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총체보리, 총체적 비리인가?
총체보리, 풋통보리라고도 하는 이 보리는 가축의 사료로 이용할 때 보리 이삭을 포함한 식물전체를 이용할 수 있는 보리를 말한다.
보리 얘기를 하니까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어머니가 한 솥 가득 보리를 삶다가 김이 오를 때쯤 쌀을 한 쪽에 부어 밥을 짓고, 밥을 풀 때 아버지와 큰오빠 밥은 쌀밥 위주로 가만가만 퍼 담고, 그 다음은 골고루 섞어서 담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가 우리를 차별 하신다”는 생각에 목이 메던 시절...
예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보리를 많이 먹었지만 요즘은 소들이 보리를 먹는다. 바로 총체보리다.
보리의 이삭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할 때 줄기와 잎은 물론 알곡까지 수확해서 사일리지로 만들어 가축에게 먹이는 총체보리는 경종농가와 축산농가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정부는 총체보리 사료화에 따라 사료수입에 따른 외화절약과 해외 악성 가축전염병을 차단할 수 있게 되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런데 소들이 먹는 이 총체보리를 두고도 차별과 비리가 있다는 소식이다.
나주시가 총체보리(조사료)생산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자격요건이 되지 않은 사업자에게 무더기로 예산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신정훈 시장과 담당 공무원이 한 시민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바로 지난해 3월의 일이다.
그런데 검찰은 1년이 다 된 지난달 24일 증거불충분이라며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담당공무원은 수사과정에 “원칙대로 법을 적용하다가는 한 군데도 사업을 할 수가 없고, 다른 지자체도 모두 마찬가지”라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함평군에 대한 전라남도의 정기종합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한마디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인 행정의 단면을 보게 된다.
지난해 함평군은 감사에서 100건(행정처분 44, 현지처분 56)에 이르는 지적을 받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종농가와 연계한 총체보리생산사업 지원이었다.
함평군은 축산물의 생산비 절감 및 품질 고급화로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간다는 취지에 따라 2007년에 00영농조합법인에 사업비 2억4천5백만원을, 2008년에는 △△영농조합법인에 사업비 4억여원을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결과 00영농조합법인의 경우 2006년 7월에 법인을 최초로 설립해 본 사업 지원대상자로 확정된 2006년 12월 기준으로 운영실적이 1년이 경과하지 않았으며, △△영농조합법인은 조합원이 3인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농림사업실시규정을 위반하여 보조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나 감사에 지적됐던 것.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 전라남도는 왜 나주시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고 넘어갔을까? 당시 감사를 담당했던 전라남도 공무원은 나주시에 대해서는 당시 수사가 진행 중이라 감사결과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별도로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밝히고 있다.
‘예외 없은 법은 없다’고 한다지만 원칙 없는 행정은 결국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되어서 어떤 사람은 되고, 어떤 사람은 안 되는 현상을 낳게 된다. 그런데 ‘되는 사람’을 보면 필경 권력을 가진 사람이거나 권력과 가까운 사람이기 쉽다. 일반 소시민들은 이런 걸 보면서 목이 메는 차별을 실감하는 것이다. 법과 원칙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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