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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시인

[스크랩] 흐름에 관한 소고

by 호호^.^아줌마 2010. 2. 25.

흐름에 관한 소고/김황흠

 

비오는 하루, 쉬고 있으려니 허리가 아프다.

누워 있다가 통증이 진해져 일어났다.

흐르는 뜨거운 전류가 방전된 것 같다.

갑자기 나간 기력에 몸이 힘들어한다.

허리가 아프니 여기저기에서 아프다고 연락이 온다.

중심이 비칠대자 주위가 흔들린다.

하루 종일, 관절을 누리는 염증이 휘젓는다.

머릿속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안개 속을 휘젓고 다닌다.

켜켜이 지워버린 길과 길이 암중모색한다.

많은 비를 염려스럽게 바라본다.

빗방울의 날선 소리에 마음을 다친 일이 많았다.

강 주변에 살다보면 강의 자잘한 물소리에도

귀가 쫑긋거리곤 했다.

물소리는 어제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성난 소리의 진원지를 궁금해 했다.

화가 난 소리는 처음부터 나온 소리가 아니다.

분명히 까닭이 있기에 나온 돌발적인 소리다.

수많은 소리 중 물소리만큼 다정스럽고 무서운 게 없다.

와지끈 무너지는 소리도 성난 물소리의 일부라는 것이다.

물은 흐름을 막아서는 안 된다. 물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자명한 자연의 순리이다.

밑이 막혀 있으면 흐름은 정체되고 수량이 늘어나면 걷잡을 수 없는

물길이 된다.

거대한 보로 막아도 흐름 앞에선 한낱 힘없는 것이다.

논에 물을 넣고 빼는 일은 다른 게 아니다.

너무 많은 물을 논에 넣으면 둑은 터진다.

물이 많을 땐 물을 빼 주어 둑이 터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물의 흐름은 방해되는 것을 싸잡아 무너뜨리는 큰 힘을 가진다.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을 억누를 때 민중의 분노는 폭발한다.

더욱이 한 번 누린 민주주의 자유로움을 그리워하는 민중의 분노는

어떠한가.

그것은 흐름을 그리워하는 성난 물결과 같은 것이다.

지금의 사회는 딱 그 모양 그 꼴로 가고 있다.

흐름을 방해하는 이들의 말로가 어떻게 되는지는

과거를 조금 들춰보아도 알게 된다.

흐름은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출처 : 詩香
글쓴이 : 글쓰는 쟁기꾼 원글보기
메모 :

이 글을 쓰신 김황흠 시인은

나주벌판이 훤히 내다보이는 광주 남구에서

시를 지으며 농사를 짓는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