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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조삼모사(朝三暮四)로 학부모 우롱하는 보육료지원

by 호호^.^아줌마 2009. 2. 21.

조삼모사(朝三暮四)로 학부모 우롱하는 보육료지원


편집국장 김양순


해마다 이맘때면 읍면동사무소가 정신없이 분주해진다.

새학기를 앞두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보육료 감면신청을 하기 위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올해는 한산하다. 이유는 간단했다. 7월에 새로 도입되는 보육료 전자바우처 사업을 앞두고 정부에서 오는 6월까지는 지난해 기준을 적용해서 혜택을 준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작년에 한창 보육시설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던 전자바우처에 대해 이제야 학부모들이 실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정부는 왜 보육료 지원을 전자바우처를 통해 시행한다는 것일까? 정부가 설명하는 보육료 전자바우처 사업은 신용카드와 같은 전자카드에 보육료 지원액을 미리 적립해 주고 이용자가 보육시설을 이용할 때 다달이 결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존에는 보육료 비용이 보육시설로 전달되었으나, 앞으로는 이용자의 전자바우처를 통해 금융기관과 보육시설간의 계좌이체 형식으로 보육료 지원 내역을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육료 지원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데도 국민들이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국민들에게 “정부가 이렇게 당신을 돕고 있소”하는 부분을 깨우쳐 주기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이야 말로 조삼모사(朝三暮四)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차피 보육료 지원을 받는 학부모들은 저소득층이다. 이른바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 보다는 ‘새벽별 보고 출근해 달을 보며 퇴근하는’ 열악한 환경의 맞벌이부부나 농민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보육료 결제를 위해 보육시설을 찾는 일도 문제이거니와, 그 중에는 신용문제로 은행권에서 발급하는 카드를 발행받을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곤궁한 형편을 새삼 확인시켜주면서까지 생색을 내야하는 것일까?

 

성경에서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건만 진정 ‘장로 대통령’이라는 우리의 대통령께서는 이 부분을 간과하신 것일까?

정부든 자치단체든, 혹은 우리가 이웃을 도울 때든, 도움을 받는 이들이 자괴감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결코 조삼모사에 넘어가는 원숭이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