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富者), 꿈꾸면 될 수 있을까?
‘돈이 공격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요새는 없다’
키케로의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황금을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의 노래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살아온 나에게 있어서 키케로의 말은 왠지 점잖아 보이지 않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최영 장군, 고려 말에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뛰어난 활동을 했던 그는 16세 때 아버지 최원직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너는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汝見金如石,여견금여석)”는 유언을 큰 띠에 써서 평생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를 통해 입신하지 않고 무장의 길을 걸었다. 가세가 빈곤하여 과거를 준비하기 어려운 점도 이유가 됐다고 하는데 그 시대에는 귀족의 자제가 과거를 치르지 않고 벼슬을 하려면 음서를 통해 문관이 되거나 정8품의 산원으로 무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부친의 말이 ‘씨’가 되어 평생 그가 가난하게 산 것인지, 세상이 그를 가난하게 만든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요즘 들어 최영 장군의 말과는 반대되는 말들이 대세인 것 같다.
얼마 전 지역의 한 선배로부터 ‘가난은 영혼도 좀 먹는다’는 다소 파격적인 말을 들었다. 정말 부자가 아니면 영혼마저 궁핍해지는 것일까?
돈으로 난공불락의 성벽을 쌓은 이들을 우리는 ‘부자’라 부른다. 동서고금을 통해 부자는 부러움과 시샘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부자를 꿈꾸지만 대부분의 경우 ‘꿈은 꿈일 뿐’일 뿐이다.
몇 년 전 선물 받았지만 별로 내기키 않아 책꽂이에 꽂아두었던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부자, 세븐파워의 비밀(2005, Human & Books)’. 이 책에서 저자 문승렬은 한국부자의 특징을 열 두 가지로 정리해놓았다.
부자, 그들은 은행원이나 증권사 직원과 가깝게 지내지만, 최종 판단은 자신이 내린다. 부자는 부자가 되는 데 누구보다 전문가라는 것.
그리고 그들은 아침형 인간이 많다고 한다. 아침이 기다려지고 일이 기다려지기 때문에, 부자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은 아침이 기다려져 새벽 3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지 않은가?
그리고 부자들은 자신의 반려자를 투자 파트너 겸 조언자로 존중한다. 하기야 돈을 불리고 지키는 데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욱 냉철하고 안전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 인생의 동반자인 배우자를 무시하는 사람은 대개 끝이 나쁘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해 배우자와 자연스럽게 상의와 조언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자들은 공교롭게도 수수한 옷차림에 자신에 대해 떠벌리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녀교육에 투자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 이르러서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서울대 입학생들의 경우 아버지가 고소득 화이트 컬러 계층인 서울 출신이 많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왕대밭에서 왕대 난다’고 결국 부는 세습되는 것이라는 뜻인가? 이 대목에서 씁쓸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밖에도 몇 가지가 더 있지만 접기로 하겠다.
결국 인생은 부자가 되기 위한 목적은 아니더라도 ‘부자 마인드’를 갖고 스스로를 이끄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려 한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부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부자와 같은 생각을 하며 세상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는 것으로 만족하련다.
이런 소박한 꿈이 지켜지는 사회를 동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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