥐약을 먹은 쥐를 먹은 고양이가 죽고,

아명은 급성폐렴으로 죽고... 그러면서 아명의 그림이 세계미술대회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플란더스의 개'랑 설정이 엇비슷하다.

흔하디 흔한 설정이라고 혀를 차면서도 그때나 지금이나 신경이 눈가를 압박하며 목이 메이는 건 변함이 없다.    

 

보성여행, 2탄은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편이다.

 

 

 
로빙화 OST

 

                                                                           작곡: 진양(陳揚) 작사: 요겸(姚謙)

啊아, 啊아~
夜夜想起媽媽的話  閃閃的涮光魯冰花
밤마다 엄마의말 생각하며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天上的星星不說話 地上的娃娃想媽媽
하늘위의 별은 말이없고 땅위의 소녀는 엄마를 그리네

天上的眼睛眨呀眨 媽媽的心呀魯氷花
하늘위의 별은 깜박이고, 엄마의 마음은 로빙화

家鄉的茶園開滿花 媽媽的心肝在天涯
고향 차밭엔 꽃이 만발했지만 엄마와 소녀는 멀리있네요

夜夜想起媽媽的話 閃閃的淚光魯冰花
밤마다 엄마의 말을 생각하며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啊아, 啊아~
夜夜想起媽媽的話 閃閃的淚光魯冰花
밤마다 엄마의 말을 생각하며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啊아, 啊아~
夜夜想起媽媽的話   閃閃的淚光淚光
밤마다 엄마의 말을 생각하며, 반짝이는 눈물 반짝이는 눈물

我知道 半夜的星星會唱歌
난 알아요. 한밤에 별이 노래한다는 걸

想家的夜晚 它就這樣和我一唱一和
고향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 우리 함께 노래 불러요

我知道 午后的清風會唱歌
난 알아요. 한낮에 바람이 노래한다는 걸

童年的蟬聲 它總是跟我一唱一和
어린 매미 바람소리에 맞춰 함께 노래 불러요

當手中握住繁華 心情也變得荒蕪
가진게 많을수록 마음은 오히려 황폐해지고

才發現世上 一切都會變掛
세상의 모든게 변하는 걸 알게 되는데

當青春剩下日記 烏絲就要變成白髮
젊은 시절 어느덧 다 가 버리고 검은머리 백발로 변했지만

不變的只有那首歌 在心中來回的唱
그때 그 노래만은 변함없이 마음으로 부르고 있어요

啊아, 啊아~
夜夜想起媽媽的話 閃閃的淚光魯冰花
밤마다 엄마의 말을 생각하며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啊아, 啊아~
夜夜想起媽媽的話   閃閃的淚光淚光

밤마다 엄마의 말을 생각하며, 반짝이는 눈물 반짝이는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