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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우리사회의 융통성을 꿈꾸며...

by 호호^.^아줌마 2010. 9. 28.

 

우리사회의 융통성을 꿈꾸며...


8일에 걸친 긴 프랑스 취재일정을 마치고 파리 드골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40여분이나 연착이 됐다.

비행기 삯을 아낀다며 홍콩을 거쳐서 인천과 파리를 오가는 비행기를 골라 탔더니 일각이 여삼추라고, 자정이 넘은 시각 머나먼 타국의 공항에서 보내는 그 시간이 지루하다 못해 조바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다 드디어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13시간에 걸친 비행 끝에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황에서 일행 가운데 한 명이 “연착은 했어도 도착시간은 비슷하다”고 하자 또 다른 일행이 “기장이 막 밟아부렀구만”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또 다른 일행, “기장한테 그 정도 유도리는 있겠죠?” “아무렴, 쫒아오는 교통도 없을 것이고...”

 

무심코 주고받는 이들의 대화를 듣는 순간 쌓이고 쌓였던 피로가 한 방에 가시는 느낌이었다. 기장의 유도리라... 물론 ‘유도리’라는 말이 일본어 잔재라는 점에서 화제로 삼기에 적절치 못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될 때 좀 더 속력을 내서 시간을 맞춰주고, 빠르다 싶으면 느긋하게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여유와 유연성이라는 점에서 두고두고 곱씹어 보게 된다.

 

살아가다보면 별별 일을 다 겪게 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새삼스럽게 강조되거나 생뚱맞게 거론되면 그것 또한 별일 중의 하나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외교통상부의 특혜나 특채문제가 거론되면서 공정한 세상, 공정한 사회가 거론되고 있음을 지켜보면서, 지금이 어떤 시대이고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공정사회타령인지 가슴이 답답해온다.

 

충분한 능력과 실력을 갖췄으면 됐지 아는 사람에게 그 정도 특혜 좀 주었기로서니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 어떤 시대를 살아오면서 보는 취업시험마다 낙방이고, 그 원인이 전라도 출신, 데모 많이 하는 전라도 모 특정대학 출신이라는 것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허탈감과 이 갈리는 분노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대통령이 바뀌었기로서니 이렇게나 대접이 달라질 수 있느냐며 하소연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정부 각료구성에서부터 사업발주까지 테가 나고 너무나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멀리 볼 필요가 있는가. 당장 나주만 보더라도 시장이 바뀌었기로서니 이렇게나 인심이 달라질 수 있느냐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체장이 바뀌었으니 뭔가 달라지려니 했으나 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는 사람도 있다.

 

행정의 융통성이 어떻게 발휘되는가에 따라서 민심도 달라진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과거 시장과 시정에 비판적인 언론과 시민들에 대해서 공무원들이 얼마나 빡빡하게 굴었던가.

 

시민사회가 나주시 예산이 어떻게 짜여지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런데 마치 청기와장수 마냥 이를 감추고 비공개로 일관하던 나주시가 시민단체의 반격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예산을 짜는 것은 시의 몫이고, 이를 심사하는 것은 의회의 몫인데 왜 시민사회가 나서느냐고 생각했던 융통성 없는 행정에 쐐기를 박는 일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시 내부적으로는 내년도 사업계획에 맞춰 예산을 짜는 업무가 한창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가 반영이 되는지, 또 단체장이나 정치권의 구미에 맞춰 어느 방향으로 융통이 이뤄지는지 궁금하고 또한 염려가 된다.

올해도 시민사회는 이 과정을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융통성은 곧 공정성에 바탕을 두고 발휘돼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