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아이들 더 외롭고 배고파요”
농번기철 마을아이들의 보금자리…남평 오계지역아동센터
“아침에 할머니가 하우스에 일하러 나가면 저 혼자 밥 먹고 유치원 갔다가 공부방에 와요. 할머니가 밤늦게 오시니까 집에 혼자 있기 무서워서요.”
“큰 트럭들이 많이 지나다니니까 마음 놓고 놀 곳이 없어요. 공부방에서는 책도 보고, 공부도 하니까 좋아요. 간식도 먹어요.”
가정의달 5월이 저물어가는 30일 저녁 무렵, 남평읍 오계리에 있는 오계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아이들.
마을 주민 대다수가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는 바람에 아이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알아서 밥을 먹고, 통학버스 시간에 맞춰 유치원과 학교를 다녀오고, 또 부모님이 돌아올 때까지 알아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곳 오계지역아동센터는 공부도 하면서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는 든든한 보금자리와도 같은 곳이다.
오계지역아동센터는 지난 2005년 오계교회 최기출(43·원안 사진)목사와 부인 한미향(43)씨의 작은 배려에서 시작됐다.
“마을에 아이들이 몇 명 있기는 한 데 일요일에 교회에서 만날 때 외에는 얼굴을 보기가 어려워요. 집들이 서로 떨어져 있다 보니까 주중에 만나서 놀기도 어렵고, 마을에 석산이 두 곳이나 되는데 석재를 실은 덤프트럭들이 마을앞을 쉴 새 없이 질주하다보니까 아이들이 기가 질려서 놀 곳이 없는 거예요.”
최기출 목사 부부가 이 마을에 와서 처음으로 한 일이 바로 마을 아이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는 놀이터, 부모님이 일터에서 돌아올 때까지 돌봐줄 둥지를 만들어 준 것이다.
하지만 공부방 운영은 전적으로 최 목사 부부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
몇 년 전 여름, 마을 전체가 큰 물난리를 겪으면서 마을 주민 전체가 줄도산에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면서 시골교회의 재정도 바닥을 치게 되고, 교회 재정으로는 운영할 엄두를 낼 수 없어서 최기출 목사가 자신의 사례비를 털어 공부방 운영을 해 온지 4년째다.
그런던 중 지난 2006년 겨울, 공부방의 난방연료를 감당할 길이 없어서 나주시에 난방비 지원을 요청하면서 지난해 6월 정식으로 지역아동센터로 허가를 받았고, 그 덕에 아이들의 공부를 돌봐줄 교사가 한 명 파견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나주지역에는 정부와 자치단체로부터 매달 3백만원(교사 인건비 1백만원, 운영비 2백만원)씩 지원받는 지역아동센터가 20여곳에 이르고 있지만 오계지역아동센터는 지원대상에서 탈락했다.
최 목사 부부는 “아이들에게 좀 더 알차고 내실있는 운영을 해보기 위해서 올해 초 지원신청을 했지만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면서 “어떤 기준으로 지원결정이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담당자들이 한번도 와보지도 않고 단지 서류만으로 평가를 내렸다는 사실이 어이없을 따름”이라며 서운함을 내비치고 있다.
공부방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복지서비스를 하기 위해 한미향 씨는 늦깎이로 나주대학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받았다.
최 목사 부부는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아동센터 뿐만 아니라 한글을 모르는 마을 어른들을 모아 주경야독 한글교실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 여름에는 솔잎을 이용해 효소를 만들어 팔고, 겨울에는 새우젓을 만들어 판다.
물론 판매는 도시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하고 있지만 그 수익금은 고스란히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과 마을 어르신들에게 돌아간다고.
한미향 씨는 이 날도 찐감자로 오후 간식을 대신하면서 “요즘 세상에 배고픈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하겠지만 농촌아이들은 여전히 배고파하고 체격도 왜소하다”면서 “그나마 몇 되지 않는 농촌 아이들에게 좀 더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소망을 나타낸다.
<후원문의 : 나주시 남평읍 오계리 395-1, 337-6986, 010-2601-2912>
김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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