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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대구 중구 도시재생 연수길에 먹어본 태양영양국수

by 호호^.^아줌마 2016. 10. 20.

 

 

 

 

원효대사는 수학여행 중에 해골물을 마시고 해탈을 했다 한다.

나는 피로와 불만과 배고픔 속에서 이것을 먹고 해탈을 경험했다.

 

때는 2016년 10월 11일,

언론진흥재단 대전지사가 진행하는 대구 중구 도시재생현장연수 이틀째,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일정은 점심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종일 이 골목 , 저 골목을 돌아다니고, 심지어 야경까지 봐야 한다며 대낮에 걸었던 거리를 다시 걸아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육중한 몸을 지탱하지 못한 발목과 발가락이 더 이상 혹사 당하기 싫다면 극한의 고통을 호소할 즈음,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가던 길이 가도 가도 5분이라는 말에, 먹고 죽은 귀신은 때갈이 좋을 지 몰라도, 먹다가 죽는 귀신은 볼썽사납겠다 싶어서 혼자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5분거리라는 숙소가 돌고 돌아도 낮에 돌았던 그 골목을 맴돌고 있는 것 아닌가.

 

결국 피곤한 몸을 더 이상 가누기 힘들어 어디든 들어가 앉을 곳을 찾던 중 대구중부경찰서 옆 골목, 개도 잠든 시각에 허름한 식당 창으로 불빛이 새 나오는 것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밤중에 실내에서 검정색 동그란 썬그라스를 쓰고 계신 할머니,

 

"할머니,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올 것 같은데 뭐 먹을 것 없어요?"

"막 문 닫을라카던 참인데... 지다려 보이소."

그런 지가 28분,

뭐를 만드시길래 저리 뜸이 길어지나...싶던 차에

"배가 고플 수록 맛난 걸 묵어야제" 하심서 차려온 영양국수 한 상.

 

엄훠, 나를 어떻게 보시고 이렇게나 많이???

하면서 국물 한 모금 떠 먹어보는데...

음~~~~

맛이 예사롭지가 않다.

깊고 구수한 맛에 고소하고 달짝지근하고 아삭하면서도 쫄깃한 맛의 조화...

9가지 곡물을 갈아서 국물을 만들고 막 삶은 국수를 말아 참깨가루를 듬뿍 고명으로 얹어 내온, 이름하여 "영양국수"

 

마지막 남은 국물 한 모금까지 모두 들이키고야 말이 나왔다.

"맛있네요!"

빡쎈 연수일정에 토라졌던 마음이 보아뱀 속에 산채로 삼켜진 코끼리 소화돼 내리듯 스르르 사라지고, 비로소 대구의 한적한 원도심의 고즈넉함이 마음으로 느껴졌다.

 

대구중부경찰서 정문 지나 사보이호텔 옆 골목 '태양영양국수'

맛집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