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자연이 준 보물, 나주의 야생차 현황과 활용방안①
야생차 보고(寶庫) 나주, 관광산업 아이콘 활용해야
금성산·불회사 차나무 다양한 유전변이 신품종 개발 잠재력 높아
차 재배농가 30농가에 60ha 규모, 산업화하기엔 ‘역부족’ 지적도
흔히 차(茶)의 본고장이라고 하면 세계인들은 중국을 떠올리게 되고 국내에서는 보성을 떠올린다. 보성군은 전국 차 생산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은 차를 재배하는 지역이면서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지리지 등 여러 문헌에 차의 자생지로 기록되고 있는 만큼, 차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데는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런데 나주도 역시 역사적으로나 생태적으로 차의 본고장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림산과 가야산, 금성산 등 나주지역 산에서 야생하는 차나무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유전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신품종 개발 잠재력이 큰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주의 야생차 현황과 이를 활용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 주>
◇ 금성산 야생차
◇ 나주 야생차 유전변이 ‘월등’
지난달 28일 나주시청 회의실에서 국립산림과학원 주최로 열린 ‘야생차나무 유전자원 보존세미나’에서 아주 의미 있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야생차 자생지 38곳에서 채취한 차나무의 유전변이를 조사한 결과, 다시 청림산과 가야산, 금성산 등 나주지역 산에서 야생하는 차(茶)나무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유전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신품종 개발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차나무 대부분이 야생 상태의 재래종(점유율 44%)이거나 일본산 수입품종 ‘야부기다’(20%)로 국산 차나무 품종의 개발․이용이 극히 저조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양병훈 박사는 ‘야생차나무 유전자원의 유전다양성 및 유연관계 규명’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야생 차나무는 이제 고부가가치 소득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만큼 본격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 박사는 “차나무의 주요 분포지인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의 38개 자생지에 대한 DNA 유전변이값은 0.343으로 우리나라 목본식물의 평균값(0.355)과 비슷하게 나타났다”며 “특히, 나주의 청림산과 영광 불갑사 자생지는 각각 0.437과 0.420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유전변이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신품종 개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경쟁력 확보와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 규약에 따른 품종 사용료․재산권 분쟁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품종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 나주지역 차(茶)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차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828년(신라 흥덕왕 3년)에 사신 대렴(大廉)이 당나라에서 가져온 차나무의 씨를 지리산에 심으면서 시작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오늘날은 주로 경상남도·전라남도·제주도에서 재배하고 있다.
나주에서 차를 심기 시작한 것은 12세기 말에서 13세기 초로 전해지고 있다.
나주대학 차문화복지과 박지영<사진 오른쪽>교수와 신윤길 교수가 공동으로 연구한 ‘나주지역 야생차나무 서식지 현황 및 활용방안’에 따르면, 고려시대에 나주시 다도면 불회사의 중건과 함께 원진국사가 차나무를 심고 가꾸어 승려는 물론 일반신자, 또는 손님 접대용으로 차를 사용해 왔다고 전한다.
현재 불회사 주변 비자나무숲에서 자라는 야생차의 자연조건으로 보아 과거 불회사에서의 차의 성행과 그 규모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특히, 다도(茶道)라는 지명은 고려시대의 다소(茶所)에서 비롯됐으며 야생 차나무가 많고 차 문화가 번성했던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거 나주지역의 차의 생산연혁을 살펴보면, 조선시대의 세종실록지리지(1454년),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고사찰요(1613년), 동국여지지(1670년), 여지도서(1770년), 대동지지(1864년), 여재찰요(1894년)의 토산조 등에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나주지역의 차는 조선시대 전 기간에 걸쳐서 고르게 생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다도에는 ‘중장터’라는 지명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중의 장터’라는 의미로 금성산을 중심으로 해서 다보사, 화순운주사, 장흥 보림사, 다도 운흥사, 불회사 등의 큰 사찰을 중심으로 승려들의 시장이 되었을 것이고 거래 품목에도 차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지영 교수 등은 조선의 차문화가 임진왜란 등의 전란을 거치면서 퇴색해 갈 즈음, 조선후기에 들어와서 다시 한 번 차문화의 중흥기를 맞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로 동다송(東茶頌)의 저자 초의선사를 꼽고 있다.
초의선사는 나주와 인접한 무안에서 태어났으나 출가는 다도 운흥사에서 하게 된다.
초의는 수계 후에 다도와 중장터의 지명이 있는 이 지역의 자연스런 차문화를 종교와 함께 접하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곳에서 터득한 차생활이 이후 해남 대흥사나 일지암, 화개 칠불사 등에서 정진하는 과정에 차의 역사와 차나무의 품종, 차 만드는 법, 차를 끓이고 마시는 법, 차의 생산지와 품질 등을 집대성해서 노래한 ‘동다송’을 집필하게 된 요람이 된 것으로 보고있다.
◇ 금성산·불회사 야생차의 보고(寶庫)
나주지역은 차나무 재배에 가장 좋은 자연환경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연평균 기온이 13.2℃로 1월 평균기온은 -1.7℃, 8월평균기온은 27.2℃, 연 강수량은 1491mm, 안개발생일수는 연간 20여일 정도, 일조시간은 2,200시간, 서리는 11월초에서 이듬해 4월 초순에 끝난다.
강수량이 풍부하며, 일교차가 대륙성 기후로서 다른 지역보다 크고 안개발생일도 많다.
특히, 야생 차나무 서식지역인 금성산과 덕룡산, 백룡산, 신걸산 주위에 댐과 저수지 등이 있음으로 해서 안개와 구름 발생이 잦으며, 대나무와 소나무, 비자나무 그늘에서 자라는 등 천혜의 명차 생산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은 자연환경 속에서 금성산은 예로부터 자생차로 유명하다. 1800년대에 발간된 나주목읍지를 보면 차가 나주의 토산품으로 되어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야생 차나무 서식 현황은 금성산 도시자연공원 내 삼림욕장, 낙타봉, 정렬사 일원 7ha, 다도면 불회사 주변 2ha, 다도면 운흥사 주변 1ha, 다시면 백룡산 6ha외에도 다시면 잠애산과 석관정 주변, 영산포 가야산 주변, 문평면 국동리 백룡저수지 주변, 반남면 자미산 주변, 동강면 인동리 주변 등에 넓게 분포되어 있다.
특히, 금성산과 불회사, 운흥사, 동원사 주변의 차나무는 질과 양적으로 아주 좋아 일반인과 사찰에 의해 브랜드차로 개발, ‘금성명다’ ‘비로다’ ‘운선로’ 등의 이름으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불회사와 운흥사 주변의 야생차밭은 주로 사찰이나 일반인에 의해서 조성, 관리되고 있으며, 금성산 삼림욕장과 낙타봉, 정렬사 일원의 야생차밭은 그동안 시에서 관리하던 것을 나주자생녹차연구소 영농조합법인(대표 송영건)에 위탁해 관리하고 있다.
나주자생녹차연구소 영농조합법인 송영건 대표는 금성산 야생차가 중국의 명차들 보다 휠씬 좋은 특징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송 대표에 따르면 “금성산 야생차의 경우 폴리페놀과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나면서 떫지 않은데다 사과산이 함유돼 풋사과향이 감도는 특성이 있으며, 7~8번 우려내도 그 맛과 향이 그대로 전해지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 나주 야생차, 아직은 멀었다?
차는 기능성 음료로서의 고유한 기능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적 산물로서 도자기, 의복, 공예, 음악 등을 포함하는 종합 문화예술적 기능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적 측면에서 녹차재배는 다른 작목에 비해 1차 산업뿐만 아니라 2차, 3차산업까지 두루 연계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나주는 야생차 서식지로서 천혜의 자연환경적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차문화와 관련한 역사문화적 인프라 또한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한국 차문화산업의 거점지로서 역할을 해 낼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춘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차의 고장이라는 이미지 구축에는 보성과 같은 다른 지역에 비해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우선 나주지역 차 재배 농가 규모만 봐도 그렇다.
지난 2003년 차 재배농가는 겨우 3농가에 불과했으며, 2007년 44농가로 증가했다. 차나무 재배 경작지도 2003년 3ha이던 것이 2006년 60여 ha로 20배 가까이 증가하기는 했으나 이를 산업화하기에는 역부족인 수준이다.
이에 다음 호에서는 나주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야생차를 보존하고 개발해서 나주의 차문화 산업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 살펴보도록 한다.
◇나주의 야생차를 우수한 차 확보를 위한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사진은 지난달 29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주최한 금성산 야생차 현장답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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