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세계의 여성, 그리고 나주
봄빛 완연한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지난해 100주년을 보내고 올해 새로 2세기의 첫발을 내딛는 해이다.
솔직히 달력에도 나오지 않는 기념일이다 보니 해마다 ‘그런 날이 있었던가?’ 하며 지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며칠 전 광주지역 한 여성단체에서 일하는 지인으로부터 3월의 첫 주말에 뭐 할 거냐는 연락을 받고 “왜? 때 이른 봄바람이라도 쐬러 가게?” 그랬더니 “금남로로 나오라.”는 것이었다. 뜬금없이 무슨 금남로냐며, 시간 되면 나가고…. 하고 말끝을 흐렸는데, 지난 주말 광주 금남로에서는 세계여성의날 101주년을 맞아 기념행사가 열렸던 것.
1908년 미국 루트거스 광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인 것을 기점으로 세계여성의날이 시작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성들은 정치에 참여할 권리도 없었고 노동조건과 그 대가 역시 너무도 불합리해 늘 생활고로 허덕여야 했다.
그러나 101년이 지났지만 크게 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성별로 인한 차별과 여성폭력, 여성빈곤의 문제가 난무하고 있지 않은가?
경제위기로 인한 비정규직 문제의 중심에도 여성이 제일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바로 우리의 어머니, 아내, 누나, 언니, 여동생, 그리고 나의 눈물이기도 하다.
이렇듯 지척의 광주에서는 여성의 권익신장과 평화를 위한 함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주에서는 한 여성계 인사의 행보를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현재 나주에는 15개에 이르는 여성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활동회원만 해도 3천7백명이 넘는다. 이들 단체를 이끌어 가는 연합체가 바로 여성단체협의회다.
그런데 요사이 이 단체 내부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달 정기총회를 통해 추대된 박 모 회장이 3선으로 임기를 마치겠다던 공언을 뒤집고 4선까지 하고 있다는 논란이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현역 프리미엄’을 이용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 각종 선거에서 여성계든, 노동계든 다들 자신들의 활동목적에 맞는 후보를 내려는 게 전반적인 추세 속에서 지역 여성계의 이 같은 잡음이 갈등과 분열로 치닫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여성계의 역량을 저울질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세계 여성계가 요구하는 ‘괜찮은 일자리 창출과 보장’, ‘교육복지 확대’, ‘민주주의 수호와 여성인권 신장’이라는 대의명분에는 끼지 못하더라도 이번 일이 지역 여성계의 분탕질로 비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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