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노세 노세 바쁠때 노세
편집국장 김양순
서울에서 이사 온 아이가 있어서 영산포 홍어축제에 가보자고 했더니 영 떨떠름한 표정으로 벌써 갔다 왔다는 것이다. 나주사랑시민걷기대회를 한다며 학교에서 고학년들이 동원이 된 모양이다. 편도선염에 걸려 목이 아픈 아이가 바람 쐬면 안 된다고 했더니 그래도 가야된다고 데려가더라는 것이다.
과연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서 강바람 쐬가며 걷기를 시키는 것일까, 아니면 곧이어 열리는 홍어축제 바람을 잡기 위한 것이었을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달 말일 농민들 영농발대식을 시작으로 영산강 둔치체육공원에서는 연일 오락과 여흥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주간도 오늘(13일) ‘시민을 위한 열린음악회’를 시작으로, 나주시장기 게이트볼대회, 7080콘서트, 영산강유채꽃길 유아건강걷기 자전거체험, 초대가수와 함께하는 즉석 노래자랑, 경로어르신 9988체조한마당잔치, 국악예술단 초청공연, 시민자전거대회...다 주워섬기자면 숨이 가쁠 정도다.
한번 행사를 할 때마다 동원목표가 2천명이면 이 많은 사람들은 누가 데려오고, 술과 밥은 누가 사는 것일까?
지역경제를 살리자며 민간차원에서 마련한 홍어축제에 가보니 다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한마디로 다른 지역 사람들이 와서 먹고, 놀고, 자고 가면 좋으련만 한 동네 아짐, 아제들이 모여 놀고먹으니 이게 무슨 지역경제 살리기인가, 가정경제 축내는 축제지.
오랜 경기불황을 회복할 길이 없어 공무원들의 월급을 깎아 일자리 창출을 한다하니 공무원들이 아우성이다. 주어진 일은 일대로 해야지, 이런 저런 행사에 동원돼 주차요원, 질서요원, 주민동원 역까지 하자니 어느 시인의 말처럼 ‘4월은 잔인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창 바쁜 영농철에 시민들 동원해 연일 먹고, 마시는 이유가 무엇인가?
명분이야 관광객 유치, 지역홍보, 주민 문화욕구 충족 등을 내걸고 있겠지만 속내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선심이나 부려보자는 것 아니겠는가?
지역의 특산물을 팔아보자는 축제에서 연예인들 초청해서 노래자랑 벌이고, 유치원 아이들 재롱잔치 벌이는 것이 지역축제인가? 결국 축제기획사들이 지자체마다 돌아다니며 빵틀에다 찍어내는 ‘붕어빵 축제판’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저런 축제와 체육행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 나주시나 미래산단 예정지 주민들의 영농지원비는 가차없이 깎으면서 이런 축제예산은 살려주는 시의회나 어쩌면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물며 영산강의 르네상스를 이루고 영산포구를 살리자는 축제에 ‘영산강 처녀’ 노래한 곡 들리지 않고, 나해철, 윤희상 같은 영산포 시인들을 불러 영산포의 정서를 음미해 볼 생각은 왜 못하는가?
바쁠 때 놀고, 어려울 때 노는 것이 진정한 놀음인 것인지, 연일 쿵작거리는 영산강변에 서서 가난에 팔려 영산포를 떠났던 그때 그 ‘영산강 처녀’들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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