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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스크랩] 돈맛을 알게 된 제 딸내미 이야기

by 호호^.^아줌마 2009. 1. 22.
엊그제 점심을 겸해 만나는 모임이 있어서
은강이를 데리고 나간 적이 있습니다.

가끔 은강이를 데리고 나가면 아는 분들이
은강이 손에 돈을 쥐어주곤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사양을 하곤 합니다만
주시는 손길을 거절하기도 어렵더군요.

그리고 우리 은강이가 이젠 돈으로 뭘 하는지를 아는지라
돈을 주면 얼른 손을 내미는 것이 영 보기 안좋아서
데리고 나가기 전에 몇번을 다짐을 시키곤 합니다.

"어른들이 돈 주시면 '아기에게 이렇게 큰돈 주시면 안돼요'라고 말해야 해. 알았지?"

그날도 연세드신 어른들이 은강이를 곁으로 부르시더니
"세배 한 번 해봐라" 그러시더니
돈을 쥐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은강이 녀석 내 얼굴을 살피면서도 손을 내밀어 돈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눈을 깜빡거리며 안된다는 눈짓을 하는데도 말입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엄마가 돈 받으면 안된다고 그랬잖아. '아기에게 돈 주시면 안돼요' 그러라고 그랬지?"
그러면서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이 녀석이 하는 말이 가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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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은강이 언제 부자되라고..."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가끔 영악한 말을 해서 놀래키곤 하지만
뜻밖의 대답에 요즘 애들이 다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고,
요 녀석한테 약점 잡히면 큰 일 나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설날 할머니랑 큰아빠들이랑 만나면 세배 한다고 들떠있는데
어떤 돌출행동을 하게 될 지 걱정됩니다.

하기야, 큰집 조카들이 세 명있는데
작년 설에 제 딴에는 성의를 부린다고 선물을 고르고 골라서 사다주었더니
초등학교 4학년인 한 조카녀석이,

"작은엄마, 차라리 저희들이 필요한 것으로 사게 돈으로 주시는 게 좋잖아요?"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냐? 다음부턴 그럴까?"
그렇게 넘기기는 했지만 이젠 정말 돈이 모든 성의를 나타내는 수단이 되고 만 것 같네요.

큰집에 설쇠러 가면서 뭘 가져갈까 생각하다가
마침 구두상품권 들어온게 있어서 어머니께는 그걸 드릴까 하다가
혹시 몰라서 그냥 은행에서 돈을 좀 찾았습니다.

시어머니께는 가끔 용돈을 드리지만
친정엄마 한테는 별로 돈을 드려본 적이 없는데
(물론 은강이 아빠가 챙겨드리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설에는 과소비 하는 셈 치고 두 분에게 봉투를 드릴까 합니다.

물론 그 돈이 거의 우리 식구들, 우리 은강이에게 돌아오는 줄 알고있지만 말입니다.
출처 : 술람미-나주
글쓴이 : 김양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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