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군 남면 지곡리 한국가사문학관 뜰에 핀 꽃 2009. 8. 2.>
지난 주일, 교회학교 아이들이 무더기로 결석을 했다.
욘석들 봐라? 하나하나 전화를 해서 당장 집 밖으로 나오라고 했더니
"방학숙제가 밀려서요..."
"아빠가 방 어질러놨다고 교회 가지 마래요."
"아빠 바꿔봐라."
"아이고, 아버님,호호호홋..."
"지금 집 앞으로 갈테니까 나와라잉!"
시내 한 바퀴를 돌아 애들을 한 차 태우고 교회로 오는 길에
"너희 방학숙제 안 해가면 맞냐?"
"우리 선생님은 때리지는 않아요."
"그럼 어떻게 하는데?"
"벌 세우든지 숙제 내 주든지...그런데 딱 한 애만 때려요."
"걔는 왜?"
"걔는 그런 벌로 안 통해요. 존재감이 없는 얘예요."
존재감?
"처음에는 걔가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자꾸만 특이한 짓을 하는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존재감...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모난 짓을 하는 아이,
존재감을 모른 채 자신에게 쏟아지는 눈총을 일별하는 아이...
나에게는 어떤 존재감이 있을까?
엄마라는 존재감
아내라는 존재감
딸, 며느리, 누나, 동생이라는 존재감
그리고는?
이제 내 나이 중년의 문턱을 넘어선 지 오래
낼 모레면 쉰을 바라보게 되는데
나는 내 존재감을 무엇에서 찾는가?
새벽녘 서늘하다 못해 쌀쌀함이 느껴지는 공기에
아이들 이불을 덮어주며 가을임을 느낀다.
예고하지 않아도 가을은 세월 따라 슬며시 다가와 자기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도
내가 뭘 하기 위해 아둥바둥 하지 않아도
또 뭘 하지 않기 위해 몸부침치지 않아도
나는 나로서 받아들여지는 그런 존재이고 싶다.
그냥 나라는 그 존재 하나만으로...
확실히
9월의 바람은 삽상하다
9월의 햇볕은 깔끔하다
9월의 느낌은 청량하다
9월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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