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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시인

백두대간 이야기...김종

by 호호^.^아줌마 2014. 12. 9.

 

백두대간 이야기

-자궁에서 왕관까지

 

1. 序曲-마안도 눈자리쯤

 

태초에 흑암과 빛이 주야를 나눌 때

너와 나 하늘을 열고 우주는 신생했다

물갈퀴 좌우로 저어 山안개를 쫓다보면

금수강산 옷자락이 선녀처럼 요염하다

산봉은 수작 걸어도 바다는 여여하고

물길이 산을 적시니 키가 크는 백두대간

낯 붉은 비알구름이 떠오는 것 보느냐

 

하늘 못 하얀 머리가 눈이 부신 땅이 되어

푸른 바다 너른 대문 독도의 해맞이와

숙성하던 오곡백과에 대양 같은 들녘 있다

동서남북 팔도사방을 맨발 되어 걸어 보라

 

막힘없는 사통팔달을 되로 주고 말로 받아

압록강과 두만강과 대동강과 한강과

금강과 영산강과 섬진강과 낙동강이

큰 핏줄 살을 먹여서 강건하게 키운 뼈대

 

샛강 사이사이를 지느라미 붙인 산천

이 한 몸 한 마음이 밤낮 없이 헤엄쳐서

마안도 눈자리쯤에 보물섬을 낳으리라

 

2. 완전한 子宮, 백록담

 

무장무장 파도타기가 하늘만큼 좋더니만

백록담 스스로는 샘물 많은 그늘이 되고

핏줄을 따라 따라 눈이 부신 햇살인데

우리들 바다 가운데 子宮 하나 배 띄웠다

 

색등처럼 걸어두면 멀리 젖는 불빛의 땅

산 벚꽃은 상찬하고 진달래는 흠향하고

바람 만나 비구름 만나 삼라만상이 새 각시라

눈꽃 핀 산정 높이에 살과 살이 섞이는 날

 

싹을 틔운 신록이 바다처럼 굽이치니

뭉게뭉게 구름처럼 뛰노는 흰 노루들

비탈에서 규시하던 넝쿨손이 늠름하다

천하태평은 빛이 나고 하늘 머리는 낮아지고

시절 만난 오랜 자연은 새순 기르는 굿인데

한 걸음씩 걸어 들어가 기도처럼 닿으리라

 

자궁만한 샘물이면 사알짝 앉아도 보고

골똘한 구름 끝이 수를 놓는 물소리에

식물성 백두대간이 꽃잎 벌어 씨받는 곳

저 구름 물주머니를 어미처럼 안아보라

 

3. 백두대간 連理枝

 

어미나무 품을 열어 연리지로 자라더니

나무 입에 젖을 물린 구름 몇 점 살고 있다

솟구친 파도인가 주름주름 강물인가

층층시하 탑을 세운 하늘 높은 어깨인가

실바람 볼우물 곁을 살갑게도 파닥이던

 

머뭇머뭇 산이 날아 늘씬늘씬 물이 흘러

화촉동방 燈籠마다 꽃대 올린 사람들

송홧가루 세상 덮어 주유하며 날을 때

묏부리도 물을 만나 천생연분 신방이라

더불어 손잡을 적엔 좌도 우도 하나였다

 

둘둘 말린 골골마다 걸어 나온 백두대간

언뜻언뜻 어룽지던 지난날은 눈물인데

서있는 나무보단 걸어 다니는 나무가

걸어 다니는 나무보단 날아다니는 나무가

연리지 꿈꾸듯이 오목 가슴이 달달하다

 

하늘 자리 새떼처럼 엽록소에 집을 짓고

깍지 낀 손 바위끼리 날개 치는 역사 있어

이마 맞댄 산천초목이 미륵처럼 미소한다

 

 

4. 金剛 金剛

 

나뭇꾼이 쳐올린 봉우리마다 둥지 틀어

선녀는 불을 켜고 무지개는 수를 놓고

메아리로 길을 열어 떠다니는 꽃잎들

휘두른 눈보라도 이 쪽 저 쪽 숨죽이고

밤을 새워 수군수군 신방봉창이 뚫린다

은하수가 반짝반짝 신혼일기를 읽고 있다

 

날개 펼친 금강산은 만 리 창공을 날더니

불빛 멀리 산천일랑 등대처럼 키가 커서

금강금강 풍금인가 만화방창 노래인가

만물상 양지 짝에 살짝 돋는 사랑인가

오매불망 불 켜두었네 세존봉의 바위들

이마 높은 비로봉은 칠색 띠를 둘렀다네

 

산봉들 입술자리에 금빛 전설은 합수지고

태풍에도 뇌성에도 늠름하게 자란 산천

깎아지른 벼랑 기둥에 몸을 세운 해금강이

키 크던 시절이 있어 바다에서 자랐느니

더 튼튼한 뼈대라야 하늘 더 든든하겠고

금강의 푸른 안광을 제 손으로 흔들겠다

 

5. 등신불 雪嶽에게

 

등신불 설악은 어둠에도 꽃이었다

능선에도 궁륭에도 불을 당긴 官能에도

유성 비 가쁜 정신이 산불 번지듯 다가가서

오랜 세월 침묵하다가 망부석으로 바라보다가

훤칠한 사랑을 찾아 악기 되어 돌아 왔다

 

돌올한 세월 무늬에 떠오른 울음인지

목어 우는 산사에는 물소리가 골 깊다

봉우리 봉우리마다 처마 하나씩 올려놓고

흐를수록 패일수록 그리움은 깊어져서

그 뼈에 그 피에 그 살에 한데 엉긴

이 산봉들 염원 하나씩 기도하며 솟았다

 

기다림은 길이 되고 메아리는 노래되고

쿵쾅쿵쾅 고동치며 꿈속까지 달려갔다

불 켜든 어둠 사태가 동해물을 들이킬 쯤

 

북풍도 눈꽃 피워 사방천지가 꽃밭이면

뿌리에 숨은 공덕을 춤추듯이 경배하라

굵은 주름 가는 주름 운명처럼 스쳐서

설악산 울산바위에 큰 소원을 올리거라

 

 

6. 色盲의 눈이 그리다

 

하늘바라기 산봉들이 본색을 앓았단들

걸쭉한 햇살들이 제 눈빛에 취했단들

가슴 저린 천하태평이 어룽어룽 먹물일까

짱짱한 햇빛을 타고 물수제비로 달려가랴

이 한 몸 색맹이면 하늘 붓을 쥐어주랴

오래도록 산봉 어딘가 옛이야기에 색칠하랴

 

씨앗처럼 부푼 사랑을 눈물로 만나자니

무심한 듯 대자연은 밝은 숲을 길렀구나

서랍 한 칸 꺼내어 山門 위를 넘어다보니

휘늘어진 기다림에 노을어깨가 물들고

구름 되고 바람 되고 민낯 바닥을 비쳐보니

높은 풍채 일송정이 바깥세상을 귀로 살펴

새콤달콤 사방천지를 색맹 되어 옮기니라

 

탯줄은 수척해도 짙푸른 순이 돋아

온달 훔친 평강공주가 풍문처럼 살았듯이

선녀 훔친 나무꾼이 어와 사랑 꿈꿀 작시

 

물소리 거느린 山水가 지아비와 지어미라

아리랑 열두 고개를 한달음에 넘을 밖에

 

7. 山이 된 사람들과의 해후

 

골짝마다 꿈을 꾸는 대륙 같은 사람들

山이 된 다음 차례는 하늘바라기로 서다

 

허리 푸른 지리산은 장죽 너머를 기침하고

묘향산의 아랫목은 설설 끓는 금빛 가을

山이 된 사람들이 산이 되는 시간까지

흘러내린 푸른 옷은 구름 위에 올려놓고

세월연기 자욱한 방 밤이 깊은 정한인가

열두 폭 환한 사랑이 발자국마다 잠들던가

 

눈썹반지 하늘 위를 해와 달이 건널 시간

옆집 앞집 담 너머로 떡 접시를 돌린 세월

청산은 물을 안고 강물은 청산을 열어

제 생긴 모습처럼 관상 좋은 산천인데

젖줄 물린 꽃무더기 한 세상이 배부르다

 

몸 낮추고 내려가서 계단처럼 서있자니

올려다본 하늘가에 산들이 달구경 왔다

산과 달이 눈 맞추니 백두대간은 잔칫날이다

깃발이 손 흔들 듯 이 산 저 산에 세운 몸이

푸른 띠 색 고운 세월을 포목처럼 걸쳤구나

 

8. 王冠은 우뚝하다

 

촛농이 떨어져서 새벽빛이 밝아 오듯

산허리를 감고 돌아 펼쳐펼쳐 강물이 가면

날개로 부리로 아, 풍경 같은 수족으로

가슴 펴고 어울린 흐름 몸을 살린 범람인데

 

저녁노을 풀 섶 위에 불을 지핀 이웃들아

하늘에서 일곱 색층 천지 위에 내려 보내

주름주름 금빛 정신이 샘물처럼 솟는 자리

높은 허리 꽃들이 마을 되어 앉았다

개벽 이후 달군 향기가 바람타고 반짝 한다

 

날갯짓을 펼쳐펼쳐 새들은 군무 한다

색종이 꽃가루처럼 촘촘한 별을 뿌려

한쪽 노래 출렁이면 한쪽 노래 물결 되고

떠가면서 구름이 웃고 바람 길은 살랑인다

하늘에는 실루엣 하나 반쯤 접혀 떠있고

낯 밝은 백두대간이 초록심지를 내밀었다

 

天池의 본래 얼굴이란 금빛 치렁한 왕관이야

들쭉 잎 스란치마에 폭포 소리 우레 같고

삼족오 울음소리가 이 산천을 호령 하도다

 

9. 結詞- 태양을 들어 올리는 사람들

 

거대한 꽃잎 한 장 태양 보고 웃는다

하늘빛은 바다처럼 넓어지고 깊어지고

핏줄이 뇌관이면 잉걸불로 타오르라

얼려서 자란 몸은 꽃대처럼 함함하라

세상의 모든 길들은 질풍처럼 달려오라

 

파도 위를 올라서니 사방천지가 흔들 하다

무릎까지 물이 차고 세상파도는 응원하고

나인들 너인들 합친 마음이 둘러서서

어깨를 어깨와 이어 태양을 울력 한다

가슴마다 잠든 천지를 뽑은 심지에 불 켠다

 

이글이글 통일생각은 팔도 천리를 돌고 돌아

머리 위에 올린 태양이 꽃 봉처럼 개화 한다

몸을 기댄 꽃망울들 하늘 강을 건널 적

덩실한 오색 풍선을 돛배처럼 저어가면

누군가 창 닦던 이야기 우순풍작이 가득하다

 

손등으로 닦았노라 허벅지로 일어서노라

세월 위에 구름 위에 태양을 옮기노라

맑은 눈 천년 바람을 웃음 가득 거니노라.

 

 

*자궁에서 왕관까지: 우리 국토를 하나의 문맥에 수렴한 표현이며 ‘자궁’은 ‘한라산 백록담’을 ‘왕관’은 ‘백두산 천지’를 은유하여 그대로 옮기면 “한라에서 백두까지”가 된다.

 

**색맹의 눈이 그리다: 필자가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 평범한 작업을 뛰어넘는 차별성 있는 그림을 위해 “백치의 머리와 색맹의 눈”이라는 구호와 함께 작업에 들어갔다. 백두대간을 새롭게 형상하겠다는 이질적인 충격이다.

 

 

김종 시인 700년 전통 가사문학 되살려

 

제1회 한국가사문학 공모전서 ‘백두대간이야기’로 대상

 

“700년 전통 가사문학을 오늘에 되살렸다.”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와 담양군이 주최한 제1회 한국가사문학대상 공모전에서 나주출신 시인 겸 화가인 김종 씨가 대상을 수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사회에 낭보가 되고 있다.

 

김종 씨는 지난달 담양군 한국가사문학관에서 열린 제1회 한국가사문학대상 시상식에서 ‘백두대간 이야기’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우수상은 강진군 이수희 씨의 ‘금릉별곡’이 차지했다.

 

대상을 수상한 김종 시인의 ‘백두대간 이야기’는 서사성에서 활달함과 참신함 등 새로운 가사시의 좋은 본보기라는 평을 받았으며, 특히 심사위원들로부터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와 현대적인 감성이 조화를 이뤄 가사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김종 시인은 조선대 국문과 교수, 광주문인협회 회장, 광주문화재단 이사, 광주광역시문화원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한데 이어 현재 광주언론중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한국가사문학대상 수상작은 대상에 상금 1천만원, 우수상에 3백만원이 수여됐고, 수상작품은 계간 ‘오늘의 가사문학’에 실릴 예정이다.

 

한편, 올해로 개관 14주년을 맞는 한국가사문학관은 700년 전통에 빛나는 가사시의 현대적 계승발전을 위해 지난해 11월 계간 ‘오늘의 가사문학’을 발간한 데 이어 올해 한국가사문학대상 공모전을 실시함으로써 가사문학의 메카로 우뚝 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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