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염화칼슘에 의존하는 제설대책에 대한 대안으로 시민운동 차원의 ‘내 집 앞 눈치우기’가 요구되고 있다.
내 집 앞 눈치우기 조례 ‘있으나 마나’
2006년 제정 불구 강제규정 없어 유명무실
정부, 안 지키면 100만원 벌금 추진 ‘논란’
연말연시를 전후해 잇달아 눈이 내리고 있는 가운데 제설작업에서 제외된 시내 좁은 도로와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빙판길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일 나주시 금계동 이 모(78·여)씨는 나주천변 길을 걸어가던 중 뒤에서 따라오는 차를 피하려다 눈길에 미끄러져 엉덩이뼈와 팔목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운전자 손 모(42)씨는 앞서가는 이 씨를 발견하고 차를 멈추려고 했지만 전날 내린 눈이 밤새 얼어붙은 데다 아침에 내린 눈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제대로 멈춰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구나 급정거를 하려다 자신도 나주천으로 굴러 떨어지려는 위기를 간신히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21년째 오토바이 배달업무를 하고 있는 이 모(50·성북동)씨는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온 몸에 잔뜩 힘을 주고 운행을 하다 보니 밤이면 삭신이 쑤셔 고역”이라면서 “나주시가 눈에 띄는 큰 도로만 제설작업을 할 것이 아니라 사고위험이 높은 천변도로와 서민들 사는 주택가 도로도 제설작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제설업무를 맡고 있는 나주시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나주시가 관할하고 있는 도로는 국도 세 곳과 지방도 11곳, 시도 24곳, 농어촌도로 299곳 등 전체 337개 노선에 1,077km에 이른다.
특히, 국도1호선 맛재(교동~보산동)구간과 삽치재(보산동)구간은 눈만 오면 상습적으로 정체되는 구간으로 제설작업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인력과 장비는 도로보수원 9명과 제설차량 4대에 불과한 상태. 따라서 시민들 스스로 눈이 얼어붙기 전에 내 집 앞 눈은 스스로 치우는 등 시민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나주시는 지난 2006년 4월 ‘건축물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 책임에 관한 조례’를 제정, 건축주 또는 건축물관리자가 자신의 건물 앞 도로상의 눈 또는 얼음을 제거하거나 모래 등을 뿌려서 보행자와 차량의 안전한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례 6조에서 건축물관리자는 제설·제빙작업을 눈이 그친 때로부터 3시간 이내에 완료해야 하며, 야간(일몰 후부터 다음날 일출 전까지)에 눈이 내린 경우에는 다음날 오전 11까지 제설·제빙작업을 완료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이같은 조례가 제정됐다는 사실조차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며, 설사 건축물관리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사고가 나더라도 이를 강제할 만한 규정이 없어 현재로서는 ‘있으나 마나한’ 조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앞으로 자기 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집 앞과 상가 주변 눈을 치우는 것은 바람직 하지만 이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과태료를 물린다는 것은 현실에 대한 ‘온도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따라서 시의 제설능력이 미치지 않는 주택가 이면도로나 골목길의 경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눈을 치울 수 있도록 이를 시민운동으로 이끌어낼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뿐만 아니라 나주시가 올 겨울 설해대책으로 구비해 놓은 염화칼슘 136톤과 소금 167톤이 모두 중국산으로 알려져 친환경제설 장비 도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전라남도 도로안전관리사업소의 경우 전남지역에서 생산되는 부식성이 적고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액상 제설재를 사용하고 있으나 아직 나주시의 경우 값이 싸다는 이유로 중국산 염화칼슘을 사용하고 있다.
새해 빙판길 교통사고 잇따라
승합차 덤프트럭 충돌사고로 2명 사상
갑작스러운 한파로 인해 전국적으로 빙판길 교통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주에서 지난 4일 하루 동안 15건의 크고 작은 빙판길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4일 오전 8시 40분경 문평면 송산리 지산마을 앞 도로에서 최 모(25ㆍ송월동)씨가 몰던 승합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중앙선을 침범, 마주 오던 덤프트럭을 들이받고 연이어 미니버스와 1톤 트럭이 최 씨의 승합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합차 보조석에 타고 있던 최 씨의 동생 최 모(23세ㆍ송월동)씨가 현장에서 숨지고, 운전자 최 씨는 중상을 입고 의식을 잃어 광주 소재의 모 대학병원으로 후송됐다.
병원으로 후송된 최 씨는 다행히 의식이 돌아와 병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4일 오전 9시경 금천면 원곡리 태사석재 앞 도로상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던 승용차를 들이 받아 운전자 유 모(63ㆍ광주)씨가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또한, 빙판길 낙상사고도 잇달아 4일 후 12시 30경 다도면 도동리에서 이모(73)할머니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왼쪽 손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고, 5일에도 송월동에서 박모(80)할머니가 낙상해 머리가 다치는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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