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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사마귀도 달리는 수레를 세우건만…

by 호호^.^아줌마 2009. 7. 26.

 

 사마귀도 달리는 수레를 세우건만…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 장공(莊公) 때의 일이라 한다. 어느 날 장공이 수레를 타고 사냥터로 가던 도중 웬 벌레 한 마리가 앞발을 도끼처럼 휘두르며 수레를 쳐부술 듯이 덤벼드는 것을 보았다.

 

마부를 불러 그 벌레에 대해 묻자, “저것은 사마귀라는 벌레이옵니다. 이 벌레는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을 모르는데, 제 힘은 생각하지도 않고 적을 가볍게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자 장공은 이렇게 말하면서 수레를 돌려 피해갔다고 한다. “이 벌레가 사람이라면 반드시 천하에 용맹한 사나이가 될 것이다.” 

 

당랑거철(螳螂拒轍), 20여년 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치른 한 언론사의 시험문제로 나온 말이다. 사마귀가 수레를 막는다는 말이니 자기 분수를 모르고 상대가 되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과 대적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 때 이 말뜻을 몰라 미끄러졌으니 내 평생에 지워지지 않을 말로 기억된다.

 

그런데 최근 나주지역을 운행하는 일부 버스기사들의 만행에 가까운 불친절 행태를 보면서 문득 사마귀의 만용을 탓하지 않고 수레를 돌려 지나간 장공의 관용이 그리워진다.

 

나주시 홈페이지에 줄을 잇는 버스 관련 신고내용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청소년용 교통카드를 일반인용으로 재충전해 사용한 여자 승객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대는 기사, 비오는 날 비가림 시설도 없는 승강장에서 손을 흔드는 노인과 어린이들을 유유히 지나치는 기사, 아이를 업고 버스를 타려는 승객이 버스에 발을 딛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냅다 달리는 기사,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는 항의에 “다치면 당신만 아픈 것 아니냐”며 비아냥거렸다는 기사까지….

 

도대체 이들은 ‘고객은 왕’이라는 기본적인 상도의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승객을 많이 태우던 적게 태우던 정해진 월급만 받으면 된다는 배짱 때문일까?

 

이런 불친절로 똘똘 뭉쳐진 버스회사에 나주시가 일 년이면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이른바 교통약자들이 이용하는 벽지노선과 오지노선을 운행해달라는 뜻에서 지원하는 금액이란다.

 

그런데 어김없이 지원금을 받아 챙기는 그들이 승객 알기를 사마귀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현실에 분통이 터지는 것은 불친절로 분해하는 승객들만의 문제가 아닐 듯싶다.

 

차라리 그 돈으로 시민들이 택시를 타고 다니게 했다면 더 편하고, 더 만족한 서비스가 안 되었을까…. 시골 초등학생의 코 묻은 차비를 거슬러주지 않아 어이가 제발 거스름돈 좀 남겨주게 교육해달라는 글을 시청 홈페이지에 올릴 지경이니, 뭘 더 캐묻겠는가?

 

당연히 요금을 내고 버스를 타는 승객들에게 단지 동작이 굼뜨다는 이유로 승차거부를 일삼는 우리지역 버스기사들에게 제발 저 장공의 관용을 닮아보라고 소리치고 싶다.

 

요즘 같은 시대에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운전할 나이가 안 된 미성년자들이거나 노약자들이 대부분이다. 더러는 치솟는 기름 값을 감당키 어려워서, 또는 교통 혼잡을 피해 대중교통으로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으리라.

 

그런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버스에서 변한 것은 요금뿐이요, 여전한 것은 기사들의 불친절이라는 교통약자들의 절규가 가슴을 울린다.

 

사마귀도 달리는 마차를 세우는데 나주시민들은 제 돈 줘가면서 버스도 못 세우는 이런 현실을 어찌 봐야 할 것인가? 나주시에 전적으로 그 책임을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