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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여행기

우리동네 떡방앗간 흥일방아간

by 호호^.^아줌마 2010. 2. 10.

사무실 근처 떡방앗간이 하루종일 붑빕니다.

내일 모레 설을 앞두고 떡 하는 사람들로 종일 북새통입니다.

오전 11시 무렵, 오후 4~5시 무렵이면

고소한 떡냄새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끝내 오늘은 방앗간 주변을 어슬렁거려 봅니다.

 

 

흥일방아간은 꽤 오래된 방앗간입니다.

80년대 두 자리수 전화번호 국번을 쓰고 있습니다.

 

 

인상 좋은 할머니 한 분이 방앗간 평상에서 떡을 기다립니다.

송월동 솔개마을에서 오신 곽영례 할머니십니다.

올해 연세가 아흔이시라는데 손수 떡을 하십니다.

명절 떡을 준비하시는 건

일흔 넘은 며느리한테도 안 넘겨주신 당신만의 자부심입니다.

 

 

쌀을 빻고 찌고 치고 뽑는 일련의 과정이

바로 이 곳에서 원스톱으로 이뤄집니다.

왠만한 주부들이라면

방앗간에서 미리 빼놓은 떡국떡을 사든지,

마트에서 삽니다.

저는 교회에서 샀습니다. 

  

 

평상시에는 별거 아니어 보이는 저 가래떡이

지금 이 순간에는 어찌나 맛있어 보이는지

"떡 좀 잡솨 봐."

하시는 아주머니 말씀에 침이 꼴딱 넘어갑니다. 

 

 

지금은 작고 낡고 초라한 기계들이지만

한 때는 나주 제일의 떡방앗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돈벌어 아들, 딸 대학 가르치고

시집장가 보냈습니다.

 

 

순서가 한참이나 남은 곽영례 할머니,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떡이 젖을 새라

비닐 몇 장을 손에 꽉 쥐고 계십니다.

"할머니, 집에 어떻게 가실라고요?"

"아들이 델러 온다했어. 그냥 혼자 싸목싸목 걸어가도 된디 델러 온담만."

그 아들 참 효자십니다.  

 

 

전화기도 참...

김연아폰이니 스파트폰이니

첨단을 구가하는 통신시설 앞에서

꿋꿋하게 구(舊)테를 자랑합니다.

아직까지는 전화기 소리도 우렁찹니다.

떼르르르르르르릉

떼르르르르르르릉

.

.

"아, 여보세요?"

"네, 누구십니까?"

"예, 손님입니다만, 무슨 일로..."

"아, 예~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요."

"예,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설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