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들인 봉숭아 꽃물이 지고있나요?
지기 전에 돌아와야 할 이를 기다리나요?
부디 돌아오소!
봉숭아
정태춘.박은옥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이 밤이 다하면 질 터인데
그리운 내 님은 어딜 가고 저 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 터인데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 주던 곱디 고운 내 님은 어딜 갔나
별 사이로 맑은 달 구름 걷혀 나타나듯
고운 내 님 웃는 얼굴 어둠 뚫고 나타나소
초롱한 저 별빛이 지기 전에 구름 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 끝에 봉숭아 지기 전에 그리운 내 님도 돌아 오소
늘 궁금해하던 블로거 이웃 한 분이
근황을 궁금해 하는 이웃들에게 아무런 말씀도 없이
손톱끝에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는 봉숭아물을 보여주십니다.
새삼 이 노래가 그리워 옮겨왔습니다.
이 곡은 원래 동요로 만든 곡이지만 지금은 386 아줌마 아저씨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 가을에 라디오 전파를 타고 자주 흘러나오는 것을 보니지금 그런 계절인가 봅니다.
봉숭아는 예로부터 못된 귀신이나 뱀을 쫓아낸다고 알려진 식물이랍니다.
선조들이 집의 울타리 밑이나 장독대 옆, 밭 둘레에 봉숭아를 심으면 질병이나 나쁜 일이 생기지 않고
뱀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믿어 왔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봉숭아 특유의 그 냄새를 뱀이 싫어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봉숭아를 금사화(禁蛇花)라고도 부른다고 하죠.
봉숭아꽃으로 손톱을 붉게 물들이던 풍습도 붉은 빛을 귀신이 싫어하기 때문에
못된 귀신이나 질병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것이 이 민속의 본디 뜻이랍니다.
일제시대 민족의 애환이 실린 노래의 가사에 등장하여
겨레의 가슴을 적신 ‘봉선화’가 놀라운 효과를 지닌 귀한 약초라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습니다.
노래를 들으시면서 이런 내용을 아신다면 더 의미가 살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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