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령들이여, 억울함 씻고 영면하소서!"
“군경에 죽었든, 빨치산·좌익에 죽었든 다 억울한 희생자"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진실규명 결정에 따른
‘6.25 한국전쟁 다도양민희생자 합동위령제’
과거 아픈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당한 양민들의 넋을 위로라도 하듯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다.
해마다 이맘때면 조용하던 시골마을에 한 집 걸러 한 집꼴로 한날 한시에 향이 피어올랐던 곳 나주시 다도면...
다도양민희생자유족회(회장 홍기축)가 주관하는 ‘제4회 다도면 양민학살 희생자 58주기 합동 위령제’가 지난 13일 다도면 복지회관에서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됐다.
이날 행사는 무엇보다 한국전쟁 중 군.경에 의한 희생자의 유족들과 빨치산.지방좌익에 의해 희생된 희생자의 유족들이 이념과 가해주체를 떠나 한자리에 모여 희생자의 원혼을 위로한다는데 의미가 컸다.
특히, 이번 위령제는 다도면지역의 민간인희생 사건에 대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을 기점으로 유족회 스스로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을 도모하자는 차원에서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앞서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나주 다도면 민간인희생 사건’을, 올해 10월 ‘나주지역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및 상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한 바 있다.
2005년 당시 나주시의회 홍경석 의원을 주축으로 지역 원로들이 모여 ‘다도면 양민학살 진상조사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희생자 조사를 시작해 이같은 진실 규명이 밝혀진 것.
다도양민희생자유족회는 다른 지역과 달리 좌익과 우익의 이념을 떠나 하나의 유족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전국에서 다도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군인과 경찰에 의한 희생자가 176명, 빨치산과 지방좌익에 의한 희생자는 104명으로 모두 280명이 희생된 것을 밝혀냈다.
면 단위 작은 지역에서 300명에 가까운 민간인이 한날 한시에 한꺼번에 희생된 것은 주민들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씻을 수 없는 참담한 상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건이 발생한지 60년이 지나, 진실화해위원회에 신청된 사건에 대한 조사를 통해 확인된 최소한의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오래전 나주호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면서 고향을 떠난 이주민이 많고, 당시 일가족이 몰살당했거나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희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에서 면단위로는 처음으로 합동위령제를 거행할 만큼 피해가 컸던 다도면지역은 산악지형으로 전투가 빈번했던 군사적 요충지였고, 나주에서 가장 늦게 수복된 지역이라는 점이 사건에 크게 작용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짐에 따라 위령제를 거행하고 있는 곳이 많다. 그러나 유족회가 좌익에 의한 희생자유족회와 군.경에 의한 희생자유족회로 나눠져 있고, 위령제 또한 각기 거행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나주시 다도면은 이념을 초월하고 유족들이 앞장서서 화해의 장을 열어 가는 가장 모범적인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행사를 주최한 다도양민희생자유족회는 다른 지역과 달리 누가 누구를 죽였고, 왜 죽였는지를 따지지 않고 하나의 유족회를 구성하고, 합동위령제 거행 외에도 합동위령비 건립 등 다양한 추모.위령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와 나주시 등 관계기관에서는 지역 공동체의 복원을 위한 유족들의 노력을 지원하고, 화해사업의 모범 사례가 되기를 기대하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를 후원하게 됐다.
특히, 안병욱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희생자의 원혼을 위로하고, 화해와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노력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김원국 나주경찰서장은 경찰청장의 추도사를 대독했다.
안병욱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다도면은 이념을 초월하고 앞장서서 화해의 장을 연 가장 모범적인 곳으로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회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하고 “국가는 희생자에게 사과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어떤 경우라도 이 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도양민희생자유족회 홍기축 회장도 “나라가 위기에 처하고 전쟁이 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양민”이라며 “이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해 한국전쟁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위령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안병욱 위원장을 비롯해 이광형 시장 권한대행, 김원국 경찰서장, 오원록 전국유족회 상임대표와 유족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 사상과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고한 양민 3백여명이 한날 한시에 목숨을 잃었다.
왜, 무엇때문에 죽임을 당하는지도 모르고 죽어갔던 사람들...
무고하게 죽임을 당한 가장을 대신해, 또 남편을 대신해 어린 자녀들을 키워야 했던 사람들,
부모를 잃은 설움도 서럽지만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손가락질에 또 한번 피울음을 울어야 했던 유족들이 오늘에야 한을 씻게 됐다.
죽인자의 가족들이나, 죽임 당한 자의 가족들이나 다들 희생자의 원혼을 위로한다는데 하나가 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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