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토론 유감 “그렇게 말하면 속 시원하십니까?”
‘텔레비전에 내가 나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누구나 한번쯤 선망해보는 TV출연, 지난 9일 저녁 나주시의원 세 명과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 한 명이 TV에 출연했다.
방송은 광주KBS ‘쟁점토론(담당PD 김희수)’, 방송주제는 ‘나주시의회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였다.
공교롭게도 제작을 맡은 PD는 작년 이맘때 시의회가 하반기 원구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당시 취재를 나와서 시의원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고 갔던 바로 그 PD였다. 아마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한 모습에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의원들을 불러 모은 것은 아닐는지.
출연자는 민주당 소속의 김세곤 의원(나주시의회 운영위원장)과 정광연 의원(민주당 나주시지역위원회 사무국장), 그리고 무소속의 정찬걸 의원과 자치분권 나주시민연대 이재창 사무처장 등이다. 시민단체를 대표한 연사라고는 했지만 내용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무소속 의원측 연사로 보여 졌다.
토론의 쟁점은 ‘마을택시’로 귀결된 나주시의회 갈등의 원인과 책임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출연자들은 사활을 걸고 ‘네 탓’ 타령을 하고 있었고, 보다 못한 진행자는 “단체장이 직무정지에 들어간 상태에서 더욱 책임이 막중해진 의원들이 이처럼 첨예한 갈등으로 대립과 반목을 일삼아야 하겠느냐”며 짐짓 훈계까지 서슴지 않는다.
출연자들은 토론을 지켜보고 있을 나주시민들의 심정을 눈곱만치라도 헤아려 봤을까? 참으로 참담하다 못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주시의회가 ‘콩가루 집안’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 수치 그 자체였다.
그런데 정작 의원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우리 편이 말을 더 잘한 것 같네” “아니, 저쪽 편이 좀 더 나은 것 같은데….” 하는 판단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시골 노인들 편의를 위해서 마을택시 하려고 했더니 민주당에서 발목을 잡아 무산됐다” “무슨 소리? 너희도 금혼부부 조례 반대해서 무산시키기 않았느냐….”
서로 자신들의 명분을 살리려다 보니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야유와 독설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그 것도 한 시간씩이나….
‘파트릭 모디아노’라는 프랑스 작가가 있다. 공쿠르상에 빛나는 소설가인 그는 말을 더듬는 언어장애가 있다. 그런 그가 한번은 TV 대담프로에 나갔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갑자기 말을 잘 해서였을까? 아니다. 그는 방송 내내 누군가 질문을 하면, “아, 그러니까….” “어, 다시 말하면….” 끝없이 이런 말만 되풀이 했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왜일까? 그 사람들은 그의 작품들, 그의 소설들을 이해하고 사랑했기 때문이다. “어, 으, 아”하고 더듬는 사이, 행간에 말하는 것들을 이미 읽은 작품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 사진은 지난달 23일 마을택시 조례 제정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 하고 있는 나주시의회 경제건설위원회를
광주MBC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이미 나주시의회는 지역 안팎으로 파행 일삼는 의회로 정평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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