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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못 말려도 할렐루야!

by 호호^.^아줌마 2011. 3. 15.

 

못 말려도 할렐루야!


김정음자 / 은퇴교사, 나주시 대호동


2007년 3월, 43년 동안의 초등학교 교직생활 정년퇴직을 5개월 앞두고 시골 오막살이를 정리하고 아파트를 장만하게 되어서 참 좋으면서도 한쪽 마음이 아팠다.

 

나는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하는데 암 투병 중에 있는 교회 성도가 집이 경매로 넘어가 살 집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전세 집 한 채 얻어줍시다. 이자 좀 포기하면 어떻소? 여보~~”

 

이렇게 하여 성도는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벌써 2년이 지났다.

 

그런데 요즘 성도님의 건강이 악화되어 3층 아파트를 오르내리가 힘이 들어, 허술한 집이라도 단독주택에 구입하겠다며 돈을 빌려 달라는 했다. 남편은 이런 법은 없다고 펄쩍 뛰는 것이다.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 질 것이요, 남을 윤택케 하는 자는 윤택하여 지리라.”

 

잠언을 읽으며 사정을 했지만 남편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다.

 

“내짐도 한 짐인데, 이제 남의 일은 그만 둡시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남편을 보고 힘을 다해 큰 소리를 질렀다.

 

“몇 푼 이자 좀 포기하면 되는 것을... 혼자 잘 먹고 잘 사시오, 나 집 나갈 것잉께.”

 

착한 남편은 내 큰 소리에 꼬리를 내리고 싸움은 일방적인 나의 승리로 끝났다.

 

명예로운 정년퇴임을 한지도 3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나는 장성한 딸과 아들을 보듬고 살고 있다. 본디 몸이 약하여 늦게 결혼을 한 까닭에 서른여섯에 난 딸은, 훌쩍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도 시집갈 생각을 안 하고, 서른여덟에 난 아들은 박사 공부한다며 대학 기숙사에 엎드려져있다.

지금도 내짐이 이렇게 버거운데 남의 짐까지 짊어지고 끙끙거리고 살아가고 있으니 남편한테 큰소리를 쳤지만 사실 남편에게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남의 딱한 형편 앞에 한숨이 저절로 나오고, 남의 일이 내일처럼 잠을 이룰 수 없는 것을...  내 마음이 이런데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이렇게 못 말리는 김넉자(김정음자 씨의 별명)지만 나의 생활신념이 우리 가계의 부도를 막아주며 건강하게 나를 지탱하고 있다. 집은 비가 새지 않으면 괜찮고, 추워도 따뜻하게 입을 옷이 있으니 부족함이 없고, 죽는 날까지 돈 걱정 없는 연금의 혜택을 누리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러고 보니 나야말로 못 말리는 김넉자가 아니라 행복한 김넉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