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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데스크 칼럼 - 명절증후군 없는 설을 위해

by 호호^.^아줌마 2009. 1. 22.

데스크 칼럼 - 명절증후군 없는 설을 위해


다국어판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백과’에 이런 항목이 실려 있다.

「대한민국에서 명절이 다가왔을 때 가사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주부들이 겪는 현상. 실제 병은 아니며 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이라는 증상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주로 맏아들의 며느리거나, 같이 할 형제.자매가 없는 집의 주부들이 음식 장만 및 설거지 등 뒤처리에서 평소보다 늘어나는 가사를 매년 겪기 때문에 발생한다.」

바로 ‘명절증후군’에 대한 설명이다. 대한민국에만 있는 병 아닌 병이란다. 그런데 이 명절증후군 환자가 주부뿐만 온 가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불황과 물가상승으로 다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데다, 이런 저런 사회적인 이슈들도 많아서 이번 설은 여느 명절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으레 명절에는 온 가족과 친척들이 모이게 되므로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보따리들이 나오게 되고,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술 한 순배씩 돌다보면 예상 밖의 일들로 다투게 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이런 명절풍속도를 치르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말을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동안 명절을 지내오면서 스스로 터득한 명절나기 지혜를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가능한 정치.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자.

정치나 종교나 다들 개인적인 신념과 성향들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자기주장을 할 수 있겠지만 묘하게도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면 감정이 상하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MB니, 미네르바니 이번 설에는 잠시 접어두는 것은 어떨까? 다만 명절을 코앞에 두고 삶의 터전을 지키려다 화마에 희생된 용산철거민들에게 대해서는 조용히 묵념하는 마음은 가져야 하지 않을지...

아울러 자녀의 입시, 취업에 관한 얘기를 하지 말자.

당사자들이 자연스럽게 조언을 구하거나 심경을 털어놓을 때는 화제를 삼을 수 있겠지만, 누구는 어느 대학에 들어갔느니, 어디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뉘 집 자식은 취직을 했는데 누구는 못했느니... 십중팔구 명절 분위기 냉각시키는 빌미가 될 것이다.

어떤 집에서는 아예 친척들 돌아갈 때까지 찜질방 신세지는 자녀들도 있다지 않은가?

이밖에도 자녀의 결혼문제라든지, 직장 보수문제, 정년퇴직이니 명예퇴직이니 하는 가장의 아킬레스건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평소 너 댓 시간 걸리던 길도 귀성길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할 만한 귀성길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향을 떠나 부초(浮草)처럼 살던 사람들이 그나마 근본을 돌아보는 날이기 때문이다. 고향에 홀로 남겨진 부모님들, 깨복쟁이 시절 동무들과 그나마 소통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기억에 가물가물한 고향의 추억들을 자녀들과 얘기 나누며 그들에게도 고향이 있음을 가슴에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향의 추억을 뒤로 하고 생활 터전으로 돌아갔을 때, 고향에서 싸온 무말랭이며, 고추, 마늘, 참기름을 먹으면서 기억을 충전하라는 뜻일 것이다.

올 설은 연휴기간이 길어지면서 다소 여유있는 명절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니만큼 명절 증후군 없이 훈훈하고 뒤끝 깨끗한 설 연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