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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제1회 가족사랑 나주학생 글짓기 대회 ‘우수상’ 수상작

by 호호^.^아줌마 2009. 11. 15.

제1회 가족사랑 나주학생 글짓기 대회 ‘우수상’ 수상작


가족이란 선물


나주고등학교 2학년 염은진

 

난 매일 아침 가족 중 가장 일찍 일어나 계란탕을 끓여 달라 아빠를 괴롭혀 잠에서 깨운다. 철없고 뭣 모르던 중학교 2학년 2학기 기말고사 시험기간. 그때도 난 어김없이 아빠를 깨워 모락모락 따뜻한 김을 내뿜는 계란탕을 먹고서 학교로 향했다.

 

 내가 아침마다 계란탕을 먹는 이유는 아빠 표 영양제인 계란탕을 먹으면 왠지 든든하고 힘이 불끈불끈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서 학교와 학원에 갔다.

 

 학원에서는 시험기간이라 12시까지 남겨 공부를 시키겠다고 하였다. 사실 학원에서 강제로 시켰다기보단 나와 친구들이 마음 굳게 먹고서 이번 시험에서는 성적 좀 올려보겠다는 생각을 하고서 학원 선생님께 오늘부턴 12시까지 하자고 조른 것이었다. 그래서 집에는 12시까지 공부해야 된다고 미리 전화를 해두었다.

 

  “은지야, 언니 지금 학원인데 오늘 학원 12시 정도에 끝나니깐 엄마한테 좀 늦게 도착할 거 같다고 좀 말해줘.”

  “그냥 빨리 와 언니”

  “안 돼, 아직 할 게 남았단 말이야. 빨리 끝내고 갈게.”

  “응, 알았어. 안자고 기다리고 있을게 빨리 끝내고 와~”

  

동생한텐 공부하다가 늦는다고 말했지만 난 친구들이랑 노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러다 어느새 12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한 나는  딱 30분 만이라도 공부를 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하여 30분을 추가로 하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12시 30분이 되었고 평소보다 몇 배는 지친 몸을 이끌고서 학원을 나왔다.

 

매일 11시만 되면 잠에 취해버리는 나에게 12시까지 공부하기란 애초부터 무리였나 보다. 학원을 나오자 내 눈앞에 보인 건 다름 아닌 아빠였다.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내 눈앞에 보이는 사람은 아빠였다.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은진아”하고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에 금세 기분이 좋아져 아빠 품에 안기었다.

 

 “왔으면 그냥 들어오지 왜 밖에 있었어?”

 “우리 딸 공부하는데 방해될까 봐”

 “치, 안 그래도 되는데….”

 “아니지. 우리 딸 공부하는데 아빠가 방해하면 안 되지.”

 

솔직히 그런 아빠의 행동과 말에 감동을 하였지만 겉으로 내색하기 싫어 괜히 투정만 부렸다. 그날은 바람이 거세 날씨가 매우 추웠고 가로등 몇 개가 꺼져서 무서웠었는데 아빠와 함께 가니 전혀 춥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았다. 그리고 공부를 안 하고 논 것이 더 죄송스럽게 느껴져서 아무 말 없이 아빠 손을 잡고 그냥 걸었다.

 

집에 도착하자 집에는 거실 불만 켜져 있고 가족들은 모두 꿈나라를 여행 중이었다. 내가 올 때까지 자지 않고 기다리겠다던 동생도 방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었다. 온종일 몸이 지쳐 있었으므로 나도 동생 옆에 누워 따뜻해진 마음으로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이 되었고 난 어김없이 아빠를 깨우러 안방으로 갔다. 그런데 함께 일어나 있던 동생이 갑자기 깨우려던 내 손을 잡으며 말렸다.

 

 “왜 그래?”

 “언니, 몰라서 그래? 아빠 아프셔서 더 주무셔야 되잖아.”

 “아프다니? 무슨 소리야 어제까지도 멀쩡하셨는데….”

 “아 맞다. 언니는 어제 학원에 있었지? 아빠, 어제 아프셔서 땀 엄청 흘려서 약도 드셨는데.”

 “정말이야?”

 “응, 지금은 괜찮으시려나?”

 “그래, 알았어.”

라고 말하고, 나는 아빠의 얼굴을 다시 찬찬히 보았는데 아빠의 얼굴엔 정말로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등에는 파스까지 붙이시고 말이다. 그리고 식탁 위에는 아빠가 만들어놓으신 계란탕만이 따뜻한 김을 내며 올려 있었다.

 

아빠는 왜 말하지 않으셨을까? 자신이 아프다고 힘들다고…. 자식 앞에선 천하무적이 되고 싶은 것이 부모님의 마음일까? 엄마는 내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재채기 한 번만 해도 감기 걸렸느냐고 물어보신다. 그냥 재채기 한 번 한 것뿐인데 감기 걸렸느냐고,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신다.

 

그러는 엄마는 몸이 아파서 수술까지 받으시면서…. 왜 내 몸만 걱정하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은 자신들은 아프면서 자식들은 아프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혹시 아프진 않을까 매일 똑같은 걱정을 한다. 내가 태어난 건 부모님 덕이다. 지금 내가 살아있는 것 또한 부모님 덕이다. 그리고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건 물론 부모님 덕이 제일 크겠지만 내 동생들 때문이다. 비록 내가 집에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하다가도 얼마 못 버티고 잠이 들어 버리는 동생들이지만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건 내 동생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 내 뒤에서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 항상 나를 우상으로 여겨주는 사람들이 바로 내 동생들이다. 부모님은 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대가 되어주고 내 동생들은 내 옆에서 내가 힘들지 않도록 응원해 주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당당히 서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은 바로 우리 가족이다. 내게 있어 가족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소중한 존재이다.

 

만약 내게서 가족을 앗아가 버린다면 내겐 삶의 의미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나를 지지해주는 건 가족이다. 인간은 모두 하늘로부터 가족이라는 아주 값진 선물을 받았다. 그 무엇보다 값지고 귀중한 ‘가족’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