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전야인 24일 나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2시간이 넘는 마라톤회의에도 아무런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지루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지상중계…나주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예산심사 현장
예산파행의 주범은 스포츠타운 건립예산 148억2천만 원
민주당 “민생현안사업비라고 속여 기채발행, 전액 삭감해야”
무소속 “포괄적사업비 필요한 데 쓰면 되지 삭감 결사반대”
나주시의회가 예산파행으로 당초 24일 끝내기로 했던 정기회 일정을 28일로 연기한 가운데 여전히 예산심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예결위원장 선출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여온 의원들은 일단 급한 대로 예산안 심사부터 하자는 합의에 따라 지난 24일부터 본격적으로 예산심사를 위한 간담회에 들어갔으나 여전히 서로의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이렇다 할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예산결산위원회 12시간 취재수첩을 공개한다. / 편집자주
오전 10시
나주시의회 정기회 마지막 날 취재를 위해 의회로 행했다. 3층 본회의장은 비어있고, 의장실에서 전체의원 간담회를 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의장실로 들어가니 비공개간담회라며 나가달라고 한다. 의원들의 양해를 구한 뒤 사진만 찍고 나왔다. 얼핏 흘러나오는 얘기로는 집행부가 예산안 심사가 늦어진 데 따른 책임을 의회에 돌리며 원안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 따른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오전 11시
의원 간담회가 이어지고 있는 사이 시민단체 회원들이 부의장실에서 최기복 기획홍보실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무엇 때문에 예산파행이 빚어지고 있는 것인지 설명을 듣기 위해 왔다고 한다. 체육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경제건설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삭감된 스포츠타운 건립비 148억2천만원의 성격이 포괄사업비냐, 목적사업비냐를 두고 최기복 실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최기복 실장은 “세입결함의 보전과 관련된 지방채 발행의 경우에는 포괄적인 용도에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고, 당시 의원에게도 이 같은 내용을 전부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기복 실장이 지난 제135회 임시회 기간에 자치행정위원회(위원장 김양길)에서 지방채 발행계획안에 대해 제안 설명을 하는 자리에서 “2009년도 정부 추가경정 예산 편성결과 우리시에 교부된 지방교부세가 148억2천만 원이 감액 교부 결정됨에 따라 세입결함의 보존 및 2009년 예산사업의 차질 없는 뒷받침을 위해 지방교부세 감액분 범위내에서 지방채를 발행코자 한다”고 밝히며 지방채 사용계획에 대해 “남평소도읍 육성사업, 친환경농업단지 조성사업, 지역 투자기업 지원 등 세입결함에 따른 지방 특수생활권 발전재원으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느 한 구석에도 스포츠 타운 건립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오전 11시 47분
예산결산특별위원들이 예산심사를 위해 3층 소회의실로 모이기 시작했다. 예결위원은 지난달 23일 본회의에서 선임된 강정숙, 김성재, 김종운, 김철수, 김판근, 박영자, 박종관, 정광연 의원 등 8명.
의원들은 간담회가 시작되자마자 시계를 바라보며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오후에 소속별(민주당과 무소속)로 제시안을 갖고 와서 회의를 하자며 5분여 만에 간담회를 마쳤다.
오후 1시 20분
예결특위 심사장에 시민단체 회원들이 예결위원 면담을 요구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한 회원이 “다방 아가씨가 봉을 끊어도 1시간에 3만원인데, 40분씩이나 기다리게 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놓는다.
오전에 면담을 약속한 김철수 의원이 들어와 의원 개인의 입장임을 전제로 스포츠타운 건립비 148억2천만 원을 삭감하려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시민단체 회원 가운데 한 명이 “그 사업비가 포괄사업비인지, 목적사업비인지,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고 다그친다.
◇민주당 의원들은 애초 민생현안사업용이라며 발행한 지방채의 용도가 변칙적으로 스포츠센터 건립비로 둔갑했다며 전액 삭감할 것을 주장했다.
오후 3시 10분
김종운 의원이 오전에 각 소속의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제시하기로 했으니 양쪽의 입장을 들어보자고 제안, 정광연 의원이 민주당 소속의원들의 의견을 제시했다.
정광연 의원은 운영위원회 예비삭감조서는 삭감액이 없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자치행정위원회 삭감조서 가운데 제50회 전남도민체전 경기장 보수비 2억원, 나주대교 생명의문 조명 개보수사업비 1억원, 제5차 권역별 관광개발계획 7억5천만원, 국제옹관학술연구책자 발간비 7천5백만원 중 3천750만원, 나주반장 전수교육관 건립 2억3천만원, 청사게시용 그림 천만원 등 총 13억2천750만원을 삭감하기로 한 조서 외에 나주쪽염색산업화 사업비 3억원 중 시비가 과다책정된 3천8백만원과 송현어린이집 보일러시설 보수비 5백만원이 이중지원된다며 삭감하자는 안을 추가로 제시했다.
아울러 경제건설위원회에서 제출한 공설운동장 건립공사 등 스포츠타운 건립공사비 3억천320만원 중 148억2천만원을 삭감하기로 한 예비심사 외에 나주시 농산물거점산지유통센터(APC)에서 강변도로에 이르는 도로건설 시설비 2억원과 나주시내 간판정비사업비 2억8천만원을 추가로 삭감하는 안도 함께 제시했다.
무소속의 김성재 위원은 “각 상임위원회 위원들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상임위 예비삭감 조서 외의 사업비는 거론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영자 위원이 “농산물거점산지유통센터(APC)에서 강변도로에 이르는 도로건설 시설비는 원래 용역비로 쓸 것을 시설비로 올려놓은 것을 담당 과장이 시인한 사항”이라며 “예산 원칙도 모르고 주먹구구식으로 올려놓은 예산을 어떻게 승인하느냐”며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무소속 의원들이 이렇다 할 의견제시를 못하자 정광연 의원이 무소속측에 “정확히 의견을 모아서 다시 얘기하자”며 정회를 제안했다.
공석인 예결위원장 자리를 화분이 차지하고 있다.
오후 4시 15분
김성재 의원이 “각 상임위원회 예비조서 외의 내용은 거론하지 말고, 삭감조서에 나온 내용으로만 심사를 하자”로 제안하자, 강정숙 의원이 “예산을 삭감하든, 살려주든 원칙과 명분이 있어야 할 것인데 애초 사업목적과 다르게 세워진 예산을 깎자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혀달라”고 역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김판근 의원은 자치행정위 예산은 조서대로 가되 송현어린이집 시설비만 추가로 삭감하고, APC도로 사업비는 살려주고 가자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김철수 의원은 제5차 권역별관광개발계획은 다도면 상판(판촌)지구 개발관련 사업으로 전라남도에서 5년 단위로 추진하는 사업이니 살리자고 제안, 김오재 문화관광과장을 불러 보충설명을 들은 뒤 전라남도관광개발계획 수립에 필요한 사업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스포츠센터 건립비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무소속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다시 의견조율을 위한 정회에 들어갔다.
◇무소속 의원들은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를 존중, 삭감조서에 없는 내용은 다루지 말자고 주장하며 스포츠센터 건립비 148억2천만 원에 대한 삭감반대의견을 고수했다.
오후 5시30분
김성재 의원이 체육인프라 구축을 통해 전국의 체육인구를 끌어들임으로서 숙박업과 음식점이 활성화 될 수 있고 이를 통해 문화관광사업도 활성화 될 수 있다며 스포츠센터 건립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체육인구의 저변확대를 통해 시민들의 건강이 좋아져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스포츠센터 예산삭감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에 정광연 의원은 “2010년도 본예산에 130억원이 수립돼 있고 지방채로 발행한 165억원이 남아있기 때문에 공사는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다. 집행부에서 의회에 대한 시민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도민체전을 반납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지만 예산을 변조해서라도 스포츠 타운을 지으려는 것은 실제 다른 데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강정숙 의원은 “지난달 4일 본회의장에서 본 의원의 대표발의로 종합스포츠타운 건립공사에 따른 지방채발행계획에 대해 수정안을 발의할 당시 국가재정도 어렵고 지방재정도 어려운 시기이므로 지방채 발행액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꼭 필요한 만큼만 발행하고 민생현안사업에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반영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액을 85억원 감액하기로 의결한 바 있지 않느냐”고 밝혔다.
강 의원은 “그때 당시 이광형 시장권한대행이 단상으로 나와 이같은 수정안에 동의한다고 답변했으면서도 보아란 듯이 편법으로 예산을 세워 밀어넣은 것은 의원들뿐만 아니라 의회를 우습게 아는 처사”라며 삭감이유를 강변했다.
의원들이 공방이 원점을 맴돌고 있는 사이 오후 7시 20분께 회의장을 찾은 강인규 의장이 어찌됐든 9시에는 본회의를 열수 있도록 추경예산안 만큼은 결론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며 저녁식사를 위해 정회.
오후 10시 5분
간담회에 앞서 본회의를 열고 정기회 회기를 28일까지 연장한 의원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와 연휴를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결론을 도출해보자며 다시 회의를 시작했으나 여전히 합의도출이 안된 상태.
의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앉아 있을 필요가 있느냐며 민주당 정광연 의원과 무소속 김성재 의원이 담판을 짓자며 10시 30분에 정회에 들어간 의원들은 이후 회의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자정
회의실을 지키던 의사국 직원들이 자정이 되자 더 이상 회의가 열리지 않을 것 같다며 회의장을 정리했다.
◇예결위원들은 간담회 중간중간 집행부 공무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사업의 목적과 성격을 꼼꼼히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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