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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시인

나주공공도서관, 시낭송 프로젝트 '포이트리 콘서트'

by 호호^.^아줌마 2009. 11. 23.

 

시와 음악의 만남 ‘포이트리 콘서트’

 

나주공공도서관, 시민과 함께하는 시낭송 프로젝트


나주공공도서관(관장 최원섭)이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시낭송 프로젝트로 마련한 ‘시와 음악이 함께하는 포이트리 콘서트’가 지난 17일 저녁 도서관 평생교육원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한국문인협회 나주지부(회장 김상섭)와 함께 마련한 이날 행사는 나종입 사무국장의 진행으로 영산포 출신 나해철 시인의 ‘영산포1’을 영상시로 막을 올렸다.

 

이어서 전숙, 김원채, 김월룡 시인이 자작시와 애송시를 직접 낭송했다.

또 나가현(나주중1) 양은 부친인 나종입 시인의 시 ‘아버지’를 직접 낭송해 눈길을 끌었으며 김수정(나주중3) 양도 김상섭 시인의 ‘무화과’를 낭송, 시인과 후배들이 세대를 교감하는 자리가 되기도.

 

특히, 이날 행사에는 우리지역 남평 출신 김종(광주 펜클럽협회 회장, 광주 서구문화원장, 왼쪽 사진)시인이 ‘시인과의 대화’를 위해 자리를 같이했다.

 

김종 시인은 참석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시인에게 시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며, 시는 결국 시시한 것”이라는 시론(詩論)을 펼쳤다.

 

지난해 시집 ‘궁금한 서쪽’으로 국제펜클럽한국본부에서 수여하는 ‘제24회 한국펜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바 있는 김 시인은 얼마전 광주 유-스퀘어문화관에서 열 번째 그림전시회를 갖는 등 시와 그림에서 두루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를 쓰는 일이 그림을 그리는 일이여, 그림을 그리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라는 나름의 견해를 피력하기도.

 

참석자들은 음악과 영상, 시 낭송으로 이어지는 순서순서에 깊은 공감을 나타냈으며, 특히, 한국도서관협회와 지역 문인들이 지원한 시집을 선물로 받고 나주출신 문인들의 시화작품을 함께 감상하며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이번 포이트리 콘서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해 추진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시낭송 프로젝트’사업으로 전국 70개 기관을 선정,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날 자리를 같이 한 한국도서관협회 이용훈 사업총괄부장은  “좋은 시 읽기를 생활화하여 시민독서운동과 지역 문학 발전을 위해 도서관과 지역사회 문인들 간의 협력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날 행사 시작에 앞서 최원섭 도서관장<오른쪽 사진>인사말로 ‘나주공공도서관’을 주제로 7행시를 선보여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나주공공도서관         

  

                                                       최원섭 관장


나 : 나래처럼 영겁으로 흐르는 영산강,

      꿈에도 그려지는 나주 아름다운 비단고을에


주 : 주렁주렁 탐스러이 열리는 나주배처럼

      사람과 희망의 속삭임이 있다.


공 : 공손하고 겸양이 넘친 효행의 나주인들이여


공 : 공명정대하고 의리있는 충정의 나주인들이여


도 : 도도히 흐르는 영산강에 세속의 찌든 때 흘려보내고


서 : 서로서로 사랑하고 행복 나누게 나주공공도서관 찾고 또 찾아


관 : 관계와 관계 돈독히 하고 오늘의 포이트리 두 팔로 크게 안고서

      우리 모두 언제나 여유롭고 행복한 삶 누려 나가세

 

나주문인협회 나종입 사무국장

소설가, 시인, 수필가, 나주중학교 교사, 국정교과서 검정위원, 국립몽골대학교 겸임교수

 나해철 시인의 '영산포1'을 영상과 함께 낭송했다.

  

 

눈물에게   /   전숙

 

눈물은 태초에 가시였단다

 

순한 눈을 지키라는 하느님이 선물로 주셨지

발톱을 세워 달려드는 적들을

가시는 차마 찌를 수 없었단다

마음이 너무 투명해서

적들의 아픔까지 유리알처럼 보였거든

 

세상의 순한 눈들은

가시의 방향을 바꾸어

제 마음을 찌르고 말았단다

 

                                        도살장의 소

 

                                      마음이 흘린 피

                                     그게 눈물이란다.

 

 

 아버지

                                             

                                              나종입 시 / 낭송 나가현(나주중1)
아버지 !

저 깊은 강안(江岸)에서

무시로 떠돌며 한숨에 묻어나는 노래는

누구의 설운 노래인가요.


보리 밭 이랑 서릿발에

서걱이는 목소리로 늘 울어대는

해질녘의 하늬바람과

머리를 헤쳐 풀고

통한의 한숨을 날리는 서러운 목소리는

지치고 지친 설움이었습니다.        

                                                                                                                                        
긴-긴 여름이었지요.

참매미가 쉼 없이 울 때

당신은 먼 하늘을 향해

명줄처럼 길게 이어진 밭이랑을 따라

가난한 육자배기 가락을 흘리셨지요.

밤이면 밤마다

기나긴 속삭임 같은 자조의 목소리를 들으며

핏발선 눈동자만큼

회한의 눈물로 밤을 뒤척여

우리의 가슴은 낮게 낮게 가라앉았습니다.


여름 벌거숭이 자맥질 같은

세상의 목조임이 노랗게 물들어 오면

가시내 속살 같은 논둑 길 따라

끝없는 사랑가를 불러 봅니다. 

 

 

 

  봄을 위한 서시

 

                                                            김원채 시·낭송

 

매서운 겨울바람보다도

더 무서운 건 항상 내 자신이었다

또 다시 우리들의 대지위에

추억속의 봄날은 다시 돌아올 것인가

잠든 가지를 깨우고 죽은 풀잎에 새 생명을 잉태시켜

메마른 대지위에 파릇한 새싹이 전설처럼 돋아날 것인가


하늘 저 멀리 가뭇한 눈송이를 헤이다 지쳐

희망보다는 절망을 먼저 배워버린 나

생의 한 순간만이라도 삶의 길을 포기하고 싶었던 그 쓰라린 기억들

내안에 나를 괴롭혔던 수많은 갈등과 번민의 나날들

 

 눈물마저 메말라버린 차디찬 가슴패기에

유령처럼 메달리던 희미한 죽음의 그림자들

하지만  절망의 질곡에서 표류하던 나를 일으켜 세웠던

밤하늘 찬란한 별들의 다정다감한 이야기들


죽을 것 같은 괴로움도 터질 것 같은 즐거움도

모두가 가슴에 이는 한 줄기 바람이 스쳐간 흔적들일뿐

어느덧 내 가슴속에 무지개처럼 찬란한 나이테 한 줄

빛나는 훈장처럼  똬리를 얹는다

 

저 황토 빛 대지위에 승리의 깃발 펄럭이며 솟아나는

내 연두색 핏줄 마디마디에 그 고통의 번쩍이는 상흔들

이 소중한 봄날에

지난겨울을 소리 없이 통곡하는 그 뜨거운 숨 막힘이여

 

 

← 김상섭 시인       ↑김수정(나주중3)

 

 

 무화과

 

                                                    김상섭 시 / 김수정(나주중3) 낭송

 

나에게도 꽃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꽃을 피울 수가 없습니다

당신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할 수 없기에

피우지 않습니다.

천상의 붉은 낙원에서 추방된 나는

순백한 님들을 유혹하지 않으려 합니다

차라리 이 한 生

투박하지만 담백한 자양으로 거듭나

당신들의 따뜻한 혈관 속에

맥맥이 녹아 흐르며

회천의 그 날을 열망해 보렵니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시 / 김월룡 시인 낭송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 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였으면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 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였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 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 이였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곳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 어느 한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뻘을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였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고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였음 좋겠어.. 

 

 

 

◇ 나주출신 문인들의 시화전

 

 

 

 

 

 

 

 

 

 

 

 

 

 

 

 

 

 

나주에 조은강 시인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만나면 꼭 인사 해야겠다.

 

 

↑ 봄 / 김목 글.그림

 

↖강물아 머리를 들라 / 이수행 시, 김금남 그림

 

↓설화(雪花) / 양점열 시, 연당 김연희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