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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존재감, 그 심오한 알파와 오메가

by 호호^.^아줌마 2009. 9. 1.

 

 

<담양군 남면 지곡리 한국가사문학관 뜰에 핀 꽃 2009. 8. 2.> 

 

지난 주일, 교회학교 아이들이 무더기로 결석을 했다.

욘석들 봐라?  하나하나 전화를 해서 당장 집 밖으로 나오라고 했더니

"방학숙제가 밀려서요..."

"아빠가 방 어질러놨다고 교회 가지 마래요."

"아빠 바꿔봐라."

"아이고, 아버님,호호호홋..."

"지금 집 앞으로 갈테니까 나와라잉!"

 

시내 한 바퀴를 돌아 애들을 한 차 태우고 교회로 오는 길에

"너희 방학숙제 안 해가면 맞냐?"

"우리 선생님은 때리지는 않아요." 

"그럼 어떻게 하는데?" 

"벌 세우든지 숙제 내 주든지...그런데 딱 한 애만 때려요."

"걔는 왜?"

"걔는 그런 벌로 안 통해요. 존재감이 없는 얘예요."

 

존재감?

 

"처음에는 걔가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자꾸만 특이한 짓을 하는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존재감...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모난 짓을 하는 아이,

존재감을 모른 채 자신에게 쏟아지는 눈총을 일별하는 아이...

 

나에게는 어떤 존재감이 있을까?

엄마라는 존재감

아내라는 존재감

딸, 며느리, 누나, 동생이라는 존재감

 

그리고는?

 

이제 내 나이 중년의 문턱을 넘어선 지 오래

낼 모레면 쉰을 바라보게 되는데

나는 내 존재감을 무엇에서 찾는가?

 

새벽녘 서늘하다 못해 쌀쌀함이 느껴지는 공기에

아이들 이불을 덮어주며 가을임을 느낀다.

 

예고하지 않아도 가을은 세월 따라 슬며시 다가와 자기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도

내가 뭘 하기 위해 아둥바둥 하지 않아도

또 뭘 하지 않기 위해 몸부침치지 않아도

나는 나로서 받아들여지는 그런 존재이고 싶다.

 

그냥 나라는 그 존재 하나만으로...   

   

 

 

 

확실히

9월의 바람은 삽상하다

9월의 햇볕은 깔끔하다

9월의 느낌은 청량하다

9월은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