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질의원 VS 땜질의원 “하던 일이나 하라굽쇼?”
편집국장 김양순
나주시의회 경제건설위원회가 결국 나주시 새해 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를 포기한 채 이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넘겼다.
11일 밤 11시가 넘은 시각까지 마라톤 심사를 벌였지만, 하늘이 두 쪽 나도 160~170억 원은 깎아야겠다는 의원들과 30억 원만 깎고 원안대로 통과시켜주자는 의원들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결국 손을 들고 만 것이다.
민주당 소속의원들은 나주시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 신규사업 위주로 예산을 편성했다며, 신규사업에 대해서는 전액 삭감원칙을 고수했다.
반면, 무소속 의원들은 애써 받아온 국·도비 예산까지 깎자는 것은 전형적인 집행부 발목잡기 행태라며 이를 방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방의회가 집행부에서 넘어온 예산안에 대해서 유일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삭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예산을 조정하거나 증액, 신설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따라서 의원들은 예산의 목적과 필요성을 따져서 예산을 그대로 통과시켜 주던지, 필요 이상으로 많다 싶을 경우 이를 깎을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단순업무에 지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예산심사를 가까이서 지켜보노라면 한편의 역전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올해도 예산심사의 결정체인 계수조정과정은 상임위원장실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왜, 어떤 이유로 삭감이 되는 지 알 수도 없고, 언제 끝날지도 몰라 수시로 드나들며 동태를 살필 수밖에 없다.
예산 삭감이 예상되는 부서 공무원들은 의회 사무실과 복도를 서성이다 의원들의 모습이 비치면 잽싸게 달려가 “의원님” “아제” “형님”까지 들먹이며 읍소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풍속도다.
이러는 와중에 의원들 사이에서는 “예산삭감 즐기려고 의원 하느냐” “애써 깎은 예산 살려주려고 발버둥 치려면 차라리 의원 배지 떼고 공무원이나 하라”며 서로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렇게 한차례 진통 끝에 나온 예산삭감조서를 살펴보니, 시민들 모아놓고 잔치 벌이는 축제 예산과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들이 우선적으로 추풍낙엽 신세가 됐다. 홍보성 예산과 민간에 대해 지원하는 예산은 철저히 발이 묶였다.
어차피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민주당 의원들로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역 프리미엄을 철저히 막아보자는 전략일 것이고, 집행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던 무소속 의원들은 내년 선거에 치적으로 내세우기 위해서라도 예산안 사수에 명운을 걸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예산심사를 왜 의원들에게 맡기는지 그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예산의 편성과 집행, 사후관리 등 전반에 걸쳐서 각종 낭비요소나 불요불급한 경비를 아끼고, 지방세.세외수입 등 수입을 확충해서 새로운 투자재원을 확보하자는 뜻이 아니던가?
절감을 통해 확보된 예산은 지역경제 살리기와 서민생활안정, 일자리 창출 등 지역현안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그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시의원들은 어떤가? 깎인 예산 때문에 매달리는 공무원들에게 하는 말이 곧잘 하는 말이 “추경 때 봅시다”다. 추경이 어디 깎았던 예산 다시 살려주라는 추경인가?
예산을 깎는 이유도 모르고 칼질하는 의원들이나, 본분을 망각한 채 집행부와 짝짜꿍이 돼 예산을 살려주려고 기를 쓰는 의원들이나 왜, 무엇 때문에 의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러면서 내년 선거에 또 나오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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